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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플리트 Aug 02. 2019

[책뷰] 나는 '좋은'관점으로 세상을 보고 싶다

 U-Biz Consulting Div. 시드

책에서 발췌한 내용으로 쓴 독후감입니다.


디자이너의 관점으로 강의를 할게요


며칠 전에 대학생을 대상으로 스프린트(디자인 씽킹)강의를 진행했다. 진행 담당자가 '나'를 소개하는 페이지를 ppt 첫 페이지에 추가해달라고 해서 UX 디자이너라고 썼다. 그러고 나서 뭐라고 설명하지?라고 생각하다가 지어낸 게 저 문장이다. 앞에 기획서 잘 쓰는 법과 마케팅 관련 수업이 먼저 있었던 터라, 강의 내용은 비슷할 수 있지만 '나'는 이 관점으로 말을 할 거니까 다른 강의와 비교해 보면서 들어 달라고 했다. 그들에게 과연 잘 전달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야의 확장

오래전 이야기다. 

우연히 슬램덩크 작가 다케히코 이노우에의 가우디 탐방기 다큐를 보게 됐다.

성가족 성당부터 구엘공원까지... 단박에 매료됐다. 그리고 시간이 좀 흘러서 나는 허니문을 스페인으로 가게 된다. 당연히 목적은 가우디 투어였다. 그리고 성가족 성당에서 눈물이 찔끔 났다. 무교인 내가 '아 이 정도면 정말 신을 믿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 정도로 건축이 주는 강렬함은 대단했다.

하지만 그전에 완전 다른 건축물에서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바로 '병산서원'이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무작정 갔었던 병산서원에서 혼자 30분을 우두커니 앉아 만대루를 통해서 경치를 보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도 세 번 정도 더 방문했다. 

둘 다 감격스러운 건축물이지만 두 건축물은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한쪽은 조형미와 외/내형적 아름다움, 매스(Mass) 감에서 오는 엄청난 전율, 다른 한쪽은 공간과 자연풍경의 조화에서 오는 표현할 수 없는 오묘한 감정. 후자 쪽은 도저히 표현을 못하겠다. 여하튼 관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건축의 결과 또한 매우 달라지는 경험을 한 것이다.







'좋은' 관점이 중요한 이유


건축의 정의에 따라 국격이 달라진다.

한국 건축법에는 건축의 정의에 이렇게 쓰여있다. 

"건축이란 건축물을 신축, 증축, 개축, 재축하거나 건축물을 이전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건축을 건설과 분리시켜 국토교통부 같은 곳이 아니라, 문화부 산하 문화유산부에 소속하게 한 프랑스는 1977년에 제정한 건축법에서 이렇게 건축을 정의한다. 


건축은 문화의 표현이다. 건축적 창조성, 건축의 품격, 주변 환경과의 조화, 자연적/도시적 경관 및 문화유산의 존중 등의 공공적 관심사다


우리가 건축을 부동산으로 바라보고 재개발 대상으로 바라볼 때 프랑스인들은 건축을 문화의 일부로 그리고 공공적 관심사로 보고 있다. 에디톨로지를 쓴 김정운 작가는 집에 대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으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미테랑 대통령의 식견과 관점을 사랑한 프랑스인

1989년, 그랑 프로제(Grand Project)의 하나인 프랑스 국립 도서관 현상 공모에서 심사위원단이 두 개의 안을 뽑은 후 최종 결정을 미테랑 대통령(1916~1996)에게 미루는 일이 생겼다. 당시 심사위원단에는 퐁피두 센터를 설계한 렌초 피아노(1937~)도 포함되어 있는 역량 있는 심사단이었지만, 대통령의 식견을 신뢰하고 그에게 위임한 것이다. 그리고 미테랑 대통령은 당시 43살이었던 도미니크 페로(그는 이화여자대학교의 ECC도 설계했다)의 설계안을 선정한다.

당시 해당 설계안 선정에 대한 미테랑 대통령의 평론을 소개한다.

