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기획, 남자, 2년차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스토리가 되고, 그 위에 영상과 사운드가 올라가며 풍성함을 더한다. 영화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화들은 대중들에게 공감을 받으며 빠르게 확산되고 세상을 바라보는 더 많은 시선들을 낳는다. 그리고, 그 영화들이 대중들과 만나는 접점에 바로 영화관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곳이지만, 과연 이 산업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스마트 기기들이 발달하면서 영화관 산업은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까지, 수많은 경쟁자들로 채워지고 있다. 지난 1월 7일에는 콘텐츠 공룡이라고 불리는 유료 동영상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Netflix)가 대한민국에 상륙했다.
이와 더불어 지난 1월에는 중국 IT 개발 업체 로욜(www.royole.com)이 CES를 통해서 세계 최초로 모바일 영화관 로욜X를 발표했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여전히 오프라인 영화관은 내수 영화 유통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다. 오늘은 이 업계의 전략기획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 지인을 만났다. 영화라는 콘텐츠를 넘어 다양한 문화가 담긴 공간을 운영하고 싶다는 꿈을 가진 그가 이 산업에 발을 담그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Q. 안녕하세요, 오빠. 벌써 이쪽 분야에서 일한 지 2년이나 되었네요. 오빠가 하는 일에 대해서 궁금해 할 친구들이 많을 것 같은데 간단하게 얘기해줄 수 있어요?
그럴려나? (웃음) 나는 지금 국내 TOP3 영화관 기업의 전략기획실에서 일하고 있어. 아마 어떤 친구들은 이쪽 업계에 관심이 있을 거고, 어떤 친구들은 전략기획이라는 직무에 관심이 있겠지?
우선 업계에 대해서 간략하게 이야기해줄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다니는 회사 이름을 들으면 막연하게 문화 콘텐츠 산업이라고 생각하더라. 영화를 많이 보고, 영화배우나 감독을 만나고. 영화관이라고 하면 문화/콘텐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들어오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크지 않나?
Q. 맞아요, 저도 그런 이미지가 강했어요. 그렇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말씀이시죠?
사실 영화관은 유통업에 더 가까워. 그걸 알게 되면, 사람들이 이 산업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해. 결국 나는 영화라는 콘텐츠를 파는 유통회사의 전략을 짜고 있는 거고.
고정관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직무와 상관 없이 기본적으로 문화/콘텐츠에 관심이 있어야지만 이 업계에 발을 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물론 영화 산업 전반에서 보면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미 이야기한 것처럼 영화관은 ‘콘텐츠 유통 산업’인 만큼 영화라는 콘텐츠 그 자체보다는 유통업이라는 산업 본질에 맞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필요한 곳이야. 실제로 일을 시작하면서 문화 콘텐츠 외에 다양한 분야에 조예가 깊은 분들과 같이 일을 하고 있어.
Q. 그렇군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CJ E&M이나 쇼박스 같은 배급사들이랑은 업무가 어떻게 다른 건지도 궁금하고요!
아, 그럼 영화 산업 전반에 대해서 먼저 한 번 설명해줄까? 그럼 더 이해하기 쉬울 거야. 영화 산업의 밸류체인을 간단하게 알려줄게~
(편집자 주: 밸류체인(Value Chain)이란 고객이 기꺼이 지불하고자 하는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기업 혹은 산업이 수행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출처: 행정학 사전>
영화 산업은 투자/제작부터 시작해서 배급, 홍보/마케팅, 상영, 그리고 기타 부가 시장으로 구성되어 있어.
먼저, 투자/제작은 영화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고 이를 토대로 제작을 하는 것까지를 말하지. 배급은 제작된 영화의 판권을 구매해서 이를 극장이나 IPTV 혹은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같은 채널에 뿌리는 걸 말해. 이름 그대로 배급사의 일이지. 그리고 그 영화를 홍보하는 사업자들이 따로 있고, 우리 같은 영화관은 배급사와 계약을 통해 팔고자 하는 콘텐츠를 받아서 '상영’하는 거야.
