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오려내듯 내 기억의 일부를 감춰두고 있었다는 걸.
아빠가 바람이 빠지듯 나직한 소리로 중얼거렸다.
“가을에 웬 비가 이렇게 와. 이러다 누구라도 다치지.”
아닌 게 아니라 비가 너무 왔다. 투두둑, 창틀에 매달린 에어컨 실외기를 연신 두드리는 빗방울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았다. 거실 TV에서는 비구름대가 중부와 남부지방에 3~4일쯤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신발장에서 검정 우산을 꺼내 드는 나를 아빠는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봤다.
“다녀올게요 아빠.”
“비가 이렇게 오는데 어딜 간다고 그래?”
내려쓴 돋보기 위로 치켜뜬 아빠의 눈꺼풀 위에 덕지덕지 걱정이 앉아있었다.
“혜주 만나러 다녀온다고 했잖아요.”
“이 빗속에, 거길 꼭 가야 하겠니?”
“아빠!”
전날 밤 얘기를 꺼냈을 때도 아빠는 못마땅해했다. 빗길에 장거리 운전을 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얘기였지만, 핵심은 그게 아니란 걸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연지군 수암리를 입에 올리면 한 번도 빼놓지 않고 거북하고 꺼림칙한 표정이 되는 아빠다.
“걘 어떻게 아직도 거기 사는지.”
아빠는 긴 한숨을 쉬며 돌아앉았다. 신발을 신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갈 때까지 아빠는 나를 돌아보지 않았다.
수암리를 떠올리면 먼저 생각나는 건 집 천장 귀퉁이에서 피어나던 축축하고 푸르딩딩한 곰팡이다. 처음엔 겨우 아기 손바닥만 하던 것이 점점 자라나 떠나기 직전에는 거의 천장의 반을 덮었다. 누울 때마다 그게 보여서 그랬을까? 그 곰팡이가 잉크처럼 뚝뚝 떨어져 내리는 꿈을 자주 꿨었다. 나는 할머니가 수암리에서 기침병을 얻은 게 다 그 곰팡이 때문이라고 믿었다.
아빠가 수몰 예정지역 보상 업무 담당자로 차출되면서 우리는 인천에서 수암리로 이사했다. 할머니, 아빠, 나 이렇게 세 식구가 탄 5톤 화물차는 차선이 한 개밖에 없는 도로로 한참을 달렸다. 수암리는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안에 있었다. 어쩌다 흘러든 사람도, 물도, 바람도 한 번 들어오면 잘 빠져나가지 않는 곳이었다. 꼬불꼬불 급경사를 오르다 막 내리막으로 바뀌는 지점에서, 수암리 전경을 보았다. 덕적산에서 흘러든 작은 냇물이 마을 감싸며 흘러들고 그 아래 50호 정도 되는 집들과 구불구불한 경계의 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었다. 저수지에 낮게 고인 물이 겨울 햇살을 반사하고 있었다.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아빠가 다정한 설명을 했다.
“물을 가둬둔 거야.”
중학교 1학년에서 중학교 3학년 1학기까지 거기서 학교를 다녔으니까 약 2년 반 정도 수암리에 머문 셈이다. 만약 아빠가 거기 남아 보상 업무를 끝까지 마무리했다면 진급이 유력했었다. 하지만 고집을 피우며 끝끝내 그곳을 떠났다. 할머니가 기를 쓰고 말렸지만 소용없었다. 나도 아빠가 못마땅했다. 식구들에게 털어놓을 수 없었지만, 그때 난 연지군 수암리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윤혜주, 혜주는 반짝거리던 그 작은 저수지처럼 수암리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존재였다. 그곳에서 처음 맞는 가을이었다. 높고 파란 하늘을 머리에 인 덕적산이 산 정상부터 울긋불긋 단풍으로 갈아입고, 몇몇 집 마당에 서 있는 감나무 가지마다 새빨간 홍시가 매달렸다. 나는 버스에서 내려 강아지풀을 입에 물고 집으로 가고 있었다. 이삿짐을 실은 용달 하나가 붕 하고 먼지를 일으키며 지나갔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가 삿대질이라도 해줄 생각으로 고개를 쳐들었다. 10미터쯤 더 갔을까? 차 문이 열리고 내 또래의 여자아이가 사뿐히 내렸다. 플레어스커트가 바람을 맞은 코스모스처럼 살짝 팔락거렸다. 뒤로 묶은 머리카락이 먼저 보인 뒤 하얀 얼굴이 내 쪽을 돌아보았다. 나는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 순간의 모습이 머리에 각인되어버렸다. 혼을 빼앗겨 버린 사람처럼 나는 멍한 얼굴로 집에 돌아왔다. 할머니가 ‘무슨 일이 있는 거냐?’고 몇 번을 물어보셨을 정도였다. 그게 혜주에 대한 나의 첫 기억이다.
