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이 악플보다 더 무서워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무플이다. 악성 댓글에 소송도 불사하며 무서워하지만 그것보다 사람들에게 잊혀 가는 그 시간을 더 두려워한다. 인간의 삶은 누구에게나 유한하다. 우리는 모두 유한하고 나약하며 시간이 지나면 서서히 잊혀 간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흔히 미움받는 것보다 잊히는 것이 더 두려운 존재들이다.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이런 감정은 죽음에 대한 공포와 연관 지을 수 있다. 사람들은 죽을지라도 잊히지 않기를 원한다. 음악을 한다면 육신의 불멸은 불가능하지만 당신의 정신과 이름은 불멸할 수 있다.
인간에게 이름을 남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타인에게 잊히지 않기 위해 우리는 결혼하고 자손을 남긴다. 그리고 유명 명소에 있는 돌 같은 무생물에서부터 나무, 선인장 같은 식물까지 온갖 것에 자기의 이름을 남긴다. 이것은 타인에게 잊히지 않으려는 인간 본질적인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위대한 위인이 남긴 이름과 정신은 위인전에서부터 각종 매체, 자손 대대로 그 위상을 이어나가며 자손에게 높은 명예와 긍지를 준다. 하지만 이름이 간신, 매국노 등으로 남을 경우 그 후손들은 수치스러움과 부끄러움의 마음을 가지고 평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우리나라 속담은 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중에 예술을 남기고 간 예술가는 죽어서도 명예를 얻는 영화로운 이름을 얻는다. 음악이라는 죽기 전에 남긴 무형의 예술품이 죽고 난 후에도 무형의 문화재로 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남아있는 것이다. 불후의 명작을 남기고 불멸의 이름을 얻은 예술가는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 베토벤이 나에게 특별한 것은 청각의 장애를 가지고, 흔히 귀머거리라고 하는 병에 걸렸으면서도 ‘3번 영웅 교향곡’, ‘4번 교향곡’, ‘5번 운명 교향곡’, ‘6번 전원 교향곡’, ‘9번 합창 교향곡’, 피아노 소나타 ‘발트슈타인’과 ‘열정’, ‘피아노 협주곡 황제’ 같은 지금도 사랑받고 있는 명작들을 작곡했기 때문이다.
특히 <운명 교향곡>을 작곡할 때는 “나는 나의 운명의 목을 비틀어 버리고야 말겠다”라는 결연한 의지로 대작을 작곡할 수 있었던 것이다. 운명 교향곡의 구상과 완성까지 근 5년의 시간이 걸렸는데, 그 긴 시간 동안 베토벤은 자신의 비극적 운명과 청각 장애라는 시련을 극복하고 인생 승리를 쟁취하는 불멸의 힘을 이 세상에 남긴 것이다.
반드시 베토벤과 같은 대작을 남겨야만 불멸의 이름을 얻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시대는 인터넷이라는 큰 울타리 속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당신의 자작곡을 온라인상에 남겨 놓는다면 인터넷이 계속 존재하는 한 그 이름은 남아있는 것이다. 베토벤도 자신의 이름을 잊지 말아 달라는 유서를 남겼다. 그렇다면 당신은 죽어서도 사라지지 않은 유서를 어떻게 남길 것인가.
당신은 버킷리스트를 갖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을 실현시키고 있는가. 당신의 버킷리스트 중 죽기 전 한 곡은 작곡해보고야 말겠다는 버킷리스트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음악 듣기가 취미예요’ 하는 수동적인 행동뿐만 아니라 ‘작곡’이라는 능동적인 자세로 음악에 달려든다면 당신의 허허벌판 같은 삭막한 인생 위에 열정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돈으로도 사지 못하는 고귀한 가치. 바로 예술, 음악이다. 예술을 한다는 것은 불타오르는 인생을 사는 것과 같다. 그리고 그 음악을 완성하는 것은 작곡이다.
