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도 사업 아이템이 될 수 있을까?
타이틀 이미지 ©genron (겐론 공식 홈페이지 화면)
여러분은 '나만의 회사'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아직까지 창업을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아주 작게라도 '내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상상은 종종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창업자들의 이야기를 가끔씩 찾아보게 되는데요. 그중에서도 단순히 회사를 차리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 사회에 결여된 무언가를 직접 만들어보기 위해 창업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날 땐 마음이 많이 끌립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런 인물 중 한 명인, 아즈마 히로키의 창업 스토리를 소개해 보려고 해요.
아즈마 히로키는 일본에서 꽤 영향력 있는 비평가이자 철학자입니다. 도쿄대에서 철학을 전공했지만, 주류 학계와는 다소 결이 다른 관점을 펼치며 동시대 사회를 꾸준히 비평해 온 인물이에요. 제가 느끼기에 그는 사회의 중심에 서는 것을 어느 정도 좋아하면서도 ‘주류’라는 속성을 본능적으로 답답해하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런 성향 때문인지, 그는 기존의 주류 질서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얼터너티브*’ 문화의 가치를 늘 강조해 왔어요.
*얼터너티브(alternative) : 기존의 관습·주류 체계에 대한 비전통적·비주류적 방식
제가 이 분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느슨하게 철학하기』라는 책을 통해서였어요. 제주 독립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책인데, "지금 사회에는 일상 속에서의 느슨하고 가벼운 사유가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기억에 남았었습니다. 그러다 1년 후, 같은 서점에서 『지의 관객 만들기』라는 또 다른 저서를 발견했어요. 이 책을 통해 이 분이 단순한 비평가가 아니라, 회사를 운영하는 사업가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책 내용에 따르면 30대 후반이 되었을 즈음 그는 와세다 대학교의 교수직을 얻고 논단과 문학계에서 인정을 받는 등 안정적인 길에 들어섰지만, 그 길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합니다. 결국 ‘얼터너티브’의 장을 만들고 싶다는 오랜 열망을 담아 ‘겐론(ゲンロン)’이라는 회사를 창업하게 되었다고 해요.
그때 느낀 초조함을 떠올리기는 어렵지만, 아마 뭔가 불편한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주류에 대해 불편한 마음이지요. 와세다대학, 아사히신문, 미시마상, 다 주류지요. 아카데미즘, 저널리즘, 순문학. 제가 좋아하는 건 얼터너티브인데, 어느새 주류의 한가운데에 있었으며 사회적인 책임도 요구받기 시작했습니다. 그럼 돈도 손에 들어오고 훌륭한 사람이 되겠죠. 하지만 그건 진짜 내 인생이 아닌 듯하다는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겐론의 출발점에 있던 제 마음입니다.
- 아즈마 히로키, 『지의 관객 만들기』, 메멘토, p25
아즈마 히로키가 창업한 겐론(ゲンロン)은 출판·행사·교육·방송 등 다양한 업을 아우르고 있는 콘텐츠 플랫폼 기업입니다. ‘겐론’은 일본어로 언론(言論)이라는 뜻으로, 기존 매체와는 구별되는 새로운 언론 환경을 만들어 보겠다는 비전이 느껴지는 이름이죠. 2010년도에 창업해서 현재 약 15년 정도 되었으며 인원 규모는 2025년 기준 14명, 연매출은 3억 엔(약 30억 원) 정도라고 합니다. 사업에 대해서 잘 모르긴 하지만, 규모에 비해 꽤 단단한 기업으로 보였어요.
겐론 경영기를 담은 책 제목이 『지의 관객 만들기』인 이유는, 출판(비평지 ‘겐론’)에 시작해 강연과 행사(겐론 카페) · 교육 프로그램(겐론 스쿨) · 동영상 플랫폼(시라스)까지 업역을 넓혀온 모든 과정이 ‘새로운 지적(知的) 공간’을 창조하기 위한 실험이었기 때문입니다. 보통 창업가들이 쓴 책은 자신이 품고 있던 이상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구현했는지를 중심으로 쓰인 경우가 많은데요. 이 책은 조금 다릅니다. 이상을 펼치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현실과 충돌했던 이야기가 솔직하게 적혀 있어요.