‘나 기억해?’
‘혜주니? 그 혜주 맞아? 이거 실화야?’
혜주가 톡을 보낸 건 이 주 전이었다. 나는 톡이 오자마자 거의 동시에 답장을 보냈다. 그날따라 편집하다가 짜증이 나서 계속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던 참이었다. 저녁 뉴스에 대려면 4시 반 전엔 가편집 끝내고 오케이 사인을 받아야 하는데 영 진도가 안 나갔다. 그러다 톡을 보고 머리에 찬물 한 바가지를 끼얹은 것처럼 단박에 정신이 맑아졌다. 번호를 몇 번 바꿔서 알아내기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내 번호를 알았는지 신기했다. 혜주의 톡 프로필은 회색빛 실루엣, 눌러서 들어가도 사진 같은 건 없었다.
‘기억하는구나.’
‘와! 와! 당연하지. 어떻게 너를 잊어?’
아주 잠깐의 시간이면 충분했다. 내 안 깊숙한 곳에 죽은 듯 처박혀 있던 기억들이 방금 낚아 올린 물고기처럼 펄떡펄떡 되살아났다. 아득하지만 뜨겁고, 간질간질하지만 날카로운. 동시에 내 가슴 한편은 주먹에 맞아 피멍이 든 것처럼 아프고 아렸다. 나는 왜 혜주에게 연락 한 번 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걸까?
‘이번 여름에 휴가 갔었어?’
‘휴가?’
‘아니 못 갔어. 여기 휴가 잘 못써.’
갑자기 휴가 얘기를 꺼내다니. 이게 어떤 맥락인 거지? 나는 머리를 돌렸다.
‘나 보러 올래?’
‘그럼, 당연히 봐야지. 지금 어디 살아?’
‘연지군.’
‘연지군? 우리 살던 연지군? 정말이야? 거기 계속?’
‘너, 보고 싶더라.’
혜주는 키다리 아저씨가 넓은 보폭으로 척척 앞으로 나아가듯 주저함 없이 진도를 뺐다. 내 얼굴이 훅 달아올랐다. 나는 얼굴이 뜨거워서 손부채를 열심히 부쳤다. 편집실은 장비의 열기를 식히려고 에어컨을 항상 틀어놔서 시원하다 못해 추운 곳이다. 그런데도 갑자기 너무 더웠다. 안경 콧잔등 주변으로 뽀얗게 김까지 서렸다.
‘거짓말.’
‘왜, 못 믿어?’
‘응.’
‘내가 그렇게 바람둥이 같아?’
‘뭐?’
혜주가 바람둥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보고 싶었다’는 혜주의 말을 믿고 싶었지만 믿지 않았다. 그랬다. 혜주는 빛나는 사람이었으니까. 나는 떠났지만, 그 뒤에 곧 다른 누군가로부터 열렬한 사랑을 받게 되었을 테니까.
‘너 알아? 키스한 거, 처음이었어.’
‘…’
산길 초입에 서 있던 커다란 밤나무 아래였다. 널찍한 나무 밑동이 있는 데다 가까이 다가오지 않으면 키가 작은 잡목들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담임 선생님 욕부터 시작해서 밑도 끝도 없이 여러 주제를 오가는, 여중생들의 평범한 수다였다. 그렇지만 항상 시간은 너무 빠르게 흘렀다. 어느 날, 어스름이 내리던 때, 혜주는 살며시 내 손 위에 자기 손을 얹었다. 내 심장이 쿵쾅거렸다. 그걸 감추려다 보니 더 얼굴이 붉어졌다. 혜주는 그런 내 모습을 한참 바라보다 가만히 자기 입술을 내 입술에 포갰다. 보드랍고 촉촉하고 따뜻한 느낌이 났다. 살냄새가 났다. 아직 붉어지기 전 복숭아 같은 푸릇푸릇한 향이었다.
‘다다음 주면 보건휴가 쓸 수 있을 것 같아.’
