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꾼의 책장 03
이 시국은 반백년이 넘게 이어져왔고 일본은 항상 싫다. 그래도 배울 게 있다면 배워야지.
디자인=예쁜 것이라는 개념에서 디자인 = 문제의 해결이라는 나름대로의 기준이 생겼다.
전공자들에겐 우스운 일일지 모르지만, 요리사적 관점에서 접시에 담기는 재료에 필요 없는 것들을 담지 않는 것과 이것이 맛의 의미에서 어떻게 느껴지게 할 것인지 질감/식감/시각/온도/향 그리고 맛의 타이밍을 고민하는 것은 디자인이 사용자를 생각하는 마음과 닮아 있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을 잘 알지 못하면서 심증만 가득한 공통점을 찾고 있자니 좀 더 알고 싶은 욕구가 생겼다. 그렇다보니 책장엔 디자인에 관한 책들이 늘어나고 있다. 물론 다 읽진 않았다만.
넨도란 사람이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생각과 함께 집어 들고 온 넨도 디자인 이야기.
사토 오오키라는 사람의 넨도라는 디자인 회사가 해온 일과 그 회사가 가진 디자인 프로세스, 기준 등을 자신들이 맡았던 기획과 사례를 통해 이해시킨다. 건물, 집기, 팝업스토어 등 구분 없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주력으로 하는 디자인 외에 다른 일들도 수주를 한다는 건 참 대단한 일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넨도가 사람 이름이 아니었다.)
물론 그게 가능한 이유는 사토 오오키라는 사람의 디자인을 대하는 자세나 가치관이 제품에 상관없이 어떤 종류의 흐름과 일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겠지만, 섣불리 유추하기엔 내가 디자인에 대해 아는 게 없다.
외형을 디자인하는 능력이 있다는 전제로부터 출발하는 것이겠지만, 눈에 띄는 디자이너들이 자주 보여주는 가치관은 공통 주제를 가지고 있는데 문제 해결의 관점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디자인 씽크 개념에서 접근할 때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항상 눈에 띄는 사람으로 스티브 잡스를 들 수 있는데, 그가 이야기했던 두 번의 터치와 세 개의 버튼은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이란 본질에 접근하는 방식이 얼마나 직관적이어야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간결하게 만든다는 것은 항상 완성품을 보는 건 쉽지만 그 과정이 가진 난이도는 감히 가늠하기 어렵다. 빼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그 과정에 확신을 가지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에서 그가 보여주는 자신감이 대단해 보인다.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제품을 준비했는지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가졌던 디자인적 가치관은 지금 우리가 쓰는 대부분의 디바이스의 기본형이 되어 있다.
이렇게 각광받는 디자이너들은 사용자 경험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넨도 역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문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치열하게 고민한 그들만의 결론은 왜 넨도여야 했는가 에 대해 확인시켜준다.
2014년에 나온 책이지만 요즘도 넨도의 디자인이 이슈가 되어 나 같은 일반인의 눈에도 띄는 것을 보면 그들은 그들의 가치를 잘 지켜나가고 있는 모양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은 전문가이며 기술자다. 넨도는 자신의 기술로 자신들의 세상을 바꿔나가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우리의 자리에서 어떤 형태로 세상에 참여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