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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숲멍 May 26. 2023

삐뚤빼뚯 간호사

환자의 마음

나는 좀 삐뚠 간호사인 것 같다

여러모로 생각해 봤지만 일반적인 간호사와는 다르다

왜냐하면 우선적으로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에 조금은 서툴다.

지레짐작하고 겁먹는 나의 성향 때문인지 나를 보면 천직 간호사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mbti 같은 것을 보면 intj가 나오는데 간호사랑은 영 거리가 멀다. 남편에게 나는 감성이 부족하고 배려가 조금 부족한 것 같아.

그러면 남편은 "그래서 네가 이 일을 좀 더 오래 할 수 있나 봐"라고 한다

이래저래 상처를 받는 것보다 나처럼 사무적으로만 대해서 그렇다는 말이다.

이런 말에 약간의 위로를 받는 건 또 뭐람.


예를 들면 잘 웃고 밝고 언제나 친절하게 대해야 하는 간호사라면 나는 잘 웃지는 않고 조금은 무뚝뚝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친절보다는 조금 단호하게 말한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혹시라도 실수할까 단호하게 말하는데 그게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나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래도 내가 임상 간호사를 계속하는 이유를 생각한다면 돈도 벌고 활동적인 일이 그리고 누군가를 돕는다는 일이 어찌 보면 재미있고 활기찬 일이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 아직은 정의 내리지 못하겠다

실습생 때 어느 요양병원 수간호사 선생님이 간호사는 천직이라며 이렇게 다른 사람을 돕고 돈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직업이 어디 있냐고 한 말이 10년이 지나서도 아주 이따금 기억난다. 공감을 해서도 반박을 하고 싶어서도 아니라 나는 과연 어떻게 가고 있는지를 한 번씩 점검해 볼 때 떠오르는 생각이다.


내가 그런 간호사여서 좋은 점은 내가 할 일은 잘한다, 주사를 놓아도 남들보다 잘 놓고 청결하게 하려 하며 환자 분의 증상에 따라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는 점?!

환자에게 해가 되는 행위를 잘하지 않고 실수가 잘 없다는 것?! 그분이 원하는 바를 캐치해서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나의 약점인 공감 못함은 환자분의 불평불만에? 이제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약간은 흘리며 냉정하게 말하면 공감하는 척을 할 수 있다는 것?,, 너무 괴짜 같은가?! 내가 로봇 같고 저게 어떻게 간호사를 할 수 있다고 손가락질할 수 있다..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본다

많이 힘드시죠?라는 말을 이제는 할 수 있다는 것? 예전에는 빈말이라도 그런 말을 못 했다 그런 감정이 들더라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몰랐던 것 같다,



모르겠다

바른 간호사는 아니다 밝지도 않고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다 그러나 환자를 보는 데 있어서 내 나름의 책임감과 헌신을 가지고 대한다.


바쁜 업무 속에서 조금씩 성장해 조금은 삐뚠 간호사지만 항상 세상을 밝고 아름답게만 볼 수 없지 않은가

난 삐뚠 이야기를 이제는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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