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꾼의 책장 04
안녕 반가워 나는 유발 히라리라고 해.
다이아몬드 씨만큼 특이한 이름을 가졌어.
그리고 우린 짱이지.
내 어린 시절 대다수의 학생들이 그랬겠지만, 호모 사피엔스라는 단어를 인식했을 때
"호모"에 꽂혀 농담하기 바빴다. 그러지 않기엔 엄청 지루한 이야기였다.
교과서를 펴보면 돌 벽 사진이 전부였다. 벽지에 그림을 그려놓은 아기들 에피소드를 회상하게 만드는 벽화를 보여주는 게 무슨 재미가 있었겠나.
(어렸을 때 했던 낙서가 2000년 후 발견되면 얼마나 재밌을까 생각할때도 있다. 인류 역사에 중요한 발견이라며 내 낙서를 배울 게 아닌가.)
세계사나 근현대사를 좋아했지만, 이 부분 만큼은 무척이나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챕터다.
그런 내가 이런 웅장한 책을 읽게 될 거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그리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인류학 책을 추천할 거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처음 듣는 작가의 이름이 다이아몬드 씨와 나란히 들리기 시작하는 것에 호기심이 생겨 구매했다.
아니나 다를까. 총/균/쇠에서 현대의 인간상을 들여다보기 위해 근원에 접근한 것과 마찬가지로,
유발 히라리는 지구 상에 존재했던 인류의 종들 중 어떻게 사피엔스만 살아남았고, 그 사피엔스가 지금까지 인간의 역사를 만들어왔는가를 이야기한다.
생존에 대한 이야기, 수렵과 경제, 과학이 인간에게 미친 영향과 사피엔스밖에 살아남지 못한 이유를
현대에 살고 있는 유발 히라리가 설명할 수 있는 이유는 그가 가진 통찰력 때문일 테다.
유발 히라리의 책 3권을 모아 인류 3부작이라 이야기하는데, 사피엔스 한 권만으로도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명민하게 풀어냈는지 나로선 설명할 길이 없을 정도로 복합적인 이야기를 순차적이고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걸 나한테 설명할 수 있다고?
싶은 주제들을 이해시키는 유발 히라리가 대단하다는 것,
그리고 옮긴이(조현욱 님)의 능력을 알 수 있다.
종교와 공산주의를 이야기하기도 하고, 서구사회의 빠른 산업혁명에 대한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기도 하며, 제국주의가 우리 역사에서 왜 필연적으로 이뤄졌는지를 서술하기도 한다.
원서를 읽은 게 아니기에 확신할 순 없지만, 번역본에서 그는 서구와 백인을 향한 3인칭 형태의 비판적 의식을 보여준다.(소속집단의 사회인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접근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내가 인간이기 때문이겠지만 그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인간의 서사를 흐름에 따라 명확하게 기억하지만, 누구에게 내가 아는 내용을 설명하자니 되게 애매하게 기억하고 있어서 설명하지 않는다.
-나는 유발 히라리가 아니였다. - 소비꾼 지음
이처럼 유발 히라리는 인간으로서 인간 역사에 접근하여, 현대를 해석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총/균/쇠]에서 제레드 다이아몬드가 인간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했던 순간들이 서구사회 중심적인 현대사회를 만들었음을 이야기했던 것을 떠오르게 한다.
밴자민 프랭클린이 전기의 존재를 발견했다는 것은 지금 보면 단순한 사건에 지나지 않을 수 있지만, 그전까지 번개는 신의 힘이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그전까지 인간의 삶을 인지시킨다던가, 시대적 상황을 지루하지 않게 해석해주기도 한다. 이런 인지과정의 변화는 인간이 전기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하고, 이는 진보적 발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인간의 역사에서 질병과 균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또 자본주의라는 신앙을 숭배하는 사피엔스의 현재를 통찰력 있게 해석해놓은 것도 빠질 수 없는 책의 백미다.
인간은 인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현대의 인간이 이런 모습을 가진 이유를 어디서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최근 다윈의 진화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과 의견들이 나 같은 비전문가에게도 들리는 것은 인간이 인간에 대한 탐구를 지속하는 것에 얼마나 흥미를 느끼는지 알 수 있는 사건의 일부다.
인간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그 내용을 중심으로 미래를 예측한다. 인간은 현재를 알기 위해 과거를 정리하고 분석한다. 그리고 그 과거를 통해 인간의 생존과 미래를 이야기한다.
그런 재미없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있게 한 책이 있다면 추천하는 게 당연한 게 아닌가.
내게 침을 튀기며 이 책을 추천한 이들처럼 이 책을 추천하게 될 것 같다.
다시 봐도 참 흥미로운 책이다. 읽는 이가 인간이라면 누구나 흥미를 느낄 수밖에 없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