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크랩네뷸라 Jan 15. 2022

자연과 인간: 살아라, <모노노케 히메>

미야자키 생태주의의 완성작이자 과거를 통해 미래를 바라보는 거울.

모모노케 히메 (1997)


모노노케 히메는 아이누의 신화 중 일부에서 차용했다고 들었다.


아시아의 백인, 아이누족


아이누의 세력분포

 아이누는 일본의 차별받던 민족으로, 야마토인이 일본 남부에서 살아갈 적에 일본 열도 북부지방에서 삶의 터전을 잡고 있었다. 점차 야마토인의 세력이 넓어지면서, 그들은 아이누족의 영토마저 침범하기 시작했고 그들을 쫓아내는 세력의 대장을 정이대장군, 즉 쇼군이라고 불렀다. 여러 쇼군들은 도쿄 이북이던 에미시(에조)의 영토를 1800년대가 될 때까지 홋카이도 이북으로 내몰았고, 1900년대에 이르러서는 천황 중심의 하나의 일본을 이루기 위해 조선인과 같이 아이누의 민족문화를 말살하고 그들의 언어 사용을 탄압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아이누의 정체성은 사할린과 일본 열도에서 사라졌으며 쿠릴열도 일부에만 간간히 남아있게 되었다.


 명나라가 나오는 것으로 보아, 무로마치 막부~전국시대 즈음일 것으로 생각했다. 여성을 주축으로 이루어진 타타라 마을은 여성의 주도하에 생활하고 있었다. 아이누와 여성, 그리고 인간에 의해 파괴되는 자연과 등한시되는 여러 생명들. 차별받는 이들이 중심이 되어 그려나가지는 서사였다. 주인공인 아시타카가 자신을 동북쪽에서 온 민족이라고 한 것을 바탕으로 생각해보면, 히이가 서쪽으로 향하라는 것은 야마토 민족의 영토로 가라는 뜻일 테고 아시타카는 아이누족임을 추측할 수 있다. 극 중에선 양립하는 존재가 계속 등장한다. 성성이와 들개, 인간과 자연, 여성과 남성, 사무라이와 타타라 마을, 사슴신과 에보시 등의 갈등들은 여러 생명체들이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충돌해야만 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듯했다.


 여러 갈등 중 가장 주가 되는 갈등은 역시 인간과 자연 사이의 갈등일 것이다. 인간 무리를 대변하는 타타라 마을은 자신들이 살아갈 삶의 터전을 위해 자연을 파괴하고 있었고, 자연을 대변하는 산은 그 모습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바라보며 적의를 드러낸다. 모든 사실을 알고 보는 시청자의 입장에선 인간이 무조건적인 악으로 보이지만, 타타라 마을의 입장에서 보면 타인에게 쫓기고 쫓겨 삶의 터전을 잡고 악착같이 살아나가기 위해 행하는 어쩔 수 없는 행동이었을 것이다(타타라 마을의 구성원이 팔려온 여성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대사에서 유추할 수 있다). 갈등의 골은 점차 깊어져 시시가미(사슴신)의 머리를 베는 것으로 절정에 다다르고, 산과 아시타카의 사랑과 시시가미의 머리를 돌려주는 것으로 갈등은 해소된다.


산과 아시타카의 사랑


 시시가미와 아시타카가 조우하는 장소는 뭍과 물의 경계이다. 흔히 물을 통해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표현하곤 한다. 한국 최초의 시인 <공무도하가>나 불교의 삼도천 등에서 그 용례를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 나온 <너의 이름은>에서도 타키가 미츠하를 만나러 갈 때 물을 건너 미츠하의 공간으로 간다. 아시타카가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 건너는 물 또한 이승과 저승의 경계일 것이고 산의 말에서 그 증방을 찾을 수 있다. 시시가미가 삶과 죽음을 관장하는 신임을 시사하는 듯한 장면이었고, 이를 표현하는 감독의 연출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생명의 삶과 죽음을 관장하는 시시가미


 산은 자연이고, 아시타카는 인간이다. 산이 인간의 사회 안에서 살아갈 수 없고, 아시타카가 인간을 거부하고 자연 속에서 살아갈 수도 없다. 둘은 서로의 공간에 있되 아시타카가 산을 만나러 가기로 한 뒤 영화는 끝이 난다. 자연과 인간이 치생하는 방법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제시하는 듯했다. 작중 등장하는 코다마들의 모습이라던가, 아시타카가 휴식을 취한 산의 형상, 배경의 색감은 보는 내내 신선했다. 마치 어린아이가 그린 그림일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창의력을 영화에 담아낸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했고, 괜히 하야오 감독이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가라고 불리는 것이 아닐 것이다.



#모노노케히메 #원령공주 #지브리 #생태주의 #미야자키하야오 #하야오 #아시타카 #산 #아이누
#영화추천 #영화리뷰 #영화 #명작 #명작추천

작가의 이전글 <블라인드>, 너만을 바라보는 맹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