이 글에서는 그 시행착오 속에서 탄생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을 살펴보려 합니다. 일본에서 살아남은 사업 모델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와는 맞지 않는 부분도 있겠지만,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사유의 가치를 지키고 싶은 사람‘으로서 참고할 만한 아이디어가 많이 숨어 있어요. 지금부터 아즈마 히로키의 비즈니스 모델과 이에 대한 제 생각을 하나씩 소개해 보겠습니다.
겐론이 가장 먼저 시작한 사업은 출판이었습니다. 2010년 그는 친한 동료들과 출자금을 모아 작은 회사를 만들고, 젊은 논객들의 비평을 모은 잡지를 기획했습니다. 창간호 『사상지도β』는 트위터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시작하자마자 바로 긍정적인 미래가 펼쳐지는 듯했죠. 그러나 머지않아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이상을 펼치는 데에만 급급한 나머지 수익 구조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고, 동료의 자금 유용 사건까지 겹치면서 재정이 급격히 악화되었습니다.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건, 우연히 벌여 놓았던 또 다른 사업 ‘겐론 카페' 덕분이었다고 해요.
겐론카페는 이름은 카페지만 사실상 토크 콘서트를 개최하는 이벤트 공간입니다. 2013년부터 시작해 현재 월평균 10회, 연간 약 150회의 토크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 이벤트들은 온라인으로도 송출됩니다. 잡담 중에 나온 아이디어로 인해 다소 계획 없이 시작된 사업이었던 터라 처음엔 다소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지만, ‘토크 콘서트를 개최하고, 이를 온라인으로 송출한다’는 컨셉이 확립되면서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했습니다. 매출의 대부분은 방송 수익에서 나오는데, 출판업이 위기에 빠졌을 때 겐론 카페에서만 유일하게 매출이 늘면서 겐론의 중심 사업으로 떠올랐습니다.
생각해 보면 겐론카페는 ‘젊은 논객들이 한 데 모여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에서 기존에 출판하던 비평지와 유사합니다. 그러나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 ‘지면‘에서 ‘물리적 공간‘으로 바뀌었다는 점, 각자 글을 통해 사유를 펼치던 논객들이 라이브로 대화를 한다는 점이 큰 전환의 포인트인 것 같아요. 겐론 카페에서 이루어지는 토크 콘서트는 기본적으로 시간제한이 없다고 합니다. 연단에 선 게스트와 관계자는 언제가 됐든 하고 싶을 때까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죠. 그 자유로움으로 인해 생각지 못한 주제로 이야기가 펼쳐지고, 그 결과로 일상 속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대화의 열기'가 공간을 가득 메우곤 한다고 해요.
겐론카페의 토크는 실질적으로 시간제한이 없습니다. 일단 티켓 판매 사이트나 방송 홈페이지에는 두 시간이나 두 시간 반이라고 적지만, 진행자와 게스트가 원하는 만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의 행사가 예정 종료 시간을 넘어 계속되고, 다음 날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전철이 끊겼다며 불만이 나왔지만, 지금은 손님들이 모두 이런 사실을 압니다. 그래서 카페에 왔다가 행사 중에 돌아가야 해서 그 뒤는 방송으로 본다거나, 거꾸로 방송의 열기를 보고 카페에 오고 싶어진다든가 하는 상호작용이 있습니다. 시간제한이 없다는 사실이 겐론카페의 ‘특별함’을 더해줍니다.
- 아즈마 히로키, 『지의 관객 만들기』, 메멘토, p80-81
겐론카페가 겐론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어 줄 수 있었던 건, 어쩌면 경영자가 사회를 향해 담론을 직접 제시하려던 태도를 조금 내려놓고, 그 대신에 ‘이야기 자체에 대한 사람들의 열망'을 끌어온 덕분이 아닐까 싶어요. 지적 대화를 좋아하는 ‘게스트’에게는 정제되지 않은 채로 이야기할 장소를 제공하고, 생생한 지적 자극을 원하는 ‘관객’을 초대해 사유가 생성되는 과정에 직접 참여시키는 것. 경영자 본인이 이야기의 중심에서 살짝 물러나서, 세상 사람들의 ‘사유에 대한 열정’을 중앙에 세웠기 때문에 사업이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겐론은 겐론카페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사유를 펼쳐내는 ‘플랫폼’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즈마 히로키는 겐론을 통해 자기만의 고유한 철학을 실천하려는 노력 또한 멈추지 않았어요. 그 노력 중 하나가 2012년부터 진행한 ‘체르노빌 다크 투어리즘’ 사업입니다.