그럼 배급사와 영화관이 영화산업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 건지 대략적으로는 알겠지?
원래 배급사의 주요 목표는 흥행할 수 있는 영화를 많은 채널에 팔아 돈을 버는 거야. 그런데 우리나라나 헐리우드의 대형 배급사들은 수직적 통합을 통해 투자/제작사의의 역할까지 하고 있어. 그래서 네가 언급한 배급사들은 사람들이 많이 볼 것 같은 영화에 투자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 영화가 더 많은 채널에서 상영될 수 있게 하는 것까지를 모두 담당하는 거지. 아마 보통 사람들이 떠올리는 ‘영화 산업’은 이 쪽에 가깝지 않을까 싶어.
이와 다르게, 영화관은 더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오도록 하는 데 주 목적이 있어. 다른 여가 생활 대신, 극장에서 영화 보는 데 시간을 쓰도록 하는 거지. 이 과정에서 우리는 고객 분석을 통해 어떤 콘텐츠를, 어떤 시간대에, 어떤 상영형태(4D, 3D…)로 노출할 지에 대한 고민도 하지만, 꼭 콘텐츠가 아니더라도 고객들이 우리 극장을 찾게 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기획하고 있어.
고객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더 명확하게 느낄 수 있을 거야. 먼저 내가 보고 싶은 영화가 어디에서 상영하는지를 찾겠지? 하지만 그런 영화관이 다수 존재한다면 그 중에서는 접근성이 좋거나 혹은 시설이 편리한 곳을 선택하게 될 거야. 주차 시설이 잘 되어 있다거나, 실내 인테리어가 마음에 든다거나. 혹은 영화를 본 이후에 추가적으로 놀 거리가 있는 극장들을 선택하기도 하겠지. (맛집이나 쇼핑몰 혹은 유명한 카페 등) 영화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스낵 메뉴(팝콘 등)이 더 다양하고 맛있는 곳을 선택할 수도 있고.
자, 여기에서 영화라는 콘텐츠는 최초의 의사결정에 있어서만 영향을 미치지. 그 이후에는 오히려 극장의 스펙이나 서비스에 따라 선택이 이루어지는 거야. 마치 우리가 옷을 살 때 같은 브랜드라도 온라인에서 살 지, 백화점에서 살 지 정하고, 그 중에서도 어느 백화점을 갈 지 결정하는 것처럼.
그렇기 때문에 영화관산업은 백화점이나 마트 같은 유통 산업에 더 가까운 거라고 볼 수 있는 거지. 백화점과 마트가 점포 입지 전략, 브랜드 입점(테넌트 관리)전략, 브랜드 홍보 전략 등을 세우 듯이 영화관도 어떤 영화를 상영할 지 외에 교통편이나 편의시설을 고려해 입지를 결정하고, 재방문율을 높이기 위해 멤버십 서비스나 고객관리를 해.
즉, 영화관 산업은 영화관을 어떻게 운영했을 때 수익성이 날 지, 충성고객 확보는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해 고민하고 실행하는 사업을 한다고 보면 될 듯해. 이제 조금 이해가 될까?
그래서 아까 말했듯이, 영화관 산업은 영화 콘텐츠 그 자체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도 좋지만, 유통업계, 혹은 부동산이나 공간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굉장히 매력적인 곳이 아닐까 싶네~
Q. 멋져요! 이제 그림이 그려지네요~ 그럼 이렇게 매력적인 영화관 산업에서 오빠가 속한 전략 기획실이 하는 일을 소개해주세요. 위에서 이야기한 입지 전략이나 고객 확보 전략 등을 전부 전략팀에서 기획하나요?
그런 일들은 보통 실무를 다루는 현업 부서들에서 진행하지. 입지 전략이라면 개발팀, 고객 확보는 마케팅팀의 주도 하에 이루어져. 가끔은 현업 부서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이슈들에 대해 In-house 컨설팅 형태로 같이 해결책을 찾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는 조금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해. 여기서 말하는 큰 그림이라는 건, 그룹사 전체의 방향성에 맞춰 우리 회사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있고, 외부 환경 변화, 그러니까 글로벌 시장의 흐름이나 경쟁사 움직임, 관련 신기술의 동향 같은 것을 파악해서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게 있지. 현업 부서가 하루 하루 매출을 내줘야 회사가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이 당장의 실적에 집중하느라 놓칠 수 있는 ‘숲’을 보고 다듬는 일을 우리가 하는 거야.