‘오는 거야?’
‘응. 그럼. 네가 지금 나를 가지 않을 수 없게 했잖아.’
혜주에게 내가 가장 필요했을 때, 나는 그곳을 떠났다. 중3 때였다. 봄부터 보상 절차가 착수되면서 마을 사람들이 변했다. 살던 집도 논도 밭도 문서에 누가 소유로 나와 있느냐만 중요했다. 날 보면서 ‘엄마 없어 어쩌누’ 하며 자두 한 알 누룽지 한 그릇 살뜰히 챙겨주시던 구산 아줌마의 정 넘치던 눈이 도깨비 눈이 되어 불을 뿜었다. 개미 새끼 하나 못 죽이던 순둥이 민식 오빠가 대낮에 퍼렇게 날 선 낫을 들고 돌아다녔다. 꺼떡 하면 고성이 오가고, 멱살잡이가 생겼다.
혜주 아빠가 돌아가신 것도 그 무렵이었다. 졸업식 사진에서 떼어냈는지 함박웃음을 웃고 있는 영정 앞에 모녀가 나란히 앉아있었다. 돌아가신 건 혜주 아빠인데, 혜주 엄마도 상처투성이였다. 머리카락이 광인처럼 흐트러지고 왼쪽 턱과 뺨에 시퍼렇게 멍이 들어있었다. 그런 엄마를 보호자인 듯 혜주가 꼭 안고 있었다. 나는 차마 다가가 아는 척을 할 수가 없었다. 조문객이 드물었다. 봉투를 놓고 가는 경우는 더 없었다. 마을 대소사에 안 끼는 데가 없는 오씨네 할아버지도 안 보였다. 혜주 엄마는 베트남 사람이었다. 죽음에 얽힌 사연을 묻는 사람도 답하는 사람도 없었다.
나는 아무래도 이해가 안 갔다. 나는 전전날 그 집에서 저녁을 먹었었다. 혜주네 부모님이 사이좋게 마당 텃밭에서 상추를 뜯었었다. 혜주 엄마는 나를 보며 어눌한 발음으로 ‘상추 먹지?’ 했었다.
장례를 치른 뒤 혜주 엄마는 바로 일을 시작했다. 전보다 더 많이 일했지만, 더 적게 돈을 받았다. 혜주는 마치 벙어리가 되었다는 듯 대부분의 시간 입을 닫고 지냈다. 나는 엉큼하게도 혜주가 무리에서 유리되는 게 더 좋았다. 나는 할머니를 졸라 매일 도시락을 두 개씩 싸갔다. 내가 사랑하는 걸 알았기 때문에 혜주는 부끄러워하지 않고 내가 건네는 도시락을 받았다. 나는 혜주가 교실 창가에서 가만히 입을 오므리고 음식을 씹는 모습을 바라보는 게 좋았다. 바람이 불면 귓가의 잔머리가 살랑거리며 흔들렸다. 혜주는 나를 보며 미소 지었다. 버스를 타고 마을로 들어오는 내내 나는 혜주의 손을 꼭 잡았다.
떠난다는 아빠의 일방적인 결정이 내려졌고 나는 그걸 뒤집을 만한 힘이 없었다. 그런데 혜주에게 차마 그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내가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걸 전달할 용기가 나에겐 없었다. 떠나기 전날에서야 나는 혜주에게 말했다. 그 밤나무 아래에서였다. 혜주는 촛불이 꺼지는 것처럼 훅 낯빛이 어두워졌다. 순간적으로 비틀거리기까지 했다. 넘어질까 봐 나는 손을 뻗었다. 그 손을 혜주는 차갑게 쳐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 눈을 바라보지 않았다. 그대로 돌아서서 달려 멀어졌다. 이삿날, 마을 어디에서도 혜주를 찾을 수 없었다. 꼬불꼬불 덕적산 고개를 넘어 인천 이사할 집에 도착할 때까지 나는 내내 눈물을 흘렸다. 둑이라도 터졌는지 도무지 멈출 수가 없었다.
‘너 차 있어?’
‘아니.’
‘벌이가 신통치 않아?’
‘실망한 거야?’
‘응. 많이.’
