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플리트 May 22. 2020

음악 소비 경험의 변화,
편리함과 가치 사이에서.

U-BIZ Consulting Div. 시드


우리의 행동과 경험은 어떻게 변하는가?




바이닐(LP)- #귀한것, 1984년, 직장인 A

음악을 듣기 위해 레코드를 집어 든다. A씨는 레코드가 진열된 장에서 한참 고민 중이다. 지금 어떤 음악을 틀어야 하는가? 신중히 고민 후 드디어 집어 든다. 오늘 같이 비가 오는 날엔 역시 들국화지! 레코드판을 조심스레 꺼내어 턴테이블에 올리고 바늘에 판이 상하지 않게 조심스레 내려놓는다. 레코드판에서 나오는 지직 거리는 잡음 소리에 벌써 아드레날린이 분출된다.



CD - #이동의편리함 #테이프보다음질짱, 1991년, 중학생 B

방에 혼자 앉아 이어폰으로 마이클 잭슨 댄져로스 씨디를 듣는다. 씨디가 사르륵 도는 소리가 새롭다. 이걸 들고 다닐 수가 있다니! 테이프와는 차원이 다른 사운드. 첫곡 블랙 오어 화이트가 시작된다. 방문을 두드리는 사운드에 화들짝 놀라 이어폰을 빼고 누가 왔는지 쳐다봤다. 아 깜놀. 이런 사운드라니!



MP3 - #음악의똥값, 2006년, 대학생 C

P2P 공유 사이트에 들어가 마음에 드는 MP3를 다운 받는다. 마음에 드는 리스트를 분류하고 폴더별로 정리해서 MP3플레이어에 넣는다. 음... 이번엔 이런 장르로 변경해야겠어. 신곡들도 좀 더 추가하고.. 내일 XXX에게 어떤 음악을 듣는지 물어보면서 친해져야겠다. 내 MP3도 좀 나눠주고.



스트리밍 - #추천또추천, 2017년, 직장인 D

D씨는 오늘 기분이 안 좋다. 추천리스트에서 우울할 때 듣는 음악 리스트를 플레이시킨다. 자동으로 추천된 곡들이 내 마음을 달래준다. 음.. 새로운 곡이네? 제목이 뭐지? 아 귀찮아... 나중에 확인해 보지 뭐. 어차피 내 리스트에 있을 테니까. 엄마가 또 잔소리를 시전 한다. 안 되겠다. AI스피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XXX야 송가인 노래 틀어줘 빨리.. 송가인 노래에 엄마가 멈칫 반응할 때 재빨리 도망친다.



5G Network - #LIVE #보는음악 #리액션, 20XX?, Next Generation..

공유자동차를 불렀다(#1). 가는 길이 좀 먼데 뭐하고 놀지? 음... 음악을 들어(봐야)야겠군. 때마침 좋아하는 뮤지션의 온라인 버스킹이 진행 중이다(#2). 역시 음악은 라이브가 제맛이지. 음.. 이 곡이 이런 영화/드라마에 나왔었군. 라이브가 진행되는 화면 아래 해당 음악이 사용됐던 영화/드라마 컨텐츠가 보인다. 또 가수가 출연했던 영상 짤이 눈에 띈다. 영상 짤을 플레이시킨다. 강호동이 가수에게 무리하게 노래를 시키지만, 역시 가수는 가수다. 무반주 라이브가 죽인다. 크~ 다들 감동하는 거봐. 역시 음악은 리액션이지!






기술의 발전과 경험의 변화에 대하여



나는 카세트테이프부터 사용했지만 가장 감수성이 풍부한 시절엔 CD가 대세였다. 아직도 씨디의 사르륵 움직이는 소리에 가슴이 반응한다. 현재 우리는 스트리밍과 5G네트워크 사이에 존재한다. 언제 어디서든, 거짓말 조금 보태서, 세상의 모든 음악을 접할 수 있다. 너무 편하고 신나야 하는데, 왜 음악을 듣는 게 재미가 없어진 걸까? 듣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보고, 듣고, 만져져야(리액션) 반응을 하게 된 걸까? 음악 앱은 어떤 걸 사용해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대신 AI스피커 때문에 음악 앱을 바꾼 적이 있다. 말을 잘 알아듣는 구글홈 스피커가 좋은 것 같다. 비올 때 듣는 음악 틀어줘!라고 말을 하면 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를 틀어준다. 근데 그게 늘 비슷하다. 마지막 보루는 스포티파이다. 스포티파이의 국내 상륙을 기다리는 중이다. 아직 겪어보지 못한 스포티파이의 추천은 어떤 느낌일까?....


우리는 음악을 사랑하지만 너무 흔해졌다. 음악은 이제 너무 흔한 존재다. LP판이 긁힐까 봐 CD가 긁힐까 봐 걱정하거나, 무엇을 들을지 심도 깊게 고민하지 않는다. 추천해준 음악 리스트를 플레이하거나 내가 듣고 싶은 곡을 휙 담으면 그만이다. 아니 담지 않아도 플레이리스트가 끝나면 자동으로 비슷한 음악으로 연결돼서 플레이가 된다. 일부 좋아하는 가수를 사랑하는 팬덤 문화도 있지만, 대부분 가수가 무슨 대수랴.. 신곡이 무슨 대수랴.. 내가 듣고 싶은 음악하고 비슷하면 그만이고 질리면 다시 다른 걸 추천받으면 되지..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의 행동이 변했다. 그리고 행동으로 인해 우리의 경험이 변했다.


윤종신은 말했다. 이제는 음악도 전달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그 고민의 흔적이 월간 윤종신이다.

음악 청취라는 본질이 흔들린다. 음악 플랫폼을 이제 음악 플랫폼이라 부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마존이 더 이상 서점이 아닌 것처럼. 








더 많은 음악을 제공하고 음악을 추천해주는 것이 과연 우리에게 좋은 경험을 주는 것인가?

편리함이 음악을 더 많이 즐기게 해주는 것은 맞지만 선택의 희열을 빼앗아 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결정하면서 얻는 희열, 나의 동기에 의한 행동의 결과물에서 느끼는 가치가 어쩌면 원래 우리가 원하는 탁월한 경험이 아니었을까?


LP에 바늘을 올리며 지지직 소리에 반응하고, 씨디가 사르륵 도는 소리에 반응했던 떨림의 순간을 우리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1) Sony Vision-S car Concept

https://www.youtube.com/watch?v=bO0FqOr5VXU



#2) 윤종신 뜬금 라이브

https://www.youtube.com/watch?v=mPl1BV_xNGQ 




작가의 이전글 디자인 씽킹이 따뜻하긴 해도 전부는 아니잖아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