기본적으로 전략기획실에서 하는 일들은 어떤 산업이든 비슷하다고 생각해. 물론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세부 내용들은 산업군에 따라 다를 수 있긴 해.
Q. 그럼~ 혹시 오빠가 속한 산업에서만 다루는 뭔가 특별한 프로젝트들이 있나요? 오빠는 여기에서 일을 하면서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해봤어요?
위에서 말했듯이, 회사 전체의 중장기 성장전략을 수립하는 프로젝트도 참여했고 경쟁환경 변화에 맞춘 대응전략을 제안하기도 했었지. 주로 전사 차원의 프로젝트였던 것 같아.
최근에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사업 전략에 집중하고 있어. 이미 내수 시장은 어느 정도 성장이 정체되었다고 판단하고 있거든. 대신 중국과 같이 영화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는 곳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전략을 수립하는 거지. 글로벌 시장에서는 사업자 간의 M&A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어. 이를 통해 새로운 국가에 진출하기도 하고, 기존에 진출했던 국가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도 하지. 우리도 어떻게 하면 영향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지 그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어~ 어떤 국가에 들어갈 건지, 어떤 방법으로 진출할 건지 (그린필드, 조인트벤처, M&A 등), 진출을 해야겠다는 결정이 났다면 과연 어떤 목표를 가지고 사업을 진행해나갈 것인지에 대해 기획해야겠지?
영화관 산업의 특성 상 아직 전세계적으로 단일 브랜드를 가지고 영업하는 브랜드는 없는데, 개인적으로는 그게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어^^
Q.그럼 이번엔 좀 더 일상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2년차가 전략기획팀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은 지도 정말 궁금했는데!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될까요?
아침에 오면 제일 먼저 e-mail을 확인해. 다른 현업 부서에 비해 e-mail이 많은 편은 아니라 15분 이내로 마무리하고, 보통 오전에는 팀원들과 모여 프로젝트에 대해 회의를 하고 있어. 현재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상호 피드백 이후에 다시 업무를 조정, 분담하지. 데드라인도 결정하고. 프로젝트를 하나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데드라인이 가까운 일일수록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먼저 처리하고 있어.
그리고 프로젝트 업무 이외에 일상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일들이 있는데, 예를 들면 뉴스나 다양한 보고서를 토대로 내/외부 환경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영화관 사업자와 관련한 데이터를 확보, 분석하는 일들이 있어.
Q. 제가 듣기론 전략기획팀에서 신입사원이 주도적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들었는데, 오빠는 어떤가요?
아무래도 그렇지. 보통 전략기획팀은 현안 이슈 혹은 미래의 이슈에 대한 가설 설정을 바탕으로 해결 전략을 수립하고, 주장(제안)하고자 하는 전략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만들어 가는 거다 보니까 회사 내부 자원과 업태, 외부 환경을 잘 알고 있어야 해. 이렇게 다면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깊이 있는 분석들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데 1-2년차 사원이 하다 보면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많아. 그래서 보통 PM(Project Manager)들이 큰 그림을 그려주시면 그 큰 그림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논의에 대한 논리적 근거의 토대가 되는 데이터를 우리들이 찾고 있어.
하지만 그 데이터들을 가공하는 과정에서 내 판단들이 들어가게 되니까 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꽤 많아. 가끔 내가 방향성을 잘못 잡을 경우에는 팀장님을 비롯해 팀원분들께서 피드백을 주시기도 하는데 그럴 때 많이 배우기도 하고.