나는 일부러 큰 웃음소리를 냈다. 혜주도 나이를 먹었나 보다. 내 나이 서른셋이니, 혜주도 가정을 꾸렸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가정을 꾸리면, 생활인이 되면 누구나 속물이 된다고들 하니까. 내 기억 속 혜주는 세상의 부를 무시하고 업신여기고 경멸하는 사람이었다. 그건 이제 생각해 보면 혜주 스스로 층층이 쌓아 올린 상처와 반감 때문이었을 지도 모른다. 혜주네는 오 씨네 빈집에 살며 오 씨네 땅을 부쳐 먹는 신세였다. 혜주 아빠는 그 집안사람들 말이면 당장 똥물이라도 퍼먹을 것처럼 비굴했었다.
‘뭐야, 너?’
‘면허도 없는 거야?’
혜주는 농담하는 게 아니었다. 진지했다. 내 웃음소리가 민망해졌다. 그래서 나도 진지하게 답을 해야 했다.
‘운전은 잘해, 근데 서울로 출퇴근할 땐 차가 오히려 불편해.’
‘빌려서 오면 안 되니?’
나는 혜주에게 ‘통화하면 안 되겠느냐’고 했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라고 했다. 혜주는 ‘꼭 차를 타고 와야 볼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나는 혜주의 말이 일리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산과 들로 다니며 수십, 수백 년 동안 만든 옛길들이 이제는 흔적 없이 사라졌을 것이다. 대신 나무를 자르고 산을 깎아 쭉쭉 뻗은 차도를 냈을 것이다.
나는 인천으로 이사를 온 뒤 연지군 수암리에 가본 일이 없다. 물에 잠긴 마을을 굳이 봐야 할 이유가 없었다. 나지막하고 봉긋한 지붕들도, 호박이며 쑥갓 같은 것들이 자라던 앙증맞은 집 앞 텃밭들도, 경운기가 컹컹거리며 지나던 좁은 포장길도 사라졌을 테니까. 막연하지만 부정할 수 없는 두려움도 있었다. 댐으로 가둔 그 시퍼런 물이, 모든 것을 삼켜버린 물이 손을 뻗어 내 발목을 붙들고 끌고 들어가는 꿈을 몇 번 꿨던 것도 같았다. 그런데 혜주는 아직 거기 산다고 했다. 마을 사람들이 이주한 읍내 다른 마을을 얘기하는 건가 보다 생각했다.
연지군은 집에서 멀었다. 출퇴근 시간을 피해 출발한 거였는데도 고속도로는 막혔다. 비까지 내려서 꼬박 5시간이 걸렸다. 나는 지쳐가고 있었고 조바심이 났다. 표지판에서 ‘연지군’이라는 글씨를 읽었을 때 이미 날은 어둑해졌다. 비까지 내리고 있어서 신경이 곤두섰다. 물에 젖은 도로는 차선도 잘 안 보였다.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나는 네비게이션이 좌회전하라고 한 곳이 이번 사거리인지 다음 사거리인지 헷갈려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때 조수석 창문을 쿵쿵 치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하마터면 폰을 떨어뜨릴 뻔했다. 끼어든 일도 없는데? 고개를 돌렸는데 빗물로 얼룩진 유리창 밖에 아무도 없었다. 잘못 들었나? 하고 고개를 갸웃하는데 기분 나쁜 시선이 내 얼굴 왼쪽으로 꽂히고 있는 게 느껴졌다. 운전석 쪽이었다. 소름이 돋았다. 나는 창문으로 고개를 돌리기 전에 먼저 잠금장치가 있는 손잡이를 봤다. 다행히 차 문은 잠긴 채였다. 차를 출발시키려면 일단 창밖을 확인은 해야 할 것 같은데 목이 돌처럼 뻣뻣했다. 만약 험상궂은 사람이면 문을 안 열고 바로 달아날 생각이었다.
심호흡을 한 뒤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거기엔 백발의 할머니가 서 있었다.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할머니의 눈동자는 어둠에 가려졌고, 이빨이 몇 개 남지 않은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다. 뒤에서 빵빵하고 경적 소리가 들렸다. 오히려 반가웠다. 앞을 보니 신호가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슬쩍 왼쪽을 돌아봤는데 아무도 없었다. 난 침을 꿀꺽 삼키며 가속 페달을 밟았다. 차가 막 나가려는데 뭔가 보닛 앞으로 뛰어들었다. 나는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하마터면 칠 뻔했다. 그 할머니였다. 50대로 보이는 남자가 내 쪽으로 미안하다는 손짓을 한 뒤 할머니의 팔목을 비틀어 끌고 갔다. 뒤에 있던 차들이 다시 일제히 경적을 울렸다.