다크 투어리즘이란 죽음, 재난, 참사, 폭력, 비극과 관련된 장소를 방문하는 관광을 말합니다. 당시 일본 사회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깊은 상처를 입은 상태였습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좋을지 고민하던 아즈마 히로키는, 과거 원전 사고가 있었던 체르노빌의 관광지화 사업에 대해 알게 되면서 ‘후쿠시마도 관광지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무시무시한 재난이 남긴 ‘무거운 기억‘을 관광객의 ‘가벼운 시선‘으로 바라볼 때, 역설적으로 치유의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고 본 것이죠.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그는 체르노빌 관광지화 실태를 취재하여『체르노빌 다크 투어리즘 가이드』라는 책을 출판했고, 이후 참가자를 모집해 직접 체르노빌로 투어를 떠났습니다. 투어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사업화한 이유는, 체험에서 얻는 통찰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 통찰이란, 체르노빌을 글을 통해 접하면 기존의 ‘비참한 이미지’의 틀을 통해 바라보게 되는 반면 관광객으로서 찾아갈 경우 의외의 긍정적 인상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었죠.
체르노빌 투어는 작지만 겐론의 원점이랄까 철학의 원점에 닿아 있는 기획이기도 합니다. 겐론은 말의 힘을 믿는 회사지만, 말의 힘에 매우 회의적인 회사이기도 합니다. ‘관광’을 통해 이 양면성을 체험해 주길 바랍니다. 많은 분들 덕분에 체르노빌 투어는 2013년 이후에도 거의 1년에 한 번 정도로 계속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겐론은 5회 투어로 100명 이상의 일본인을 체르노빌 원전에 데려간 회사입니다. 저로서는 이런 실천을 거듭 쌓는 것이 ‘논쟁‘보다 중요합니다.
- 아즈마 히로키, 『지의 관객 만들기』, 메멘토, p144
아즈마 히로키는 체르노빌 투어를 통해 후쿠시마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치유의 물꼬를 틔우려 했습니다. 하지만 후쿠시마를 관광객의 ‘가벼운 시선’으로 보려는 태도에 희망이 아닌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었고, 이로 인해 언젠가부터 후쿠시마 문제에 관여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저는 일본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그들이 지진에 대해, 또는 후쿠시마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잘 상상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아즈마 히로키의 활동 자체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철학자가 사회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개념과 언어의 세계에 갇히지 않고 무언가를 직접 실천해보려 했다는 점, 생각을 말로 전하는 대신 경험의 순간으로 사람들을 초대하려 했다는 점은 인상적이었습니다. 말과 정보가 만연하는 시대에 ‘경험‘을, 그것도 매력적인 경험도 아닌 ‘낯설고 불편한 경험’을 상품으로 내걸었다는 것도 의미 있게 다가왔고요.
겐론의 특별한 점은 '직접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온라인 채널을 통한 간접 소통의 가치 역시 무시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앞서 겐론카페가 물리적 공간을 거점으로 하지만 주요 매출은 방송에서 나온다는 걸 말씀드렸는데요. 이렇듯 수년간 온라인과 오프라인 소통의 선순환을 유지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2020년 겐론은 독자적인 동영상 플랫폼 서비스를 런칭합니다. 바로 '시라스(シラス)' 입니다.
그전까지 겐론카페의 토크 이벤트는 ‘니코니코생방송’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송출되고 있었습니다. 니코니코생방송은 유튜브 라이브와 유사한 스트리밍 서비스인데, 시청자가 다는 댓글이 실시간으로 화면 위를 떠다녀서 보다 즉흥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겐론은 이러한 감상 문화를 높이 샀지만, 특정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문제의식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니코니코생방송과의 파트너십은 유지하되, 겐론만의 스트리밍 사이트를 별도로 개발하게 되었죠. 개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아즈마 히로키는 겐론뿐 아니라 다른 창작자들도 시라스에 자유롭게 콘텐츠를 올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겐론의 가치관을 담은 동영상 플랫폼에 대한 구상이 시작되었죠.
