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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정하 Jun 21. 2018

경력직도 잘 모르는 면접 팁

면접-나의 인연을 찾는 시간

수년전 타의로 백수가 되고, 사람에게 진한 상처를 받은 후, 천직이라 생각했던 직업을 접고 전혀 다른 길로 한 번 가보겠다는 대책없는 용기로 테솔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 교수법 자격증) 과정을 등록했다.

약 두달간의 과정에는 여러 과제와 실습이 있었는데, 마치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듯한 묘한 설레임과 압박 속에서 나름 성실하게 수업에 임했으며, 결론적으로는 나의 영어 실력이 남을 가르칠 정도는 결코 아님을 분명하게 체감하며 수료 후 열심히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한 이력서를 쓰게 되었다.

테솔 후 영어교육업에는 발도 내밀지 못했으니 사실 장농자격증이 되어버렸지만, 테솔 과정에서 배운 것 중 가장 잊혀지지 않는 것, 그 하나가 '면접이란 이것이었다.'를 깨우치게 만들어, 그 험난한 취업전선에서 살아남아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고 믿고있다.

테솔 과정 중 하나가 대화의 여러 상황들을 모의로 만들어 그에 대한 수업 컨텐트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친구와의 대화', '가족간의 대화' 등의 상황을 준비하며 자료 계획을 만들어 선생님께 제출했는데, 그 내용을 본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면접도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대화의 상황인데, 왜 면접은 없느냐는 것이었다.

'아....?'

그랬다. 면접도 생각해보면 상대와 함께 이야기하는 대화인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면접이란 칼정장 입고 각세우고 앉아서 '열심히 하겠습니다!'는 텔레파시를 눈빛으로 쏘아대며 패기있는 [자기소개]를 하는 것으로만 생각해왔던 것이다.

면접도 대화, 커뮤니케이션이다.

일방적으로 나를 좌판에 내놓는 시간이 아니라, 밀고 당기는 쫄깃한 커뮤니케이션인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은, 내가 원하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우아하게 까놓고, 서로 원하는 정보를 얻음으로써 서로 윈윈하는데 있다.

그저 나를 우아하게 까놓는데만 집중하지 말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잘 간파해서 원하는 정보를 주게 되면 면접의 70% 정도는 충족하는 것이다.

'나는 매우 성실하게 살아왔고, 적응력이 뛰어나며 바로 실무에 투입될 수 있는 실전 경력을 갖고 있다.그러니 나를 뽑으시라.' 라고 표현한다면 이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의 전형이다.

면접에서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기 위해서는 너무나도 기본적이지만 내가 그 사람의 입장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모의연습을 해봐야 한다. ‘역지사지’, 그것이 면접의 시작이다.

내가 모의 면접 연습을 하며 역지사지하기 위해 준비했던 질문들의 몇가지는 아래와 같다.

1) 왜 이 직무를 뽑는 것일까?

- 전임자가 퇴사해서, 또는 인력이 부족해서, 또는 전임자가 짤려서의 경우 정도로 압축할 수 있고 이 상황에 맞는 말하기를 준비하면 상당히 도움이 된다.

면접 전에 그 직무의 채용이 오픈된 이유를 알게 될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신입의 경우는 예외이지만, 경력직 입사의 경우 헤드헌터를 통한다면 해당 직무의 채용이 시작된 사유 등 면접 전에 많은 사전 정보를 헤드헌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면접 시간 중에 궁금한 사항으로 질문해도 결코 무례한 내용이 아니다.


퇴사를 하여 공석이 된 것이라면, 나는 바로 즉시 출근이 가능하다고 덧붙이면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면접관이 전임자의 퇴사사유까지 알려준다면, 나는 그런 이유로 퇴사할 일이 없으며 장기 비전을 갖고 이 회사에 지원했다는 포부를 한번 더 리마인드 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인력이 부족해서 뽑는 경우라면 내가 정말 손이 빠르고 적응을 잘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기존 팀원들과 빨리 적응하여 월급 이상의 값을 할 것이다라고 어필해도 좋을 것이다. 만약 전임자가 짤린 경우라면 아마 회사에서 밝혀주지 않을 수 있겠지만.. 만약 짤려서 공석이 된 자리의 면접이라면 회사생활의 기본인 근태, 성실, 둥글둥글한 성격, 빠릿한 태도 등을 어필하는 것을 추천한다.

2) 이 자리의 사람을 뽑아서 뭘 시키려고 할까?