“죽을라고 환장했나 이 할망구가. 왜 차도에 뛰어들고 지랄이야. 제기랄, 돈이고 나발이고 꽝꽝 묶어 놔야지 안 되겠네.”
끌려가면서도 할머니는 자꾸 내 쪽을 돌아봤다. 팔순 잔치에나 입을 법한 진달래 빛 한복을 차려입고 있었다. 요양병원에 입원했다가 탈출한 건 아닌 것 같았다. 내 뒤에 서 있던 차들은 창을 내리고 욕을 하면서 앞질러 갔다. 할머니가 차도를 완전히 벗어난 걸 확인하고서야 나는 출발할 수 있었다.
혜주가 만나자고 한 곳은 함께 다니던 여중 앞이었다. 추억이 깃든 장소였다. 약속을 하지 않아도 먼저 끝난 사람이 기다려 주던 곳. 우리는 연인이었지만 자매 같기도 했다. 같은 학교, 같은 마을의 동갑내기였고 비슷한 시기 수암리에 굴러들어온 외지인이었다.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학교 앞으로 난 길이 조금 넓어지고 보도블록이 깨끗하게 깔렸다는 것 외에 달라진 게 별로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정문 앞에 차를 세웠다. 우산을 받치고 나갔다. 교문 기둥에 음각된 학교 이름은 그대로였지만 쇠로 만든 문이 발로 차면 툭 떨어질 정도로 붉게 녹이 슬어 있었다. 쇠사슬에 걸어놓은 자물쇠도 붉다 못해 시커멓게 되어 있었다. 학교가 문을 닫은 모양이었다. 서울에도 학생이 없어 문을 닫는 학교가 생겼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우산 위로 우두둑 소리를 내며 굵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멋을 내려고 차려입은 얇은 베이지색 바지가 젖어 다리에 달라붙었다. 흙바닥을 튕겨 올라온 빗방울 때문이었다. 더 두었다간 속옷까지 젖을 것 같았다. 차에서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하고 돌아섰다.
두어 걸음을 걷다가 나는 넘어질 뻔했다. 뭔가 물컹한 걸 밟았다. 나는 옆으로 물러서 상체를 약간 숙이다가 소리를 질렀다. 고양이었다. 고양이의 사체였다. 뭔가에 두들겨 맞은 건지 아니면 차에 치인 건지 꼬리 아래 엉덩이 부분이 검붉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털은 비에 젖어 짓이겨 놓은 걸레처럼 헝클어져 있었다. 서늘한 기운이 고양이를 밟은 왼쪽 발을 타고 올라오는 것 같았다. 불쌍했지만 치울 용기는 없었다. 나는 외면하고 차로 뛰어갔다.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았다.
"왔어?"
갑작스런 인기척에 내 몸은 자리에서 들썩했다. 나는 왼손을 가슴에 얹고 소리 나는 쪽을 봤다. 혜주였다. 혜주가 조수석에 앉아있었다.
“왜 놀라?”
고양이를 밟은 것도 고양이가 죽은 것도 내 탓은 아니었다. 하지만 혜주한테 얘기할 수는 없었다. 혜주는 내가 질투할 정도로 고양이랑 친했다. 고양이들은 혜주를 보면 강아지처럼 달려와 자기 몸을 비볐다. ‘뒷산에서 고양이 떼를 이끌고 내려오는 걸 봤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마을 사람들은 ‘재수 없다’고 손가락질했다. 미워할 구실이었다. 나이가 많으나 적으나 남자들은 혜주를 보면 침을 흘렸다. 그러고는 눈길도 주지 않는 혜주를 저주했다. 여자들은 남자들을 욕하지 않고 혜주가 끼를 부린다고 욕했다. 내가 고양이보다 우선순위가 밀리는 것 아니냐고 투덜거렸을 때, 혜주는 평행봉 위를 사뿐사뿐 걸으며 말했다. ‘너는 항상 내 곁에 있을 순 없잖아.’ 그때 혜주의 말이 목에 걸린 가시처럼 오래 남았었다.
“깜짝 놀랐잖아. 언제 탄 거야?”
“응, 교문 앞에 도착하는 거 봤어.”
