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간의 삼남매 오지 탐험
필리핀 남부 루존아일랜드 여행
때는 바야흐로 2020년 1월 초.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전염병인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이라 하마터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뻔했던 삼남매의 일주일 간의 오지 탐험 여행
아직 어린 우리는 단순히 비행기 값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루존아일랜드라는 여행지에 관심을 가졌다. 지금도 정보가 없는 걸 보면 아직도 유명하지 않은 필리핀 여행지. 그 당시에는 없는 정보도 더 없어서 티스토리의 한 블로그에서 그나마 있는 내용을 끌어모아 여행준비를 했던 기억이 난다
막내가 성인이 된 기념으로 삼남매 다 같이 여행을 가보자. 해서 시작한 루존아일랜드 여행. 이때가 아니었다면 우리끼리 꽤 긴 여행을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도 아주 즐겁고 소중했던 경험
알라미노스
납치되는 줄 알고 겁먹었지만 친절했던 현지 사람들
다섯 시간가량을 비행해서 클락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그러나 공항에서 도심까지는 꽤 거리가 있어서 공항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시간표도 따로 없고 현지 직원분에게 물어물어 알라미노스까지 가는 버스 시간을 듣고 공항 근처의 식당에서 밥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한국인은 없었지만 사람들이 꽤 많았던 기억도
그렇게 시내로 가는 버스를 타고 네다섯 시간을 더 달려 알라미노스에 도착했다. 이미 해가 지고 늦은 시간에 도착한 우리. 캐리어를 끌며 낯선 거리에서 돌아다니긴 무서운 마음에 익숙한 맥도날드에 들러 치킨 패밀리 세트를 포장했다. 여기서도 인기 맛집인지 맥도날드에는 긴 줄이 서있던 기억이 난다. 옆의 슈퍼에서 간단히 마실 캔맥주 여러 캔을 사고 에어비앤비로 잡은 숙소로 가는 길
택시가 따로 없어서 미니 툭툭 같이 생긴 트라이시클이라는 현지 이동수단으로 가기로 했다. 2인승이라 어두운 밤에 막내 따로 자매 둘 따로 하나씩 타고 가느라 세상 긴장하면서 구글 지도를 봤다. GPS가 이상했던지 우리 숙소 방향이 아닌 곳으로 찍혀 납치당하는 거 아니야?! 라며 걱정했지만 무사히 잘 도착했다
마음 편히 숙소에서 씻고 짐을 풀고 우리만의 만찬을 즐긴 첫날
알라미노스 천섬 투어
원 헌드레드 아일랜드. 하루 내내 여러 섬들을 돌아다니며 즐기는 물놀이
알라미노스의 호핑 투어인 원 헌드레드 아일랜드. 천섬투어를 하기로 했다. 여러 섬들이 있어서 나룻배 하나와 가이드 한 분을 전세 내고 하루종일 섬들을 돌아다니며 물놀이를 하는 것이다. 엄청 저렴했던 가격이었는데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은 나지 않는다
친절하신 에어비앤비 사장님이 배 선착장까지 데려다주셨다. 바로 작은 모터보트를 타고 현지인 가이드와 짧은 영어들로 이야기하며 섬투어를 시작했다. 막내가 배 위에서 너무 행복해해서 우리도 기분이 좋았던 기억
넓은 바다에 다른 배들도 없고 사람도 없어서 우리 셋이서 바다를 전세 낸 기분에 한껏 들뜬 우리. 중간중간 포토 스팟이라고 안내해 주셔서 배를 잠시 멈추고 열심히 사진도 찍고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도착한 섬
물놀이를 할 수 있는 해변도 있고 먹을 것과 커피를 파는 오션뷰 식당들도 있어서 우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던 기억이 난다. 현지인들에게는 유명한 코스인지 다들 가족 단위로 놀러 온 모습들도 많이 보였다
맑은 바다에서 수영도 하고 하얀 모래사장에서 어린아이들처럼 모래를 가지고 놀기도 하고 귀여운 아가들이 노는 모습을 구경하기도 했다. 동굴 같은 곳도 있어서 거기서 누워서 멍 때리기도 하고
우리가 원하는 만큼 시간을 자유롭게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섬이 질리면 다른 섬을 가자고 하기도. 정원처럼 꾸며진 섬도 있고 어떤 독특한 건물 양식이 있는 섬도 있었던
알라미노스 동네 맛집
운명처럼 우연히 발견한 현지인들의 핫플
거하게 물놀이를 하고 숙소로 돌아와 저녁은 어디서 먹을까 하고 고민하다 숙소 근처에 있는 마을을 구경하자. 하고 동네 산책을 하는데 딱 일몰 시간이라 노을이 진 하늘이 너무 아름다웠다. 길목에서 작은 농구대 하나로 재미있게 농구를 하던 아이들이 생각난다
천천히 걸어 다니는데 어디서 굉장히 맛있는 냄새가 나 돌아보니 동네 사람들로 꽉 차있는 맛집을 우연히 발견했다. 구글 지도로 찾은 맛집도 아니라 고민했지만 음식도 맛있어 보이고 뭐니 뭐니 해도 사람들이 꽉 차있어서 도전해 보기로 했다
자리가 없어 야외 자리에 앉았는데 그 조차도 감성적이었다. 맥주는 시원하지 않았지만 음식이 웬걸 정말 맛있는 것이다. 오징어 볶음 같은 음식과 볶음밥이었는데 정말 꿀맛이었다
바기오 바나우에
우여곡절 힘들게 찾아간 산속의 작은 마을
너무 친절했던 사장님들과 이별하고 알라미노스에서 바기오로 가는 버스터미널을 찾아 간 다음날. 미리 찾아놨던 버스가 없고 티켓 부스에 있는 현지인 직원분과도 소통이 되지 않아 정말 난감했던 순간이었다