1985년 코넬대학교 철학과에서 철학과 2학년 학생 중 35명의 학생들에게 버킷리스트 조사하였다. 그중 오직 각자 마음속에 목표를 진지하게 서술한 학생들은 17명 정도였다. 그리고 2000년 32명의 소재를 파악했다. 3명은 사망했으며 살아있는 29명 중 사회 지도자급 위치에 오른 사람은 18명으로, 버킷리스트를 성실하게 작성했던 사람이 16명이나 됐다. 이 연구에서 버킷리스트에 대한 가치를 보여준다. 곧 버킷리스트를 갖고 있다면 그만큼 인생을 진지하게 임하고 있으며 목표를 가지고 전진하기 때문에 어려움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버킷 리스트를 쓴 저 사회 지도자급 위치의 18명도 자신이 갖은 버킷 리스트를 이루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쓰며 달려갔을 것이다.
버킷리스트를 쓰는 건 그리 쉽지 않다. 아주 신중하게 써야 한다. 내가 곧 죽을 거다. 그전에 해야 할 일을 생각해보자는 각오로 써야 한다. 죽음을 생각해야 하고 인생은 유한하다. 유한하기 때문에 한정된 시간 안에서 한정된 꿈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 안에서 음악이라는 버킷리스트를 실현하기까지 내가 해야 할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보자.
호주에서 수년간 호스피스 간호사로 일하며 많은 이들의 임종을 지켜본 브로니 웨어(Bronnie Ware)가 쓴 책, 바로 베스트셀러인 『죽기 전에 가장 많이 하는 다섯 가지 후회(The Top Five Regrets Of Dying)』를 소개한다.
첫째, 나 자신에게 진실된 삶을 살 용기를 가졌어야 했다. 하지만 내 주위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삶을 살며 나 자신에게 정직하지 못했다.
둘째, 그렇게 열심히 일하진 말았어야 했다. 일보다는 가족을 더 돌보고 시간을 많이 보냈어야 했지만 지금은 배우자와의 관계조차 서먹해졌고 애들은 이미 커버렸다.
셋째,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용기를 가졌어야 했다. 내 감정을 주위에 솔직하게 표현하며 살지 못했고 타인과 부딪치지 않기 위해 감정을 억누르며 살았다. 그 때문에 그들이 진실로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될 수 없었으며 병까지 얻은 사람도 있다고 한다.
넷째, 친구들과 더 자주 연락하며 살았어야 했다.
다섯째, 조금 더 행복했어도 괜찮았다. 편안한 삶에 안주하느라 행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못했다. 결국 행복을 위한 선택은 내 몫이었다.
다음 웹툰에서 <나빌레라>라는 웹툰이 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라는 웹툰을 그린 Hun 작가가 연재하는 웹툰이다. 나이 일흔에 발레라는 새로운 도전을 하는 심덕출 어르신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많은 명대사들을 남겼지만 그중에 꼽는다면 “자넨 지금 최고의 시기를 살고 있어. 고민이 된다는 건 행복한 거야. 고민조차 못하게 되는 늙음이 찾아오면 지금 고민하고 망설인 걸 너무 많이 후회하게 될 텐데… 그래도 괜찮겠어?”라는 말이 나온다. 일흔의 나이에 주변 모든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을 위해 치매에도 맞서 싸우며 자신의 꿈을 이뤄나가고 있는 것이다.
당신에게 이 말들이 울림이 있다면 당장 당신의 행복을 위해 실천하자.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이 글을 읽는 이 순간에도, 고민을 하는 이 순간에도 시간은 계속 흐른다. 작곡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다. 오히려 어려운 것은 하고자 할 때 하지 못하는 때를 맞이하게 된 순간이다. 작곡을 하고 음악을 남긴다는 것은 내 이름을 이 세상 끝날 때까지 남겨놓는 일이 될 것이다. 그 위에 직장에서건 가정에서건 무너졌던 자존감이 음악을 통해 세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