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 울 잠

by 정선주

한 웅큼씩 빠지는 머리처럼

풍성했던 잎들이 머물렀던 자리

거센 바람과 함께 흩어져

주변을 맴도는 낙엽들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국을 찍는다


눈덮인 산책길

앞 사람이 찍어 놓은

발도장 따라

뽀드득 뽀드득

한 걸음 한 걸음

복사를 하듯 그 길을 따라간다


나뭇잎 떨어뜨린

앙상한 가지에

살포시 내려앉아

눈꽃송이 만들며

순백의 옷을 입힌다


밤사이 내린 눈에

덮힌 하얀 세상

천진난만한 아이들에게는

놀이터가 되며


부지런한 어느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길은 사람들의 발자국따라

잘 닦아놓은 나무바닥처럼 윤이 난다


추운 겨울 따뜻한 온기에

고단한 몸을 맡기듯

땅 속 따뜻한 기운 속에

잠을 청하는 나뭇잎들도

봄이 오면 새 생명으로

빼꼼히 기지개를 피며

우리에게 인사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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