시라스는 '양질의 이야기'를 만드는 창작자와 그것을 소비하는 시청자만으로 이루어진 '작은 경제'를 추구합니다. 한 마디로 광고주가 철저히 배제된 구조입니다. 유튜브가 무료 영상을 제공할 수 있는 이유는 광고주가 인프라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입니다. 주요 수익원이 광고주이기 때문에, 창작자가 돈을 벌려면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노출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죠. 반면 시라스는 창작자가 콘텐츠를 직접 시청자에게 유료로 판매하는 구조입니다. 이렇게 하면 창작자는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질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되고, 시청자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지만, 그 대신 구독자를 많이 모으지 않아도 돈을 벌 수 있는 수익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자연스럽게 콘텐츠의 질은 높아지고, 다루는 내용도 훨씬 다양해질 수 있습니다.
겐론을 만든 지 10년, 겐론카페를 연 지 7년이 돼 갑니다. 왜 비슷한 곳이 더 늘어나지 않는지 줄곧 생각해 왔고, 그 의문에 대한 답이 시라스입니다.
지금 인터넷에서는 다들 자신의 일부를 팔아 조회 수를 올리려고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모두가 똑같은 말밖에 하지 않게 됐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다른 가능성이 있을 겁니다. 트위터와 니코니코생방송이 민주주의를 갱신할 거라고 (적어도 일부에서는) 믿던 시대가 있습니다. 그 이상을 다시금 살리기 위해 인간이 인간으로서 존재할 수 있게 하는 공간을 거품처럼 많이 만들고 싶다, 이런 바람을 담아 시라스를 개발했습니다.
시라스는 광고모델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무료 방송도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100만 명이 봐도 의미가 없습니다. 한때 화제가 되기보다 100명의 마음을 확실히 사로잡는,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 창작자와 그런 방송을 보고 싶은 관객을 동시에 지원하는 플랫폼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 아즈마 히로키, 『지의 관객 만들기』, 메멘토, p212
시라스가 사업적으로 괜찮은 성적을 내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인터넷상에 대규모 경제에 대항하는 작은 경제 모델을 실현했다는 것만으로 좋은 흔적을 남겼다고 느낍니다. 이러한 시도가 가능했던 이유는 ‘양질의 이야기’를 갈망하는 사람들만 모아도 지속 가능한 경제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소수에게만 소비되어도 괜찮으니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과, 돈을 더 내도 좋으니 양질의 콘텐츠를 접하며 살아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신뢰한 것이죠. 우리나라에도 그런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선한 주고받음이 이루어지는 작은 경제를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개인적으로 시라스는 책에 나온 겐론의 사업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모델이었어요.
지금까지 아즈마 히로키가 겐론을 통해 만들어 온 ‘대안적인 이야기의 장'을 살펴보았는데요. 공통적으로 그가 만들고자 했던 건, 개개인의 '사유하는 힘'을 이끌어내고 강화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유하는 사람들을 모아 자유롭게 이야기하게 함으로써 그 안에서 또 다른 사유의 씨앗을 탄생시키는 일 (겐론 카페). 특정 지역과 사유하는 사람들 사이에 ‘관광‘이라는 관계를 만들어 회복의 가능성을 도모하는 일 (체르노빌 다크 투어리즘). 사유하는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사고팔 수 있는 마켓 플랫폼을 만드는 일 (시라스). 그 모든 것이, 사유를 통해 힘을 기르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공동체를 실제로 만들어보려는 시도로 느껴집니다.
흔히 창업이라고 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을 도모하려는 시도로 바라보곤 합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알고 나니 창업이 자본주의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시도로 기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적극적이고 파급력 있는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주체는 결국 기업이니까요. 아즈마 히로키 또한 어쩌면 철학이 사라져 가는 시대에, 신나게 철학을 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비즈니스였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사회에 결여된 ‘장소’, ‘경험’, 나아가 ‘경제‘를 창출하기 위한 사업, 또 어떤 형태가 있을 수 있을까요?.
제가 이 사회에 결여된 장소를 만들 기회가 있다면 어떤 곳을 만들고 싶은지, 다시금 상상해보고 싶어집니다.
참고 도서 및 링크
아즈마 히로키, 『지의 관객 만들기』, 메멘토, 2025
메멘토 출판사 도서 소개
겐론 공식 홈페이지
겐론카페 공식 홈페이지
시라스 공식 홈페이지
+ 함께 읽어보면 좋을 책
아즈마 히로키, 『관광객의 철학』, 안천 옮김, 리시올, 2025
아즈마 히로키, 『느슨하게 철학하기』, 안천 옮김, 북노마드, 2021
아즈마 히로키 外, 『체르노빌 다크 투어리즘 가이드』, 양지연 옮김, 마티, 2015
© Unspoken Z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