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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플리트 Oct 20. 2023

초라하고 기특한 시작

산책길에 종종 마주치던 할아버지가 계십니다. 첫 만남이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남았나 봐요. 앞으로 고꾸라질 듯이 뛰시던 할아버지였습니다. 검은 얼굴, 굽은 등, 무력한 표정… 툭툭툭툭 무거운 몸을 이끌고 너무나도 힘겹게 뛰고 계셨습니다. ‘꺼져가는 생명’ 앞에서 울컥 눈물이 나고야 말았습니다. 

누군가와 함께 걷든 혼자 걷든, 오전에 걷든 오후에 걷든, 꽤 오랜 시간 동안 할아버지를 마주쳤고,  ‘또 오셨네. 의지가 강하시네.’ 의식은 오랫동안 할아버지께 머물렀습니다. 

가을이 오고 이런저런 일들이 생겨 시간을 내지 못하다가 오랜만에 산책길에 나섰습니다. 바닥에 내려앉은 낙엽들을 보며 걷는데, 탁탁탁탁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고개를 들다가 맞은편에서 달려오시던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땅만 보며 뛰시던 할아버지는 어느새 맞은편 사람들을 살피며 뛰고 계셨습니다. 고꾸라질 것 같던 몸이 조금은 바로 세워졌습니다. 여전히 버거워 보이셨지만 생명이 깃들어가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눈물이 났고, 이번에 안도의 웃음도 함께였습니다. 겨울, 봄, 여름, 가을을 달리며 할아버지는 살아나고 계셨습니다.


벤치 곁에서 지팡이를 짚고 맨발로 제자리걸음 하시던 할머니도 계셨습니다. 한적한 구석에서 돌아가지 않는 어깨를 힘겹게 돌리시던 아저씨도, 가족의 부축을 받아 비틀비틀 걷던 아주머니도, 눈이 보이지 않아 엄마의 옷가지를 붙잡고 산책하는 성인아들도 있었습니다. 인적이 드문 산책길에서 병든 사람들을 참 많이 봐왔습니다. 그들을 보며 느꼈던 건 ‘여기까지 나오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럼에도 나올 수밖에 없었으리라.’ 였습니다. 모두 살기 위해 나온 사람들이었습니다. 

오늘 할아버지를 보고 난 후 그들에게서 나의 염려와 슬픔을 거둬내기로 했습니다. 끝이 아닌 시작임을 알게 되어서요. 나아질 것을 믿고 날마다, 꾸준히 나온 사람들에겐 웃는 날이 오겠지요. 

<병든 자들의 영혼이 자유로워지는 시간>



문득 SNS에서 마주친 영상 하나가 떠오르더군요. 그 메시지를 기억나는 대로 적어볼게요. 

구독자 100만 명인 유튜버는 당신이 첫 영상을 울린다고 비웃지 않습니다. 주짓수 검은 띠인 사람은 당신이 흰 띠로 고생하고 있어도 비웃지 않습니다. 백만장자는 당신이 사업을 시작한다고 비웃지 않습니다.
당신이 하고 있는 걸 시도하기 두려운 사람들만 당신을 비웃을 거예요. 평범한 사람들만 당신이 다르다고 비난할 거예요. 그들은 본인들처럼 당신도 평범하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성취해 낸 사람들은 시작하는 사람들을 비웃지 않는다는 말이 너무나도 와닿았어요. 또한 무언가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되겠어?’ 했던 제 자신이 비웃는 사람들과 다를 것 하나 없다는 게 어찌나 찔리던지요. 어떤 시작이든 응원해야겠다는 결단을 해봅니다. 실패해도, 돌아서도, 느려도 모든 시도와 시작은 응원하기로 했습니다. 


어느 디자인 실장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떠오릅니다. 유플리트만의 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희망을 담아 스치듯 하셨던 말씀인데 인상적이었나 봐요. 오늘 불쑥 이 기억이 떠오르네요.

“스타벅스가 처음부터 스타벅스였나? 애플이 처음부터 애플이었나?”

그렇죠. 이들의 초창기 모습을 우연히 봤을 때 그들이 일궈낸 성공이 어마어마해서 우와! 감탄했었는데, 이제는 시작에 주목해보려 해요. 시작하는 이들이 모두 성공하지는 않지만, 성공한 이들에게는 반드시 시작이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합시다. 시작하지 않으면 성공 또한 없다는 뜻이죠. 심지 않으면 거둘 수 없다는 뜻이죠. 유플리더 여러분, 지금 나의 모습이 초라해 보이고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면 내가 바라던 성공과 성취를 이룬 후의 모습을 상상해 보아요. 그 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믿고, 비록 지금은 느려도 언젠가는 가속도가 붙어 훨훨 날게 될 것임을 믿고, 성실하게 나아갑시다. 금요일 오후의 성실한 마무리 끝에 찾아올 휴식이 달디달길 바라며 마무리할게요.

<거대브랜드의 초라했던 1호점 시절, 당신의 시작은?>




유플리더가

사랑받는 사람이 되도록

트렌디한 사람이 되도록

재치있는 사람이 되도록

다양한 잽을 날릴 것이다.


대화의 소재를 주고

사색하게 하고

발전하게 할 것이다.

그래서 유플위클리가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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