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와 수수께끼

소비꾼의 책장 05

by 장재현입니다
이젠 많은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서비스, 배달의 민족.
책 많이 읽기로 소문난 창업주가 틈만 나면 추천하는 도서인데 궁금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


가끔 책을 내용도 모르고 구매할 때도 있다. (그래서 김영하 작가가 책을 사치품이라고 말했을 때 공감했다.)

아무튼 이 책이 그러한데, 김봉진 씨에 대한 기사를 많이 읽어본 나는 인터뷰마다 언급하는 이 책이 항상 궁금했다. 책 이름만 봐선 어떤 내용인지 도무지 추측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구매한 이유는 이랬다.

최근 이슈였던 인수합병 결정을 한 김봉진 의장은 직원들에게 자신의 의도와 고민, 뜻을 담은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직원들의 우려를 가라앉히고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려고 했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할 때 자신의 이야기에 진심을 담을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얼굴을 마주하고 1:1로 앉아서 진심을 전달하기도 힘든데, 그 많은 직원들에게 자신의 진솔한 마음을 전달하기는 쉽지 않다.

생각이 많았을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 책을 인용한다.

그리고 실제로 김봉진 의장이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을 보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명확하게 전달한다.

구매 결정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나는 사업이라는 것이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창의력을 펼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회화나 조각처럼 개인의 재능을 표현하는 캔버스와 같은 것이라고 말이다.
왜냐면 사업의 핵심은 변화이기 때문이다. 사업과 관련이 있는 것들 중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시장은 달라지고 제품은 발전하며 경쟁사는 동지가 되고 직원들은 들어왔다가 나간다.
기업은 변화에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몇 안 되는 사회기관이다.


기업은 변화에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사회기관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의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그리고 그 말을 명확히 할 수 있는 사람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그게 궁금했다.


잘 팔린다는 숫자를 잔뜩 집어넣은 책도 아니고, 노하우를 알려줄 테니 잘 들어 같은 제목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게다가 2000년에 발행된 책이다. 당시의 노하우 전수 같은 책이었으면 진작 사라지지 않았을까.


IMG_7248.jpeg 승려와 수수께끼에서 어떤 수수께끼인지 알아맞혀 보시라.


그런 책들이 있다. 내가 책을 읽는 건지 책에 내가 읽히는 건지 모르겠는 책.

흡입력을 말하고 싶은 거냐고 묻는다면 그건 잘 모르겠다. 그냥 읽을 때 느낌이 다르다. 호흡이랄까.

이 책은 그런 책은 아니다. 사건이 간결하고, 이야기의 진행 방식도 간결해 알기 쉬운 서사를 가지고 있다.

등장인물도 많지 않고, 다이내믹한 글의 진행도 아니다.



이 책은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경험자의 입장에서 말한다.

도입부에서 저자는 승려 한명을 사찰에 데려다 주기로 한다. 목적지인 사찰에서 만난 주지스님과의 대화 내용과,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가기로 하는 승려에 대한 내용은 짧지만 이야기를 관통한다.

그래서인지 읽다 보면 사찰의 지주는 실리콘 밸리에서 저자의 입장을 투영한 것 같이 느껴진다.

새로운 시작을 인도하는 인도자 같으면서도, 그 새로운 시작을 가만히 듣고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이야기를 진행하는 모습은 현자의 이미지를 보여주며 그의 말에 신빙성을 더한다.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두 가지의 이야기가 개연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깨달았을 쯤이면 저자가 실리콘 밸리에서 살아남으면서 가지게 된 가치관, 실패와 성공에서 배워온 어떤 모습의 경험 등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직장에 앉아서도 후회를 하고, 사업을 하면서도 후회를 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후회를 한다.

그 모든 과정엔 일상을 유지하려 해도 변화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누구의 의지로 변화를 겪을 것인가?

또 그렇다면 어떤 계산기를 두들겨 보고 변화를 겪을 것인가?


저자는 실리콘 밸리라는 환경과 사회에 적응하고 가치관을 가지게 되지만, 이 과정에서 얻은 경험은 그저 실리콘 밸리에서 끝나는 경험이 아니다.


어떤 사회에 소속되어 있든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변수는 많아봐야 4할이다. 날을 벼르고 벼를 수 있는 기회를 잡는 것은 우리의 몫이지만, 어떨 땐 운명에 맡겨야 한다.

이 말은 책임감과 상관있기에 쉽게 말할 순 없지만, 받아들이는 것 또한 능력이다.

그렇기에 마음가짐은 중요하다. 어떤 상황을 받아들여야만 다음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음을 받아들여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처음 시작과 끝은 결국 마음가짐이라는 것. 그게 전문가들의 깨달음인 것 같다.

내게 이 책은 피할 수 없으면 현명하게 즐기라는 말 같았다.

던져봐야 계란이 깨질지 안 깨질지 알 수 있다. 내겐 그것이 계란을 깨지 않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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