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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은우 Apr 08. 2023

프랜차이즈 대표였는데 아파트 경비일을 한다고요?

화무십일홍 권불십년(花無十日紅權不十年)

아프니까 사장이다 커뮤니티에

쓴 글이기도 합니다.




"형님 권무십일홍이라고 아십니까?"

"화무십일홍이겠지..."



재미있게 본 디즈니 드라마 '카지노'의 최민식 이동휘 배우의 대사입니다.



화무십일홍 권불십년(花無十日紅權不十年)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넘기지 못하고 , 아무리 막강한 권력이라 해도 10년을 넘기지 못한다."



아파트 보안일하는 일터에서 30대 초반의 직장동료와 나눈 대화에서 문득 드라마 장면이 생각났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은 평소에는 보기 드문 고가의 차량인 '멕라렌'이나 '롤스로이스'도 종종 보이는 고급 아파트입니다. 여기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도 '금전적으로 부를 이룬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됐습니다. 아파트 보안일이지만 저에게 분명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부분의 입주민들은 자가비중이 높고 자산가치가 100억이 넘는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지방이고 연식은 조금 있는 아파트라 유튜브 스타, 젊은 갑부들은 없습니다.


오랫동안 본업을 하신 기업대표님들, 의사,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 종사자(특히 법인 대표님) 자영업 보다는 그 상위 유통업, 무역업, 또는 건설업 대표님들도 많습니다.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는 아니라서 젊은 분들 보다는 중년이상의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다들 친절하시고요, 매너도 너무 좋으십니다. 사모님들은 먹을 것을 많이 챙겨주십니다.




근무지가 특이한 만큼 일하는 분들도 이색이력이 많습니다. 6개월간 이 일을 하면서 많은 직장동료들을 만났는데요(근무기간이 평균 3개월: 밤 낮이 바뀌는 일이라 본인과 맞지 않으면 금방 그만두는 비중이 큽니다.) 전직 고깃집 사장, 횟집 사장, 빵집 사장, 쇼핑몰 대표, 목수, 고시생, 유통회사 대표, 스타트업 대표, 프로그래머, 방송작가, 등등... 전직이 다들 화려합니다. 공통점은 다들 한 번씩 넘어진 경험이 있다는 겁니다.


나이 제한이 있어서 대부분 30~40대입니다.  40대 초반인 저는 근무자들 중에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합니다.



"형님 앞전에 무슨 일 하셨어요?"

"어... 사업하다가 좀 날려 먹었어...ㅎㅎ"

"다들 여기 사연 있는 사람들이잖아요...ㅎㅎ"


입사 초반에 그렇게 말을 걸어준 친구는 30대 후반(미혼)의 컴퓨터 프로그래머이자 작은 회사의 대표였는데 코인에 투자했다가 폭락으로 아파트 보안경비를 하게 됐다고 했습니다.


"제일 많이 찍었을 때는 20억 딱 찍었었죠."


그 친구는 5000만 원으로 시작한 비트코인 투자가 20억을 넘길 때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포르셰 계약금 걸고 출고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반도체 대란으로 출고가 늦어졌고 결국 차가 나오기 전에 코인은 폭락했다고 합니다. 추가 투자로 인한 1억 원의 빚도 생겼다고 했죠. 6개월간 정리할 것을 정리하고 프로그래밍 일을 해서 7000만 원 이상을 갚았는데 최근 들어 일이 없어서 아르바이트 알아보다가 여기까지 왔다고 했습니다.

(루나 사태의 피해자)


"앞으로 코인 또 들어갈 거야?"

"절대 안 하죠. 저는 이번에 많이 느꼈습니다. 제가 일해서 버는 돈도 꾀나 많다는 걸요. 다음 달 월급 타면 빚 청산합니다. ㅎㅎ"



20억이라는 잔고를 맛본 후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의 멘털 관리가 쉽지 않았을 텐데  그 친구는 예전보다 강인해졌음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이번달까지 일하고 프로그래머로 일 하기 위해 서울로 간다고 합니다.



최근 들어 새로 입사한 친구 또한 주식투자를 주업으로 하는 30대 초반의 친구였습니다. 이 친구는 사정이 힘들어서 일하러 온 것은 아니고 최근 들어서 주식으로 큰 돈을 벌었는데 2년 정도 불린 금액이 10억 정도라고 했습니다.



" '그 정도 자산이면 이런 일 안 해도 되지 않나?'라고 주위에서 말하지 않니?"



저의 질문이 조금 신기했을까요? 주위에서 말하지 않니?라는 생소한 이중 의문사에 그 친구의 눈빛이 분명 달라졌습니다. 원래 보안일을 했었고 우연한 기회에 주식 공부를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보안일은 4년 차고 주식은 2년 차라고 하더군요. 자산이 늘어나서 그전에 근무지는 그만뒀었는데 목표를 어느 정도 이루고 나니 무료했다고 합니다.


예전에 같이 일한 팀장님(현팀장) 부탁이 있어서 이곳으로 일하러 왔다고 합니다. (참고로 팀장님은 증권사 트레이더 출신인데 주식은 안 하심 ㅎㅎ)   그 친구의 고민은 10억이라는 큰돈을 리스크를 가지고라도 더 불려야 하나, 여기서 만족해야 하나의 고민이었습니다.