손짓 발짓으로 이야기하고 기사님이 바기오!라고 외치는 것을 캐치해서 다행히 버스를 타고 바기오를 향했다. 기진맥진해서 모두가 지쳐 나가떨어진 순간 엄마가 챙겨준 초코바가 우리를 살렸던 기억
예상했던 시간보다는 늦었지만 꽤나 근사한 숙소에 도착했다. 바기오는 꽤 큰 도시라 근처에 쇼핑몰이 있어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 내일 바나우에로 가면 정말 오지 탐험이니까. 하는 마음으로 첫 한식을 먹었는데 맛은 아쉬웠던 기억. 오히려 길거리에서 사 온 망고가 가장 맛있었다. 멋진 식당도 함께 있는 숙소였지만 지친 우리는 다음날을 위해 빠르게 잠에 들었다
바기오는 바나우에를 가기 위한 경유지였어서 따로 어디를 가지 않고 새벽 일찍 일어나 짐을 싸고 바나우에를 가기 위한 셔틀이 있다는 정류장으로 향했다
너무 이른 시간이어서 그런지 식당이 모두 문을 닫아 애들을 어떻게 먹이지 고민했는데 다행히 정류장 근처 햄버거 카페가 있어 테이크아웃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또 무한 대기. 봉고차 하나에 탈 인원이 모여서 바나우에로 출발했다
정말 낭떠러지 같던 아슬아슬한 길목을 운전하던 탈탈거리는 봉고차. 산을 타고 몇 번의 골목을 돌았는지 모르겠다. 처음에는 창 밖을 보며 겁먹었던 아이들도 어느새 잠에 들 정도로 오래 걸렸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무조건 배낭을 메고 왔어야 했던 동네. 봉고차에서 내려 또다시 작은 툭툭을 타고 이동해서 마을 초입에 내렸다. 드디어 마을로 들어가는데 모든 길목이 산길이었다. 그것도 굉장히 가파르고 자칫하면 다칠 수 있는 위험한 길
차가 다닐 수 없는 길이라 캐리어를 들고 등산 하산을 반복하면서 가야 하는 곳이었다. 경사는 가파르지 짐은 많지 심지어 캐리어라 무겁지. 가는 길이 너무 힘들어 한번에 갈 수 없었다
그래도 가는 길에 이 마을에 사는 아이들과 강아지를 구경하는 게 힐링 포인트. 역시나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숙소에 도착했다. 다들 거기로 가는지 모든 마을 사람들이 그 숙소 이름을 말했던
그럴만한 게 숙소 뷰가 정말 예술이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괜히 왔나. 너무 아무것도 없는 곳인데 이거 하나 보려고 여기를 온 게 바보 같은 짓이었나 했는데 도착하자마자 펼쳐진 풍경이 그 걱정을 싹 날려주었다. 대부분의 손님이 배낭여행을 하는 외국인들이었는데 우리만 유일한 캐리어
이곳은 숙소에서 식당도 겸업해서 간단한 맥주와 과자 햄버거로 저녁을 해치우고 하염없이 풍경을 보는 시간이었다. 조용하고 고요한 곳. 눈앞을 가득 채우는 산과 구름 하늘이 굉장히 멋졌던 기억이 난다
정말 힘들었지만 하루 더 있고 싶다는 마음이 들던 바나우에. 다행히 돌아가는 길에는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캐리어를 들어주셔서 조금은 편안하게 돌아갈 수 있었다
비간
유럽에 온듯한 아름다운 휴양지
그렇게 골목골목 돌아오던 봉고차를 타고 이동한 마지막 도시 비간. 오지탐험 하고 나서는 힐링해야지 하고 선택한 곳이었는데 아주 아름다운 도시였다
왜 유명해지지 않았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 유럽에 온 듯한 기분이 드는 멋진 건물들이 있는 관광지. 꽤 좋은 호텔을 선택해서인지 직원분들도 너무 친절하고 나이스했던 기억이 난다
낮의 거리도 활기찬 매력이 있었는데 밤의 비간은 정말 로맨틱하다. 예쁜 건물들의 야경이 쫙 펼쳐지는데 그 골목을 거닐면 내가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기분. 그동안 잘 아껴온 여행비를 다 써버릴 테야 라는 마음으로 좋은 레스토랑에 앉아 진수성찬을 즐겼다. 정말 알차게 즐겼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거리를 거닐며 집으로 가져갈 기념품도 사고 예쁜 카페와 맛집도 가고 그동안 고생했던 우리를 위해 휴양을 제대로 했다. 그동안 배낭 여행자의 마음이었다면 여기서는 정말 관광객이 된 느낌
비간만의 독특한 건물이 있다고 해서 찾은 종탑. 겉모습은 그냥 그랬지만 내부가 굉장히 아름다웠다. 탑 안에서 보는 밖의 도시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던 기억이 난다. 다른 도시들보다 인프라가 잘 되어있어서일까 여행 내내 본적 없는 한국인 분들이 몇몇 보여서 반가웠던 기억
앙헬레스
환락의 도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클락 공항을 가기 전 마지막 경유지 앙헬레스에 왔다. 환락의 도시이니만큼 밤거리가 굉장히 위험해 보여서 호텔 밖을 나가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호텔 식당에서 먹은 음식이 잘못되었는데 애들 모두 배탈이 나고 다음날 나까지 배탈이 나서 앙헬레스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하루 내내 방에서 앓다가 다행히 셋 다 회복되어 무사히 한국까지 귀가한 삼남매
아직도 유명하지 않은 여행지인데 참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루존아일랜드. 기회가 된다면 정말 배낭을 메고 다시 한번 가보고 싶다. 그 때여서 가능했던 어리고 풋풋한 여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