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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직힐링 Oct 12. 2018

워라밸 세대,   음악을 하고 싶다면 일단 시작해라


워라밸, 워라밸이라는 단어가 20, 30대를 필두로 점점 모든 세대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Work and Life Balance’, 즉 워라밸 세대란 일과 삶의 균형을 잡고 사는 세대를 뜻하는 말이다. 


1970년대 등장한 단어지만 베이비부머나 386세대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졌었다. 한 개인의 작업과 생활 사이의 균형을 설명하기 위해 1970년대 후반 영국에서 처음 등장한 단어가 1980년대 후반 들어서는 미국에서까지도 사용됐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부터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욜로(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라는 신조어들과 함께 빠르게 전파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기성세대와의 충돌도 면치 못한다. “요즘 애들은 헝그리 정신이 없어. 워라밸이니 뭐니, 결국 일은 하기 싫고 월급만 원한다는 거 아냐?”라는 가치관과 부딪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승진과 성공만을 위한 목표로 살았기 때문에 성공에 연연하지 않고 개인적인 시간을 가지려는 워라밸 세대를 단번에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간극의 차가 아직은 넓어서 자신의 취미생활을 시작하는 것에 주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생은 쟁취하는 것이다. 우리는 노력하면 보상이 따른다는 ‘헝그리 정신’ 아래에 ‘워커홀릭(일 중독자)’이라 불리던 세대와는 다른 시간으로 살고 있다. 그리고 모든 것은 일단 시작하는 사람에게 쟁취라는 승리를 안겨준다.      


내가 작곡 레슨을 할 때 있었던 일이다. 약간 산만한 아이였는데 오선보와 계이름도 낯선 상태에서 실용음악과가 갑자기 가고 싶어 보컬 지원을 한 고등학생이었다. 어렸을 때의 꿈이 자신의 곡을 직접 작곡하고 거리를 돌아다니는 싱어송라이터라 보컬 수업과 함께 작곡 수업을 신청했다고 했다. 하지만 원대한 꿈과는 달리 퉁명스럽게 말하는 것이 세상에 멋을 내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듯한 거들먹거리는 늦깎이 사춘기 학생이었다. 작곡을 해본 적이 있냐는 물음에 해봤으면 여기에 오지 않았다는 소리도 함께 들으며 첫 수업을 시작했다.     

“이건 도레미파솔라시도야” 한참을 음악이론이라고 하기도 뭐한 음악 기초를 가르쳐 주는데 기초는 따분했는지, “선생님, 이런 방법 말고 바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나요?”

어린 친구가 기초도 하기 싫어하는 상태에서 멋있는 것부터 하려고 하는 겉멋이 잔뜩 들은 모습에 나름 괘씸했지만 그래도 작곡을 하고 싶어 온 학생이니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했다.

“그래 그럼 종교가 뭐니?”

“천주교예요.”

나는 그 즉시 레미파파미파파 음표를 그렸다. 그려도 제대로 알아보질 못했기 때문에 노래를 불러 주며 따라 부르라고 시켰다. 의미 없는 레미파파미파파가 계속 울려 퍼졌다.

“눈을 감고 너는 지금 성당에 있는 거야. 앞에 신부님들이 미사를 드리고 있고 위에는 오르간이 반주를 해주고 있어. 그 분위기에서 네가 성당 미사 때 부르는 합창을 부른다고 생각하며 상상하며 다시 불러보렴.”

학생은 눈을 감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툴툴거리는 것과는 반대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나는 흡족했다.

“이제 성가를 만들어볼까? 아까 배운 레미파 세 개만 쓰는 거야. 네가 부르는 대로 내가 다른 음들을 내서 화성을 내어 볼게. 너는 레미파만 아까와 같은 느낌으로 불러봐 봐.”

사춘기 학생이 레미파를 부를 때 나 또한 레미파를 대위법적으로 따라 부르며 음악을 만들었다. 성당 미사에서 들을 수 있는 오묘한 음들이 방을 가득 메웠다. 이윽고 노래가 끝나고 감상에 대해서 말해보라고 했을 때 파이프오르간과 대성당의 실내가 울리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렇게 고급지게 학생을 가르친 적이 있다. 다른 학생들이 사춘기 시절을 넘어 오춘기 시절을 갖고 나에게 찾아왔을 때 종교가 기독교인 친구들은 CCM성가로 하거나 랩이나 힙합을 좋아했으면 그 비트를 틀어놓고 자신의 가사를 비트를 맞추어 읊조리라고 했다.


