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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프리랜서 Oct 24. 2022

출근길에 펑펑 울었다.

낮에 쓰는 일기

시간은 계속 가는데 몸이 속도를 내지 않는 하루의 시작이었다. 그렇다고 속도를 내라고 다그치기에는 내 마음 또한 무기력했나보다.


도저히 속도가 나지 않아 택시를 불렀다.

계산해보니 그나마 택시를 타야 도착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행이었다.


뒷자석에 앉아 오늘 면담을 신청해야지 생각했다.

어떤 이야기를 횡설수설하지 않고 전할 수 있을지, 너무 무례하지도 그렇다고 너무 바보같지도 않게 상사에게 말하는 법을 누군가 알려주면 좋으련만.


지나가는 나무들을 보며 터져나오는 혼잣말들을 생각하는데 갑자기 왈칵 눈물이 나왔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택시아저씨가 불편할까봐 엉엉 울지도 못하고 주륵주륵 울었다.

울었다기보다 그냥 눈물이 흘러내렸다고 말하는 게 맞으려나. 구멍뚫린 장독을 막는 것처럼 소매로 연신 훔쳤지만 기모가 두툼한 소매가 다 젖도록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창밖을 봐서인가.


터진 눈물은 눌러 담아도 잘 멈추지 않았다. 후다닥 택시에서 내려 멍한 머리를 털고 차가운 공기에 정신을 차리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터덜터덜 빌딩 안으로 들어가 화장실에서 내 얼굴을 보았다. 다행히 눈이 부었다 뿐 별로 운 사람 같지 않았다. 울고싶지도 않았고 울었다고 알리고 싶지도 않았다.


오늘은 입을 꾹 닫고 있으려 마음먹는다. 툭 하고 말을 하다 갑자기 또 눈물이 왈칵 나올까봐 무섭다.


쉽지 않다. 면담을 신청해야겠다고 먹었던 마음도 어디론가 도망을 가려 한다. 도망을 가게 두고 싶은 마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만하는 일이 있다며 나를 달랜다.


창문을 열어 다시 숨을 크게 쉰다. 차가운 공기가 머릿속가지 차올라 나를 냉철하게 만들어주기를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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