Q. 그렇군요~ 그런데 오빠는 어떻게 이 산업, 회사, 그리고 이 직무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내가 첫 커리어를 결정하는 데 있어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건, 향후 개인적인 꿈과 얼마나 연관성이 있는 지에 있었어. 그렇기 때문에 해당 산업이 내 관심사와 맞는지, 직무도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인지 고민을 많이 했지. 그리고 이왕이면 업계를 리딩하는 사업자인지, 성장하고 있는 회사인지에 대해서도 고려했던 것 같아. 배울 수 있는 것들이 많을 거라고 봤거든.
Q. 아, 많은 사람들이 취업의 어려움 때문에 개인적인 꿈을 포기하고 무작정 다양하게 써보는 경우가 많던데, 오빠는 원하는 곳에 이렇게 들어갔네요. 혹시 오빠의 ‘개인적인 꿈’이 뭔지 들려줄 수 있나요?
어렵지, 취업 ㅠㅠ 나도 정답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금 와서 느끼는 건, 결국엔 내가 제일 관심 있는 분야인 만큼 나도 열정적으로 면접에 임했고, 회사에서도 그런 걸 느끼지 않았을까 싶어. 취업 준비가 가까워지기 전에 다양한 활동들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를 찾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
아무튼 내 개인적인 꿈은 스토리가 담긴 공간을 운영하는 거야. 그 공간을 경험한 개개인의 이야기가 담겨 새로운 스토리가 나오고, 그 스토리들이 모여 역사가 되고, 다시 재생산되어 가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어. 마치 파리의 Café de Flore나, 뉴욕의 포시즌스 호텔, 도쿄의 츠타야 북스와 같이 과거이자, 현재이자, 미래가 될 수 있는 공간을 말이야.
어떤 사람들에게는 추상적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이런 꿈을 가지고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가다 보니 점점 그 꿈이 실체화되고 있는 게 보여서 뿌듯해. 처음엔 그저 나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다가 깨달은 건데, 내가 ‘공간’이 주는 가치에 매력을 느끼고 거기에 큰 의미부여를 하고 있더라고.
너도 잘 알고 있겠지만, 영화관이나 미술관, 카페, 맛집을 일부러 찾아 다니고, 나 혼자 즐기기보다는 관심사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는 걸 선호하지. 그렇게 나온 하나의 프로젝트가 ‘무비나잇’이야. 매번 테마에 맞게 영화 몇 편을 선정해서 함께 관람하고 영화 하나가 끝날 때마다 혹은 영화를 보면서 생각을 나누는, 그런 소소한 파티 같은 건데, 매년 1-2회씩 꾸준히 진행하다보니 벌써 10회를 바라보고 있어.
내가 무비나잇을 하면서 알게 된 게, 이렇게 같은 공간에서 관심사를 공유하는 것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라는 거지. 그렇다면 내가 그 공간의 주인이 되어보겠다는 거야. 내가 좋아하는 영화, 커피, 와인, 그리고 그걸 즐기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또 그 이야기에 빠져 새로운 사람들이 오는 그런 공간을. 그래서 100년, 200년이 지나도 이 곳에서 그런 문화를 향유하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게 남길 바라는 거지.
그런 관점에서 내 관심 분야인 영화와 연결되기도 하고, 공간 비즈니스에 대해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이 업계의 전략기획실은 정말 매력적일 수밖에.