"그의 디자인은 대칭 속에서 명료하며 선들은 절제되고 그 속의 공간들은 참으로 기능적입니다. 마치 침묵과 평화의 요구인 것처럼, 이 건축은 지면 속으로 파고들었으며, 네 개의 타워는 이 도시의 심장부인 광장을 만들었습니다. 땅과 하늘에 생겨난 이 도서관의 산책로는 모두에게 열려 있어, 현대 도시의 새로운 거처인 이 넓은 공공의 공간에서 우리는 만나고 섞이게 됩니다. 페로의 이 작업은 일개 건축이 아니라 미래를 예시하는 하나의 도시 계획입니다. 바로 그가 인류가 갈망하는 지식과 아름다움을 위한 위대한 성취를 이룩한 것입니다."

프랑스는 이 도서관을 미테랑 도서관이라고 이름 지으며, 그를 영구히 기리기로 한다. 그가 대통령 직을 마친 후, 예전에 저지른 불륜으로 인한 혼외자식 문제가 드러나자, 그 사건이 불륜이 아니라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로 회자될 정도로 프랑스는 그를 보호하고 사랑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가 1996년 병환으로 세상을 떠나자 전 세계에서 연민의 정을 보내왔으며, 정적인 시라크 마저 그를 추모했다고 한다.


전쟁기념관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니?

한국의 전쟁기념관을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공간과 건물의 엄청난 크기도 크기지만 앞에 사열되어있는 전투기며 탱크, 전시되어 있는 동상들이 보는 사람을 압도하는 느낌을 준다. 아마 어딘가에 희생자를 위한 추모의 공간이 존재하겠지만 외관만 놓고 보자면 전쟁의 승리에 대한 기념? 과 같은 느낌이다. 


그럼 이제 독일의 희생 추모관(노이에 바헤)을 보자.

케테 콜비츠의 피에타 상과 공간의 침묵만이 추모관을 채우고 있다.

죽은 아들을 안고 슬퍼하는 어머니만이 덩그러니 놓여있다. 동그랗게 뚫린 천장으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머니는 죽은 아들을 안고만 있을 뿐이다. 한국과 독일의 관점의 차이는 호국이냐 반전이냐에 있다. 물론 우리나라 전쟁기념관이 저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반공이 국시였으니 어쩔 다름이랴. 하지만 이제는 좀 달라져도 되지 않을까?







나는 '좋은' 관점으로 세상을 보고 싶다.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낯설게 보기'라는 화두가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었다. 

구본형 소장은 본인의 칼럼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질문의 힘은 어디서부터 나오는 것일까? 익숙하여 신기할 것이 없는 것을 낯설게 보는 훈련으로부터 온다. 나는 이것을 '시인의 시선'이라고 부른다. 


내 혼자 힘으로는 다양한 관점을 갖기는 힘들고 좋은 관점을 얻기는 더더욱 어렵다. 

그래서 요새 하는 주요 일 중 하나는 남의 생각을 훔치는 일이다. 바로 구본형 소장이 말한 그대로다.

시인이나 사진가, 작가, 건축가, 미술가 등 예술가들의 글과 생각을 훔치는 일이다. 그들은 우리가 보지 못한 걸 보고 듣지 못한 걸 듣고 이야기해 준다. 별거 아닌 것조차 별거로 만드는 능력이 난 늘 부럽다. 하긴 그러니까 예술하는 거지..  

아참, 물론 그것을 내 것으로 체화하는 건 내 몫이고 매우 어려운 일이다. 관점을 넓히다 보면 언젠가 좋은 관점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구본창, 비누 시리즈
현실 속에 비할 데 없이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현실의 삶 그 자체가 보여 주는 것처럼 그렇게 변화를 거듭하며 새로워지는 예측불허의 아름다움은 그 어디에도 없다. - 베레니스 애벗






어디선가 들은 이야긴데 불편하게 만드는 책(자극이 되는)이 좋은 책이랬다. 여기 불편한 책을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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