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꾼의 책장 02
이 매거진의 힘은 "브랜드"이다. 광고로만 마주하게 되던 모든 브랜드들을 심도 있고 노이즈 없는 방식의 정기 간행물로 표현한다는 건 참 특별한 일이다.
심지어 브랜드의 존재가치, 혹은 존재 이유나 다름없는 브랜딩 해 나가는 이들과 그 브랜드에 애착을 가지고 소비하는 사람들의 인터뷰, 그리고 브랜드 스토리로 이루어진 이 간행물은 절대 브랜드의 홈페이지를 훑는다고 해서 알 만큼의 정보도 아니고, 그렇다고 읽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전문가적인 자세로 접근하지도 않는다.
힘을 빼고 필요한 걸 제공하되, 노력해 만들어 낸 가치를 공유하고, 노력하는 만큼 알 수 있는, 그리고 그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주변인에게 이야기할 내용이 많아지는 것이 브랜드의 힘이다. 역시나 "매거진 B"라는 브랜드 또한 타 브랜드를 접근하고 가치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그 자체로 브랜딩 되어왔다. 얼마나 훌륭한 통찰력인지 모른다. 신기하지 않은가? 그렇게 광고라면 질색을 하지만 매거진 B의 취재 내용이 담긴 브랜드 간행물을 서점에서 접할 때면 매거진 B의 취재 대상이었다는 점만으로 (물론 알만한 브랜드들만 진행이 되지만) 관심을 가지게 한다.
켜켜이 꽂혀 있는 검은색 옆면에 고개를 돌려야 편히 읽히는 브랜드 이름들은 누구나 알만한 브랜드의 이름으로 채워져 있다. 마치 영화 시작 전 감독이 누군지, 제목이 무엇인지 검정 바탕에 천천히 흘러가는 모양처럼 느껴진다. 단출하고 커다란 제목에 사진 한 장, 그리고 만든 이(B)의 이름만 온전히 전달되는 이 느낌은 언제나 매거진 B의 표지를 기대하게 한다.
이미지 한 장으로 브랜드를 표현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그리고 그 이미지가 어떤 브랜드가 이야기하려고 하는 많은 이야기들 중 한 부분의 이야기를 표현한다는 것과 교집합이 생기게 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리고 매거진 B는 이야기의 적극적인 세분화를 통해 그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한다.
그렇다면 파타고니아가 하고자 하는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 중에 매거진 B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들의 우선순위는 환경이다. 사실 그렇게 말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지만, 파타고니아의 매거진 B의 느낌은 환경보호 캠페인 잡지를 읽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그만큼이나 그들이 추구하는 브랜드의 중심가치는 환경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관계자와의 인터뷰, 브랜드가 끊임없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내용, 또 그 브랜드를 소비하는 소비자가 자연을 대하는 방식은 우리가 지구에서 영원한 존재가 아님을 중심으로 해석되어 더 큰 가치를 느끼게 한다. 공생하되, 주인인 척하지 말라는 명제는 인간이기에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숙제이고, 그런 숙제가 어려워 눈감고 비즈니스니까 괜찮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고집스럽게 보여주는 그들은 마케팅 조차 특별하다.
Don't buy this Jacket
사지 말라고?
아무리 자연친화적인 소재로 제품을 생산한다고 해도 버려지는 것들과 과생산 되는 것들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고, 그런 낭비도 눈감고 지나가지 않겠다는 의지가 드러나는 이 슬로건은 그들이 하고자 하는 비즈니스의 방향과, 지키고자 하는 가치를 전부 담고 있다. 그저 장사를 하는 장사치가 아니라,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호소하는 방식이, 그 옹고집이 정말 특별하고 아름답다.
There is no business to be done on a dead planet
-David Brow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