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꾼의 책장 01
디자이너도 아니면서 디자인을 한다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넓은 의미로야 디자인을 안 하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냐만, 대중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제품을 디자인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개인적으로 음식을 한다는 것 또한 디자인이라고 해석한다. 잘하는 요리사들을 보면 접시 위에 이유 없는 재료는 없다. 음식의 순서에 따라 밸런스를 잘 맞추고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하며, 보기에도 좋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의 발명보단 재해석과 편집으로 밸런스를 맞춰나가는 과정을 가지게 되는데, 디자인을 중심으로 해석하는데 무리가 없다.
그런 점에서 필요한 것들을 필요에 맞게 만드는 것에 집중하면서 문제 해결에 중심을 두고 기존 디자인을 편집하여 실제 사용자에게 맞게 배치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는 것엔 무리가 없었다. 내가 만든 칼 가방의 사용자와 무엇이 필요한지는 이해하고 있었고, 무엇을 만드는데 집중을 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었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을 놓쳤다.
How to?
어디서 만드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디자이너를 고용할 방법도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만들 것인가?
세상에 존재하는 가방의 디자인을 수집하고, 해석하려면 기본적으로 어떤 원단에 어떤 패턴을 맞춰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원단에 대한 이해도, 패턴에 대한 이해도 없던 사람이 어떻게 패턴을 따고 어떻게 본질에 접근하는가에 대한 문제는 요리사에겐 쿠킹 스킬도 없으면서 메인 디쉬를 만들어 내겠다는 사고와 같았다.
실무를 경험하면서 알게 된 사실 중에 내 경험과 비교해서 이해하기 가장 쉬운 방식은 이런 것이다. 레시피를 작성할 때 우리는 재료 외에 조리 순서를 정리해 놓는다. 제한된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조리를 끝낼 수 있는 방식으로. 이런 훈련이 되어 있어 요리사들은 일반인들과 비교해서 제한된 시간 안에 많은 것들을 끝내 놓을 수 있게 된다. 패턴을 디자인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실무자의 제작 순서를 상상하면서 디자인해야 제대로 된 패턴이 나온다. 물론 디자이너가 아니라서 다들 어떻게 결정하는지 확인할 순 없지만, 같은 훈련이 되어 있을 수도 있고, 혹은 엔지니어와 디자이너에 대한 농담들처럼 만드는 건 네가 알아서 해라 할 수도 있다. 나는 제작자겸 기획자인 요리사였으므로 신경을 안 쓸 수 없다.
몇 개의 프로토 타입을 거치고서야(생돈이다) 어느 정도 머릿속에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가방들의 패턴이 이미지화되었지만, 어디에 어떻게 바금질을 했는지,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은 실제로 구매하고 열어보는 것 밖엔 방법이 없다. 원단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마감을 어떻게 했는지까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쓰고 있는 가방들은 사용자 경험이 생겨 디테일을 챙기기가 수월한 편이지만 사용하지 않는 가방들은 디자인을 해보려다 보면 골머리를 앓기 마련이다.
핀터레스트나 이미지 사이트 혹은 쇼핑몰들의 이미지만 가지고는 확연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그런 점들을 기본형 가방 디자인과 패턴으로 보완해주는 책이 이 책이다. 필요한 디자인의 마감처리를 어떤 형태로 하는 게 좋은지, 원단은 어떤 형태를 사용하는 게 좋은지, 어떤 디자인을 사용하면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지 참고하기 좋은 책이다.
일러스트를 기본 패턴 디자인용 툴로 사용하는 내 입장에선 평면도로 어떻게 가방을 표현하는 편이 좋은 지 알 수 있으므로 도움이 꽤 많이 되는 편이다. 또 기본형 가방 중심의 디자인만 실려 있다 보니 책을 참고할 때 여러 페이지를 넘기지 않아도 되어 참고용으로 사용하기 수월하다.
지금도 교보 합정에서 쉽게 직접 만져보고 살 수 있는데, 외서라서 할인이 붙어있다. 잘은 모르지만 인터넷에서 구매하는 게 더 좋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