역시 학생은 학생이다. 부모가 시키는 대로의 스펙 설명서를 가져야 하는 삶을 살고 있는 아이들 사이에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학생들은 음악학원에 문을 두드린다.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도 음악인의 길을 꿈꿔 봤을지 모르겠다. 통기타를 들고 세계를 누비는 꿈을 꿨을지도 모르겠고, 무대에 올라서 자신의 곡을 부르며 제2의 <벚꽃엔딩>을 꿈꾸며 벚꽃 연금을 만들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자신의 감정이나 지식, 경험 등을 가사에 녹아내리며 멜로디에 자신의 타오르는 감정을 넣는 행위가 매력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음악을 취미 삼아 시작하는 사람은 다음 세 가지를 고민한다. 물론 음악 전공을 지향하는 학생들 이게도 이 물음에 대해 자유롭지 않다.     


첫째 어떤 것을 연주나 작곡할 것인가?

둘째 어떻게 연주나 작곡할 것인가?

셋째 내가 음악은 무슨…     

음악을 듣다가 첫째, 둘째를 운 좋게 생각했더라도 결국 세 번째 질문으로 돌아오는 제자리걸음일 뿐이다. 하지만 점점 이에 대한 물음이 깊어지는지 서점에 가보면 음악에 관한 책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물론 취미나 예술에 관한 구역이 재테크 책이나 자기계발 서적의 귀퉁이를 돌아 맨 구석에 있을지라도 예전에 비해 음악과 예술에 대한 책들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저것 여러 권의 책을 읽고 난 후에도 여전히 위의 세 가지 고민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해 더욱 미궁 속으로 빠진다.


세상에 그 누구도 태어날 때부터 음악가였던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렸을 때부터 쳤던 <고양이 춤>이나 <나의 살던 고향은> 같은 곡들을 악보를 보고 더듬거리면서라도 지금까지 칠 수 있으면 당신은 연주가이다. 부정적인 사고방식에 갇혀 머뭇거리기보다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흥얼거리며 표현하라. 모든 사람은 작곡가가 될 수 있다. 꼭 음반을 내고 공연을 내는 사람만 지칭할 필요는 없다. 당신의 곡이 당신의 딸이나 가족에게 연주가 되었을 때, 가족에겐 당신은 작곡가이자 연주가이다.


누구나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은 마음이 매년, 특히 연초에 생기지만 두려움 때문에 쉽게 시작하지 못한다. 성공의 잣대를 들이밀며 아직 오지 않은 실패에 대한 잔상들로 머릿속을 휘젓고 나의 재능에 대해 의심하고 성공이니 실패니 평가하는 것 자체가 자신의 내면에서 생기는 마이너스적인 기운일 뿐이다.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 자체를 즐겨서 나의 행복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과 감동을 주고받으며 나를 드러내는 것이다.      


워라밸 세대는 개인의 행복을 중시하며 경제적인 풍요로움 속에서 자란 세대이다. 즉, 배가 고파서 열심히 일하는 헝그리 정신이 와 닿지 않는 세대인 것이다. 기성세대와 워라밸 세대가 가진 십자가는 다르다. 오히려 워라밸 세대는 과도한 경쟁사회 속에서, 최악의 취업난을 겪으면서 불안감에 지친 것에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므로 이 불안감을 안고 우울 속에서 살아가는 것을 극복하고 음악의 시작을 통해서 행복해지고 나를 찾아 드러내면 된다.     


당신의 목표는 음악을 생업으로 하는 생활형 음악가가 되는 것이 아니다. 음악에 대한 책을 살 때 전공자들이 쓰는 책들을 살 필요가 없다. 그 책들은 복잡하고 단어가 어려우며 쉽게 따라 할 수 없을 기술을 요하는 책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그 책을 쉽게 이해 못해 내가 할 수 없는 영역이라 단정 지으며 포기할 수 있다.


강조하여 말하자면 책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면 내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나랑 안 맞는 책이다. 책에 따라 나의 열정을 꺾을 필요가 없다. 연주할 악보를 고를 때도 마찬가지이다. 굳이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의 빽빽한 음표들을 처음부터 고를 필요가 없다. 그저 자신에 맞는 책을 선택하거나 선생님을 찾아가면 된다. 특히 고전적인 방법으로 음악을 가르치는 사람보다 음악을 좋아하고 느끼게 해주며 당신의 감성을 표현하여 음악으로 담기게 해 줄 수 있는 선생님을 찾으면 된다.     


기성세대가 워라밸 세대를 ‘도둑놈 심보’라고 비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워라밸 세대는 ‘돈 버는 기계’가 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런 트렌드를 갖게 된 이유는 끊임없는 과열경쟁을 거치면서 워라밸이라는 나름대로 삶의 방식을 터득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나치게 일이 과중되어 있는 사회 속에서 일과 여가시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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