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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프리랜서 Oct 11. 2023

창업 4개월 11일 차, 일을 한다고 착각하는 것

아닌데? 열심히 했는데?


오늘 회의를 하다 문득 우리 팀은 자기 방어적인 말을 참 잘해서 일을 많이 혹은 잘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음을 알았다.


사실 일은 말이 필요 없다.

제대로 했다면 무조건 티가 난다.


자꾸만 아냐 난 한 게 많아, 이것도 하고 이것도 했어라고 말을 해야 하는 이유는 대부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린 무엇으로부터 이렇게 착각을 많이 한 것일까?


밥으로 비유를 해보면 좋다. "밥을 먹는다."는 건 무엇인가?


내 밥그릇에 밥이 다 사라질 정도로 여러 번 수저를 움직여 굶주린 내 배를 채웠다는 것이다. 이렇게나 명확한 것을 왜 물을까?


간혹 밥을 차리기만 해 놓고 우린 "밥 먹었다."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3시에 밥 먹어야지, 밥을 짓고 계란 프라이를 하고 된장찌개를 끓이고 김치를 꺼내 상을 차린다. 여기까지만 하면 밥을 먹은 게 아니다. 수저로 밥을 퍼 위장에 넣어야 밥을 먹은 것이다.


계획하고 준비하는 일 참 중요하다. 꼭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 해서는 굶주림이 채워지지 않는다. 먹지 않고 차리기만 해서는 굶어 죽기 딱 좋다.


근데 우린 자꾸 일을 할 때 계획을 하고 준비를 하는 걸 일을 했다고 많이 착각한다. 그러다 오늘 생각했다. 오, 이러다 굶어 죽겠군.


밥을 먹어야겠다. 일을 해야 한다.


차리는 시간 말고, 우린 결론을 낼 수 있는 일을 하루 최소 5시간을 무조건 해보자고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은 내가 좀 우겼다.


2시간을 일해도 4시간을 일하는 퍼포먼스를 내면 꼭 그렇게 시간으로 제한을 두는 게 아니라 해야만 하는 일을 정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지만, 나조차 듣기 싫은 소리를 했다.


이미 그렇게 해봤지만 잘 안 지켜졌으니까요.


엉덩이를 붙들고 버티고 익히고 해야만 하는 시간이 무조건 필요함을 안다. 피카소가 처음부터 그런 그림을 그린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그림을 그리듯 그려오다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한 것처럼.


계획이나 준비, 생각하는 시간을 빼고 일하는, 행동하는 시간이 몇 시간인지 명확히 알고 있는 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가 그 시간 안에 어떤 일을 얼만큼 처리하는지 파악이 되고 그럼 우린 더 구체적인 해나갈 수 있는 목표들을 만들 수 있으니.


팀으로 일하는 방법을 배워 간다. 팀으로 일하는 게 익숙해지고 싶다. 내가 꼭 필요한 사람임을 느끼는 동시에 혼자만의 힘으로 잘 된 건 없는 사람이란 걸 더 현실적으로 알게 된다.


우리만의 방법을 터득하면 분명 경직된 힘이 풀어지고 정말 필요한 곳에 집중하며 힘을 쓸 수 있겠지. 그때까지 필요한 시간을 겪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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