Q. 그럼 오빠는 여기에서 일을 하는 게 오빠의 개인적인 꿈을 이루는 데 좋은 발판이 될 수 있겠다는 거죠?
맞아. 덕분에 재미있게 일하고 있지. 우선은 전략 기획 부분의 전문가이자 공간을 운영하는 데에 있어서 전문가가 되기 위해 여기에서 열심히 배우려고. 앞으로도 '공간 비즈니스'와 관련된 전략/신사업기획 업무나 '브랜드경영' 관련 업무 쪽으로 커리어패스를 계속 밟아나가려고 생각 중이야. 목표가 명확하지만 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중간 단계들은 너무나 다양해서 다음 단계를 결정하는 그 부분에 있어서는 항상 고민이지. 사업기획, 브랜드 마케팅, 영업까지 다양한 직무에 대해 관심이 있는 것도 그 일환이고. 이렇게 꾸준히 고민하고 열심히 단계를 밟아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문화/공간 비즈니스'의 CSO, CEO 레벨까지 성장해있지 않을까?
Q. 그렇다면 오빠가 이 일을 하며 가장 보람찼던 순간은 언제였어요?
현업에서 진행하다가 문제에 부딪혀 정체 되어 있던 프로젝트가 있었어. 그 프로젝트가 우리 쪽으로 넘어왔는데, 너무 긴급하게 떨어져서 1주일 내내 매일 16시간 이상의 마라톤 근무를 하기는 해야 했지. 하지만 우리는 결국 해결 점을 찾았고 다음 단계로 진행할 수 있었어. 처음으로 본부장님께서 팀 전체를 칭찬하셨던 프로젝트라 가장 기억에 남아. (어떤 프로젝트였는지는 이야기할 수 없어서 미안~)
Q. 그럼 일이 가장 도전적으로 느껴졌던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주된 업무가 프로젝트 단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PM, 더 나아가 최종 책임자와의 방향성을 맞춰야 하는 부분이 어려워. 대학생 때는 조장 역할을 주로 하고 프로젝트를 이끄는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여기에서도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는데, 욕심을 내서 나만의 길을 개척하다 뒤집히는 경우도 있었어. 내가 아직 논리적으로 누군가를 설득하기에는 기술도 부족하고 경험도 부족해서라고 생각해. 개인적으로 논리 구성에 대해 연습도 하고, 이곳에서 경험을 쌓다 보면 차차 해결될 거라 믿어.
Q. 그럼 오빠가 생각하는 해당 산업 및 직무의 장, 단점은 어떤 게 있을까요?
내가 근무 중인 산업도 그렇고 직무도 그렇고, 외부에서 보기에 '이미지'가 좋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 일단 '영화'가 들어가면 뭔가 재미있어 보이잖아.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기도 하고. 또, 전략기획팀이라고 하면 회사의 ‘브레인’ 역할을 한다고들 생각하니까 사내에서 인정받는 인재가 모여 있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강하지.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고. 또, 그런 브레인 역할을 수행하는 만큼 기업의 모든 정보를 접할 수 있고, 기업의 임원진, 최종 의사결정자와 직접적으로 일할 수 있어서 배우는 것도 정말 많아. 다들 스마트하시거든.
한 가지 더 긍정적인 점은, 우리 회사가 업계를 선도하는 사업자이기 때문에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고민을 해야한다는 책임감도 느낀다는 거! 나 혼자만이 아니라, 팀 사람들, 회사 전체가 공감을 하고 같이 나아가기 때문에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는 것 같아.
단점이 있다면,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거야. 1년이 지난 후에 '내가 올해 뭘 했지?'라고 물었을 때, 눈에 보이는 건 보고서 뿐 이거든. 그러다보니 스스로 동기부여를 꾸준히 할 수 있어야 해.
또 한 가지 명확한 단점은 긴 근무시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우리 팀은 6시 이전에 퇴근하면 '반차'를 받았다고 해. 정상 퇴근 시간은 5시 30분인데 말이야. 그래서 Work&Life Balance나 건강을 관리하는 게 쉽지 않아. 오늘은 이 인터뷰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일찍 나왔네(웃음).