일반인들이 들으면 잔고 증명하기 전까지 믿니 안 믿니 하겠지만. 여기 이곳은 하도 특이한 케이스가 많아서 과장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사실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ㅎㅎ



"형님은 예전에 어떤 일 하셨어요?"

"나?... 프랜차이즈 대표였었어...   직영점도 큰 거 하나 운영했었고..."



저도 30대에 꽃이 활짝 핀 시절이 있었습니다. 연매출 7~8억 나오는 매장도 있었고 가맹점이 10개가 넘어가는 시기도 있었죠.



대화는 2시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제가 근무 들어오고 그 친구는 퇴근길이었어요)


"근데... 그때보다 지금 나는 만족감이 더 크다고 해야 할까?"


제 얘기가 궁금했는지 재미있었는지 그 친구는 자리를 뜨지 않고 이것저것 물어보니다.


"형님 투잡 뛰신다고 하던데 힘들지 않으세요??

"이제 적응을 했는지 괜찮은걸. 사업할 때 보다 훨씬 여유로워... 매일 한 시간씩 롤도 하는 걸.ㅎㅎ"




몰래 롤(게임)하다가 초등학생 아들에게 걸려서 컴퓨터가 종이접기 cctv 테러당함. ㅋㅋㅋ





"30대 때는 사람 만나면 돈 이야기만 했었어. 40대 되고 나서는 돈은 필요한 만큼만 있어도 되더라고,  망해보고 나니 살면서 중요한 것이 너무나도 많기도 많고....


"나는 우리 00 씨가 10억을 어떻게 벌었는지가 궁금하지 않아.

(그때 밖에 슈퍼카 한대가 주차장을 나오면서 굉음을 냈습니다)

한때는 저런 차 타고 싶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하나도 부럽지가 않아"


"30대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보면 돈 얘기를 많이 하잖아.

자기 시그니엘 사는 거 명품 착상에 얼마니 하는 거...

그런데 그 친구들 실제 삶은 공황장애나 불면증 스트레스가 많더라고..."


"정치인 중 인생 바꾸고 싶은 사람 있어?"

"자고 일어나면 내가 이재용 회장이 되어있다면 행복할까?"


"다른 사람과 삶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해도 나는 안 바꿔. 지금 너무 행복하거든"



지금 나의 가족, 그들이 모두 건강하고, 매일 웃을 수 있다면 돈은 또 벌면 되니까...




"결혼을 안 했으니까 내가 한번 물어볼게.


00 씨는 만약에 딸아이가 물에 빠져서 허우적 되고 있어


근데 나도 수영을 못해서 들어가면 둘 다 죽을 확률이 100%야.


그런데도 뛰어들겠어?""



이 친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내가 어떤 말을 이어 나갈지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무조건 뛰어들어야지!!"

"같이 죽더라도 그 상황을 지켜볼 수 없는 게 부모거든. 애가 죽고 나만 사는 건 더 이상 사는 게 아니거든. 내 목숨보다도 중요한 게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감을 주는지 몰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만족감이 있어"



"지금 여유가 있다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해~"


아기도 낳고, 건강관리도 하고, 그리고 사업적으로도 당당하게 대표직함을 내밀 수 있는 일을 공부하고 준비래 보라고 말했습니다.


"나도 오랜 주식경험이 있는데 그 일로 평생을 꽃피우는 사람은 몇 안된다는 걸 알기에... 그리고 매번 휴대폰 쳐다보면서 신경 쓰이는 거... 삶이 피폐해지더라고..."



2시간 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나니 내가 괜히 꼰대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괜한 얘기로 퇴근 시간을 뺏었나 싶기도 하고요.


"아닙니다. 저는 진짜 인생선배님들의 이야기 듣는 거 좋아합니다."


뭐 빈말이라도 그렇게 얘기해 주니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돈 있으니까 어떤 게 좋냐는 나의 질문에 '택시비가 싸게 느껴져서 좋다는 말'


제가 딱 공감하는 부의 목적이었습니다.



'큰돈을 갑자기 만진 친구치고는 그래도 생각은 있는 친구네... '



와이프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치킨 시켜 먹고 주말에 나들이 가고 당신이랑 같이 영업 다니면서 일하는 것도 데이트 같고... 나 요즘 너무 만족하는 삶을 사는데 너무 행복하지 않나?"


"남들은 10년 전부터 그렇게 살았어!!! 이제 그만 만족하고 욕심 좀 부리자 남편아!!! 잔고 부족이야!!!"

"......"


'벚꽃도 다 떨어지고

화무십일홍이라... 올해도 10일 만에 다 떨어졌네.

하지만 나무만 건강하다면 꽃은 내년에도 피니까...'




'10년 뒤 나의 미래는 어떨까?'


'나이 들어 와이프랑 손잡고 산책하고 차 마시고 나들이 다니고, 그렇게 살면 참 행복할 것 같다'

'아참... 내가 마흔 초반부터는 그렇게 살았지???  ㅎㅎㅎ'



행복은 매 순간 찾아옵니다.

요즘 그걸 많이 느껴요...



 


이은우


10년간 회사생활 / 7년간 자영업자

코로나 이후 폐업 / 신용회복 2년 차

40대 초반 / 초등학생 두 아이의 아빠

아파트 야간경비 / 방제회사 영업직 투잡러

슬기로운 신용회복기 / 극복 에세이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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