난 그때에야 혜주의 모습을 제대로 봤다. 흰 블라우스에 짙은 남색 치마를 입고 있었다. 앞머리는 눈썹 위에서 찰랑거렸고 뒷머리는 단정하게 고무줄로 묶었다. 곱게 피어나던 여중 시절, 타임머신을 타고 곧장 건너왔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혜주는 변한 게 하나도 없었다.
“밥 먹으러 가자.”
“이름이 뭐야? 네비게이션 찍고 가자.”
“안 나올 거야.”
“생긴 지 얼마 안 된 곳이구나? 안내할 거야?”
“그럴게.”
비가 굵었다. 라디오 음악방송 중간에 날씨 얘기가 나왔다.
‘가을장마는 여름장마 보다 전체 강수량은 적지만 짧은 시기에 집중적으로 비가 쏟아지는 경우가 많아서 피해도 더 커질 수 있으니까 각별히 유의하셔야겠습니다. 57분 기상정보였습니다.’
자동차의 와이퍼가 격하게 좌우로 움직였다. 앞 유리창과 고무가 마찰하면서 생겨난 찌걱거리는 소리가 둘 사이의 공간을 간신히 메우고 있었다. 혜주가 입을 열었다.
“나 좋아했어?”
혜주의 질문은 너무 갑작스럽고 직설적이었다. 그렇지만 피해 갈 방법은 없었다.
“그랬던 것 같아.”
“지금은 아니야?”
나는 혜주를 사랑했다. 그리고 혜주 말고는 다른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도 없다.
“글쎄…”
그렇지만 스스로 반문해야 했다. 내내 잊고 지냈다면, 그게 과연 사랑이라 말할 수 있을까? ‘인천에 와서 뒤쳐진 공부를 따라잡느라, 할머니 돌아가시고 집안이 크게 기울어 등록금을 버느라, 직장을 잡는다고 수십, 수백 번 원서를 쓰고 면접을 하느라...’ 나는 이런 이야기들을 변명이라고 늘어놓을 수 있는 것일까?
“그래… 내가 먼저 연락했지.”
“…”
“괜찮아. 이렇게 나한테 왔잖아.”
“...”
혜주 아빠의 상을 치르고 한 달인가 지나서였던 걸로 기억한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밤이었다. 혜주가 예고 없이 우리 집에 찾아왔다. 온몸이 젖어있었다. 얼굴은 창백했다. 신발도 신지 않고 있었다. 할머니와 아버지는 반갑게 여기지 않았다. 나는 혜주를 얼른 방에 들였다. 혜주는 사냥개에 쫓기다 동굴로 숨어든 토끼처럼 숨을 헐떡거렸다. 창백해진 얼굴에 입술은 파랗게 식어있었다. 나는 푹 젖어 몸에 달라붙은 혜주의 옷을 모두 벗겨냈다. 그리고 얼굴과 가슴, 생채기 투성이인 다리와 발까지 혜주를 닦아주었다. 나는 혜주의 떨리는 몸을 꼭 안았다. 한참이 지나 혜주는 울기 시작했다. 울음이 밖으로 새어 나오면 큰일이라도 날것처럼 입을 다물고 울었다. 그날이었다. 서울에서 사업을 크게 한다는 오 씨네 큰아들이 마을에 찾아왔던 날, 돼지를 잡고 술판을 벌여 동네가 낮부터 시끄러웠던 날. 아빠는 그날 이후로 ‘여기를 떠야 겠다.’는 소리를 자주 하기 시작했다.
나는 혜주의 손을 잡고 싶었다. 그렇지만 운전대에서 오른손을 떼기엔 도로 상황이 너무 나빴다. 가로등 하나 없는 어둠에 빗방울은 유리창을 때리듯 쏟아졌다. 와이퍼가 미친 듯이 움직이고 있었지만 100미터 전방도 잘 안 보였다.
“미안해.”
혜주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하다고? 뭐가?”
잘 안 들려서, 나는 되물었다.
“그래서,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어. 이런 부탁을 하는 데까지.”
“부탁? 여기로 부른 거?”
“응.”
그런 말을 하는 건 내가 아는 혜주가 아니었다. 혜주는 주저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겁을 내고 물러서는 사람이 아니었다. 공연히 추파를 던지는 동네 어른에게도 ‘나이 값을 하라’며 쌍욕을 내지르는 그런 사람이었다.
“뭐야 혜주! 아주 딴사람이 되었네. 그 성질머리 어디 팔아먹은 건데?"