Q. 그렇군요~ 오빠는 ‘공간 운영 사업’이라는 개인적인 꿈을 토대로 커리어를 밟아나가고 있다 했는데, 그럼 함께 일을 하고 있는 팀원 분들은 어때요?
사람마다 그 방향성은 너무나 달라서 일반화 시킬 수는 없겠지? 하지만 보통은 전략기획이라는 직무에 매력을 느끼고 계속해서 일을 하고 계셔. 우선 우리 팀에는 외국계 컨설팅 펌 출신도 계시고, 여러 대기업 전략기획실에서 일을 하신 분도 계셔. 물론, 엔터테인먼트 기업에서 기획을 하시던 분도 계시지만, 전략 직무 특성 상 꼭 문화/콘텐츠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산업에서 오시는 편이지.
나중에는 대기업의 특성상 직무 순환의 차원에서 현업 부서로 이동을 하시는 경우도 있고. 또, 가끔은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이 산업에 특화된 컨설턴트로서 컨설팅 회사로 가시기도 하더라.
너도 알겠지만, 대기업 전략기획실에 신입이 들어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알고 있어. 그래서 나 같은 사람들이 이후에 어떤 트랙을 밟아왔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그런 만큼 내가 더 열심히 하려고 하고 있고, 근무 시간 외에는 ‘공간 사업’에 대한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한 노력들을 병행하면서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들을 만들어 가고 있지. 대기업 전략기획실에서 시작했지만 전략기획을 베이스로 한 공간 비즈니스 전문가라는 패스를 만들어보고 싶어.
Q. 그럼 오빠가 이 직무로 회사에 입사하고, 일을 해내는 데에 가장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시는 경험은 무엇이 있는 지 들려주세요~
경영학회 활동이나 수업을 통해 진행했던 조모임들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생각해. 어떤 사람들은 조모임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지금 회사에서 하고 있는 일은 결국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한 논리와 그 논리를 백업해줄 근거들을 찾고, 이를 효율적인 의사소통(문서든 발표든) 방식을 통해 전달하는 일이지. 조모임에서 전체적인 프로젝트 매니징과 스토리라인 설계, 발표, 그리고 팀원간의 커뮤니케이션을 해왔던 경험들이 지금 업무를 진행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어. 조원들보다 한 걸음이라도 앞서가기 위해 고민했던 것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자료를 찾기 위해 노력했던 리서치 시간과 이를 통해 만들어진 습관들이 자연스럽게 전략기획 업무에 녹아 들게 하고 있다고 생각해.
물론 굉장히 이상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어. 그리고 취업 시장에서 면접을 보거나 할 때도 조모임 그 자체로 뭔가를 피력하기는 쉽지 않지. 그렇지만 나는 조모임을 통해서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해본 적도 있었고...이건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하냐에 달린 게 아닐까? 물론 나는 조모임이 좋아서 조모임에 올인을 해버리고, 시험을 보는 과목들은 정말 안 좋은 학점을 받기도 했었는데 다들 이런 관리는 나보다 잘할테니...?! 어쨌든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조모임이 나에게는 논리력을 기르고 주도적으로 무언가 해나가는 습관을 키우는 데 베이스가 되었다고 생각해. 서울대에 입학하고 나서 “교과서만 보고 공부했어요.”라고 하는 그 말을 유머코드라고 보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은 그 교과서 하나를 가지고도 얼마나 집중하는 지, 전략적으로 계획을 세워서 하는 지가 성공의 열쇠인 것처럼.
그리고 만약 정말 전략기획 관련 업무에서 일을 하고 싶다면,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자기만의 가설과 논리를 바탕으로 분석하려는 노력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 예를 들면 내가 자주 가는 카페의 일 매출은 얼마나 될까, 하루 방문객은 얼마나 될까 같은 하는 사소한 질문들에 대해 논리적인 추론을 해보는 거지. 사소한 걸 수 있지만, 이게 정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이런 부분을 혼자 하기 어렵다면 컨설팅이나 대기업 전략기획 쪽 취업을 준비하는 친구들과 스터디를 해보는 것도 좋을 거야. 나는 학회를 하면서 좋았던 게 이 분야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많아서 이야기도 많이 하고 생각도 풍성해졌던 것 같네.
