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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잠 May 20. 2020

글이 잘 써지는 장소가 있다

비가 오는 날, 지인의 손에 끌려 어느 카페에 가게 되었다. 이런 한적한 곳에 카페가 있다니... 놀라웠다.

사방이 탁 트이고 산이 발아래로 내려다보였다. 산에서는 산안개가 피어오르고 내리는 빗소리가 음악처럼 들렸다.

나는 커피를 못 마시니까... 녹차라테로 살짝궁 카페인 대리 섭취를 하며 우선은 눈 앞에 보이는 경치를 감상했다.

며칠 글이 안 써져서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는데 이날 카페에 다녀온 이후로 밀렸던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는 느낌이었다. 풀리지 않는 문제들도, 돈도, 글도, 관계도 잘 풀려서 나에겐 행운의 카페로 느껴졌다. 자연과 주변이 주는 '기'가 있었다.

카페를 다녀온 후, 자연의 기를 한 몸에 받고, 그날 밤을 달려서 밀린 원고를 다 썼다.


그 후에도 글이 풀리지 않으면 계속 카페 생각이 났다.


또 가고 싶다, 산이 아래로 내려다보이고, 하늘과 구름까지 다 품 안에 들어오는 듯한 느낌이 들던 곳.


그래서 며칠 후 또 가게 되었다. 어제.

흐린 가운데 얼마간 푸른 하늘과 흰 구름도 볼 수 있었다.

<강원국의 글쓰기>에 보면 저자 강원국 님도 글 쓸 때에 카페를 찾는다는 걸 알 수 있다.


"지금도 글을 쓸 때 카페를 찾는다. 잔잔한 음악과 두런거림, 이른바 백색소음이 좋아서만은 아니다. 그곳엔 이목이 있다. 눈길을 받을 수 있다. 열심히 글 쓰는 사람의 모습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는 없으리라는 믿음으로 쓴다. 누군가 알은척이라도 하면 글이 갑자기 잘 써진다."


많은 작가들이 카페에서 글을 쓴다. 나도 이상하게(?) 카페만 가면 영감이 떠오르고 글이 잘 써지는 것을 느꼈다. 시간이 없어서 못 가거나,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한동안(오랫동안) 못 가게 되었었지만, 다시 근래에 다녀와보니 예전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장소도 중요하지만, 시간도 중요하다. 시간을 정해서, 정해진 시간만큼 써보는 것도 좋다. 내 경우에 카페에 갈 때는 노트북을 100 % 충전해서 간다. 즉 4시간 안에 글을 써야만 한다는 데드라인을 정하고 가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노트북으로 다른 검색을 하고 앉아있게 되어서, 나는 나의 한계를 아니까. 내 나름의 경계를 정하고 가는 것이다.


"시간과 장소가 글을 불러온다. 글을 지속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시간과 장소 선정이 중요하다. 시시때때로 옮겨 다니면서 써봐야 한다. 그래야 자신에게 맞는, 글이 좋아하는 시간대와 장소를 알 수 있다."

-<강원국의 글쓰기> 중에서.



<강원국의 글쓰기> 제목을 보면서, 나는 언제쯤 내 이름 걸고 글쓰기 책을 써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이들의 글쓰기를 위한 책은 집필 중이지만, 어른을 대상으로 한 책을 써보고 싶다는 꿈도 살짝 가져보았다.


언젠간 그런 꿈도 이뤄질 수 있기를!

하늘에서 글이 빛처럼 내려와 by 아인잠's 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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