“너무 외로웠어.”
나는 고개를 돌려 혜주의 얼굴을 봤다. 그 말을 듣고도 돌아보지 않을 수는 없었다.
나를 보는 혜주는 행복하게 웃고 있었다. 그때였다. 자동차가 뭔가에 부딪혔다. 핸들이 꺾이며 차가 돌았다. 중앙선을 넘었다. 내 눈앞으로 산비탈이 달려들었다.
혜주의 손이 나를 잡아끌었다. 나는 마을 북쪽 폐가에 와있었다. 툇마루를 가운데 두고 두 개의 방이 붙은 작은 집이었다. 불빛은 보이지 않았다. 돌아보니 혜주가 안 보였다. 끙끙거리는 작은 소리가 들렸다. 작은 방 창문 너머 어둠 속에 사람 형체가 보이는 것 같았다. 나는 용감하게 대문을 열고 들어섰다. 툇마루에 올라 작은방 문을 열었다. 거기에 피투성이가 된 혜주가 있었다. 한쪽 눈이 흉측하게 부어올라 있었다. 입에는 재갈을 물고 있었다. 손과 발은 옅은 국방색 노끈으로 묶여있었다. 바닥엔 고양이 사체들이 흩어져 있었다. 그런데, 거기에 한 명이 더 있었다.
“그냥 한 번 주면 될 걸. 상황이 복잡해졌잖아.”
남자가 고개를 돌려 ‘칵’하고 침을 뱉었다. 피가 섞여 있었다. 남자의 얼굴과 팔에 날카로운 상처가 여러 개 나 있었다. 할퀸 상처 같았다. 그 폐가는 여간해선 사람들이 접근하지 않는 곳이었다. 무녀가 목을 매달았던 집이었다. 나지막한 언덕으로 가려져 마을에선 불빛조차 보이지 않는 곳이었다.
“얘기 안 하든? 니 엄마가 버티다 니 아빠 그 꼴 났다고?”
남자가 혜주에게 다가섰다. 혜주가 몸부림쳤다.
“가만히 있어. 빨리 끝낼 테니까.”
남자가 바지를 내리고 혜주를 생선 뒤집듯 뒤집었다. 무릎으로 넓적다리를 짓눌렀다.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정환이 여기 있니?”
남자는 벌떡 일어나 얼굴을 흉하게 일그러뜨렸다. 바지를 추키고 툭툭 흙을 털어내더니 밖으로 나갔다.
“어서 가자, 수문 열린다고!”
나이가 지긋한 여자가 악을 쓰며 남자를 재촉했다. 저벅저벅 집에서 멀어져가는 발소리가 들렸다. 혜주는 엎드린 자세 그대로 고개가 푹 꺾였다. 마지막 남은 힘까지 짜내다 탈진해 버린 것 같았다. 나는 그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너무 두려워 미친 듯이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바람 빠지는 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결박을 풀어야 했다. 아무리 손을 뻗어도 혜주에게 닿지 않았다. 거센 물줄기가 흙을 쓸어내는 소리가 천둥 치듯 으르렁거렸다. 흙탕물이 문지방을 넘어 꿀렁꿀렁 들어오고 있었다. 혜주가 엎어져 있는 방바닥에 시커먼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이선아씨?”
나는 병원에 누워있었다.
“…”
간호사는 사무적인 말투로 짧은 시간 동안 나에게 많은 정보를 전달했다.
“교통사고가 났었어요. 약한 뇌진탕 소견인데, 선생님께서 큰 문제 없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보호자를 부를 상황이 못 돼서요. 원무과에 꼭 들러서 입원비 계산하고 가셔야 합니다.”
“…”
“그리고, 조금 뒤에 경찰이 올 거예요. 보험사에서도 몇 번 왔다 갔어요.”
“…”
기억이 났다. 사고가 났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혜주의 얼굴을 보았었고 뭔가 덩치 큰 걸 들이받았다. 그런데 혜주는 어떻게 된 거지?
“혹시 사고 때 저랑 같이 온 여자는 없었나요?”
나는 막연하게 차 앞으로 뛰어든 게 고라니 같은 들짐승일 거라고 생각했다.
“여자 말고 남자요. 그분 도착하셨을 때 이미 사망하셨어요. 자세한 건 경찰서에서 들으세요.”