+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 글을 읽는 대학생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다양한 경험을 해봤으면 좋겠어. 대학 생활을 하면서 해보고 싶은 것들이 다들 몇 가지씩은 있을 거야. 동아리 활동, 배낭 여행, 교환 학생, 조모임, 가슴이 아프도록 진하지만 아쉬운 연애까지.
내가 1학년 때 한 선배님께서 대학생활 동안 '학점/연애/동아리' 중에 두 개만 완벽하게 해도 성공한 대학 생활이라는 얘기를 해주셨는데, 그 말이 정말 딱 맞는 것 같아. 요즘 대학생들을 보면 셋 다 잘 해나가는 것 같지만~
다양한 활동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내'가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난 언제 행복한지'에 대해 고민하고 찾아 가면 좋을 것 같아. 그리고 이 과정을 거쳐 '취미 생활'을 하나쯤 가지면 좋겠어. 가능하면 '생산적인 취미 활동'이면 더 좋고.
내가 생각하는 ‘생산적인’의 의미는, 단순히 시간을 때울 수 있는 취미활동 말고, 개인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가치’를 만들어가는 활동으로 이어지면 좋겠다는 거야. 예를 들면 그냥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 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자리를 갖는다든지, 글을 써본다든지. 여행을 갈 때도 그냥 무작정 가이드북을 따라가지 말고 나 자신만의 컨셉이나 테마를 만들어서 다녀온다던지.
이러한 생산적인 취미생활을 하나하나 해 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과는 구별되는 나만의 스토리들을 만들 수 있어. 그리고 이 스토리를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해 나가는 과정에서 더 넓은 세계를 볼 수 있는 기회들이 생길 거야. 이러한 스토리와 네트워크가 확장되다 보면 어느 순간 단순히 좋아하던 것들이 내 커리어 패스나 개인적인 꿈과 연결되는 지점을 찾게 되는 경우도 있고, 나처럼 말이지. 때로는 더 큰 가치를 위한 비전을 갖게 되는 기회가 될 거라 생각해.
나는 대학 생활 때 하고 싶은 것들을 정말 많이 했던 거 같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회되는 것들도 있는데, 내가 원하지 않는 것들을 하면서 낭비하기엔 너무나도 소중한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드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미래를 그리지 말고, 나만의 미래, 꿈을 꼭 그려봤으면 좋겠어. 조금은 하늘 위에 떠 있는 구름 같은 이야기라도. 가끔 내가 놀라는 것 중에 하나는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일들이 꽤 많다는 거야. 그런 꿈 같은 일들을 이루어지게 하려면 그게 무엇인지 내가 잘 알고 있어야겠지? 그러려면 더 많은 경험들을 해봐야하고~
감사합니다 오빠~ 정말 진솔한 이야기였어요!
Thanks to...
솔직담백한 인터뷰를 위해 비공개를 요청한 그에게 우선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내가 그를 알게된 건 정말 찰나의 순간이었는데, 그 짧은 순간의 인연도 소중히 생각하는 그 덕분에 이런 좋은 인터뷰의 기회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라 돌이켜 생각해본다.
영화관 산업에 대한 이야기들로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그의 삶과 꿈들이 더해지며 지루할 틈 없이 인터뷰가 끝이 났다.
언젠가 파리의 셰익스피어 서점에서 시를 공유하는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어 부러워하며 듣기만 했었는데, 한국에 돌아와 그가 주최한 무비나잇에서 그 때의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영화를 바라보는 생각들이 밤새도록 오고 갔다. 그런 자유로운 대화를 느껴본 건 오랜만이었다. 인터뷰에서 그는, 현재의 일에 최선을 다하면서 앞으로 스토리가 담긴 공간을 운영하기 위해 많이 배우고 있다고 했지만, 이미 그 꿈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인터뷰를 읽고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영화관 산업에 흥미를 느끼고 그와 같은 꿈을 꾸게 될 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가 이렇게 솔직한 인터뷰를 해준 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 때문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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