이 물음표에 준비하기 위해서는 그 회사의 그 직무가 이전에 했던 일, 현재 하는 일, 앞으로 해야하는 일, 이 3가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에 대한 정보는 회사의 공식 채널을 통해 파악할수도 있고, 채용 공고 및 JD 내용을 통해 파악할 수도 있다. 그리고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전화를 하거나, 직접 찾아가서 물어보는 것이다.


그 회사에 관심이 있고, 채용 공고에 지원하기 위해 정보가 필요하여 전화까지 한 적극적 구직자를 개무시하는 회사라면 면접을 재고해보라고 하고 싶다. 제대로 된 인사팀의 기본 업무이자, 가장 중요한 업무는 '좋은 인력, 제대로 된 인력을 확보하는 것'에 있다.

3) 왜 나의 서류를 보고 면접에 불렀을까?


왜 나의 서류를 통과시키고 면접을 보려고하는지를 역으로 고려해보자. '해당 직무와 내 경력이 잘 맞아서, 내가 인물이 좋아서, 내 학력이 좋아서' 등등 몇가지 이유를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를 선택한 이유로 예상되는 것을 바탕으로 나를 더욱 매력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1분 말하기를 준비해가면 완전 좋다.
이것이야말로 면접관이 듣고 싶은 말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역지사지 질문은 면접 중에 직접 물어봐도 괜찮다.
내가 최근 5년간의 면접에서 대부분 이 질문을 해보았고, 여기에 답변을 해주지 않거나 '글쎄요..' 라고 대답한 회사는 한 곳도 없었다.
그 정도에 답변도 못해주는 면접관이라면, 나의 이력서를 훑어도 안본 사람일 확률이 매우 높다.
채용에 그따위 자세로 임하는 회사면, GG를 치자.

'제 이력서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셨나요? 어떤 부분때문에 제가 면접 기회를 갖게 됐습니까?' 를 물어보고 답변을 들으면, 그 회사에 가지 않더라도 다른 면접을 준비할 때나 이력서를 업데이트할 때 면접관의 시각을 반영할 수 있기에 매우 도움이 된다.

면접이 대화인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나도 물어보고, 듣고, 또 정보를 얻어가는 시간이 바로 면접인 것이다.


단순 채용공고만으로 명확하지 않던 궁금증을 해소하고, 내 젊음과 열정을 제공하여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얻어갈 수 있는 조직인지를 파악하기 위한 시간이 바로 면접이다.

면접은 듣기만 하는 자리도, 말하기만 하는 자리도 아니다.

대화에 참여하는 이에게 동등한 말하기와 들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건 대화가 아니라 지시 또는 갑질일 가능성이 높다.

회의실에서 직원들을 모아놓고, 전무님이 마이크를 든채 '자, 오늘 아주 허심탄회하게 불만들을 얘기해보자고.' 하는 상황을 대화라고 느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취준생, 그리고 수많은 이직드리머들은 면접을 자기 PR의 시간으로 생각한다. 틀린 말 아니다. 종이 속 활자로만 존재했던 내가 살아움직이는 존재, 이 회사에 돈을 벌어다 줄 쓸만한 노동력임을 적극 어필하는 시간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만큼 내 노력을 들일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내가 직접 확인해볼 수 있는 시간도 역시 면접이다.

내가 없으면 이 회사도 돈을 못번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한다.

'자신감과 자존감'이 결여된 나약함의 냄새는 싸구려 향수와도 같아서, 누구나 바로 맡아버리고 얼마의 가치인지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냄새에 대한 반응이 상대에 대한 배려로 돌아올 확률은 너무 낮다.

내가 나를 아끼고, 자랑스러워하고, 소중하게 여길 때 남도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

나를 지키는 방법의 시작은 바로 나를 사랑하는데 있는 것이다.

직장도 결국엔 사람이 있는 곳이라, 인연이 닿아야한다.


면접에 떨어졌다고 좌절하지말고 슬픈 생각하지 말고, 그냥 인연이 아니었다고 생각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가 아무리 어떤 사람을 좋아한다고 그 사람도 나를 좋아해주지는 않는다. 노력만으로 다 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사랑도, 우정도 마찬가지. 인연이 닿아야 하는 것이다.

직장은 인연이다. 내게 그 인연이 언제올지 우리는 모른다.


그러기에 그 찾아올 인연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눈과 그 인연을 붙잡아 내 곁에 둘 힘을 기르며 나를 발전시켜야하는 것이다.

내 사랑을 찾기 위해 나를 가꾸고 크게 눈을 뜨고 세상을 봐야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언제 찾아올지 모를 나의 인연을 위해, 나는 오늘도 출근하고, 고민하며 이력서를 다듬고 있다.

어떻게 살아야하지에 대한 고민, 우린 평생 해나가야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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