혜주 얘기가 아니었다. 간호사 표정으로 보아 내가 친 게 동물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같이 가시죠. 만약 거부하신다면 긴급체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눈매가 매서운 형사는 나를 연지경찰서로 데려갔다. 건물은 30년은 더 되어 보였다. 곳곳에 페인트칠이 벗겨진 복도에선 곰팡이 냄새가 났다. 나를 데려간 곳은 교통사고 조사팀이 아니라 형사팀이었다. 형사는 포로를 인계하듯 나를 늙수그레한 형사 앞에 앉혔다. 그는 형사팀장이라고 자기를 소개했다. 옆집 아저씨처럼 넉넉한 인상이었다. 종이컵에 담긴 자판기 커피를 마시라고 내밀었다. 내 이름과 나이, 직업 등을 확인한 뒤에 형사팀장이 가장 먼저 물어본 것은 ‘왜 이곳에 왔는지’였다.
“다시 말해주실래요?”
“말씀드린 그대로예요. 고향 친구가 보고 싶다고 연락을 했어요.”
형사팀장은 연신 뒷머리를 긁었다.
“그게 누구라고요?”
“조금 전에 말씀드렸잖아요. 윤혜주.”
“자꾸 이러시면 곤란한데.”
나는 형사팀장이 짓고 있는 못마땅한 표정의 이유를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죄를 지었단 건 알겠는데, 뭘 자꾸 이런다는 거죠?”
“여기 경찰서고요, 이선아 씨 조서를 받고 있어요. 기록으로 남는 법률행위라고요. 다시 묻습니다. 여기 무슨 이유로 온 거라고요?”
형사팀장의 목소리가 커졌다.
“톡 온 걸 보여드리면 되겠네.”
형사팀장의 쌍꺼풀 없는 쭉 찢어진 눈이 송아지 눈만큼 커졌다.
“톡이요?”
‘뭐지? 톡으로 친구와 연락을 주고받은 게 그리 놀랄 일인가?’ 그의 반응 때문에 내가 더 놀랐다. 나는 혜주와 나눈 대화의 마지막 대목을 찾아서 그에게 보여줬다. 그는 내 폰을 들고 한참 동안 그 메시지를 들여다봤다. 보다가 천장을 올려다보고 다시 들여다보고 한숨을 쉬고 그러기를 반복했다. 형사팀장은 메시지를 더 올려 볼 수 있느냐고 요청했지만 나는 단호하게 그럴 수 없다고 했다.
“이런 건 처음이네요.”
“뭘 더 보겠다는 거죠? 말씀드렸잖아요. 빗길에 차 앞으로 곧장 뛰어드는 걸 어떻게 피하느냐고요? 렌터카에 블랙박스도 달려있는데 그거 경찰에서 이미 다 보신 거 아닌가요? 제가 이곳에 온 이유가 왜 중요하냐고요?”
“윤혜주 씨, 오래전에 죽었어요. 블랙박스에도 이선아 씨 목소리 말고는 녹음된 게 없어요.”
나는 종이컵을 떨어뜨렸다. 커피가 바닥에 쏟아졌다.
팀장은 119를 불렀다. 출동한 구급대원들이 내 상태를 보더니 병원에 실려 갈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한 시간쯤 지나서야 나는 겨우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그냥 경찰서에 있겠다고 했다. 계속 조사를 받겠다고 했다.
“10여 년 전에 실종됐는데, 작년에 시신을 찾았어요. 가뭄에 저수지 바닥이 드러나면서요. 어떤 미친놈들이 무당이 묻어놓은 돈을 찾겠다고 폐가를 뒤지다 손발이 묶인 뼈가 나오니까 놀라서 신고했어요. 어제 선아씨가 친 사람 말이에요, 신원 확인하려고 채혈했는데 하필 윤혜주 씨 옷에서 나온 DNA와 일치한 겁니다. 오정환 씨였어요. 일이 아주 이상하게 튄 거죠. 그 집 어머니도 어제부터 갑자기 위독해지셨다는데 도대체 지금 뭔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제야 나는 깨닫게 되었다. 가위로 오려내듯 내가 내 기억의 일부를 아예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꼭꼭 감춰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천으로 올라온 뒤에도 나는 혜주와 편지를 주고받았다. 혜주는 고3 여름에 보낸 편지에서 연지군 수암리를 떠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딱 한 달만 우리 집에 머물게 해주면 안 되느냐고 애원했다.
나는 그 편지에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