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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주 Mar 30. 2024

단순한 일상과 미니멀라이프.




늘 그렇듯 오늘도 아침 이불정리로 시작다. 이사를 오며 사이즈의 침대를 버리고 시작한 바닥생활. 간단히 접을 수 있는 매트리스는 정리 큰 시간이 들지 않는다. 


3단 매트리스를 접고,

이불을 개고, 베개를 올리면 끝.


심지어 요즘은 '같이하자'는 아이와 함께라 30초도 걸리지 않는다.



- 배고파 빠빠줘.


언제나 이불 정리 후, 배고프다는 아이.


아침마다 이부자리를 정리하는 일은

아이에게도 아침이 왔음을,

오늘 하루가 시작됐음을 알려주게 된 것 같다.


내려와.. 귀욤아..

물론 정리만 하는 건 아니다. (ㅎㅎ)



정리를 하자마자 또다시 어지르기도 하지만, 아무렴 어때.

다시 정리하면 된다.

아마 다시 정리하는  10초도 안 걸릴 거야.


이불정리를 끝내면 간단한 아침을 챙기고 등원 준비를 시작한다.


누군가 나에게 하루 중 가장 바쁜 시간이 언제냐고 물어본다면 난 지체 없이 등원준비를 하는 시간이라 대답할 거다. 다른 때는 안 그런데 어린이집 등원은 차량이 오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그런가, 그 시간을 맞추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만 같은 기분에 늦지 않음에도 늘 마음이 급하다.



학창 시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항상 날 깨우던 엄마가 아마 이런 마음이었을까. 내 약속시간이 아니라 아이의 약속시간이라는 사실이 엄마의 임감을 만들어 낸다.


아이를 등원시켰다면 

간단 집안일들 시작해보자!


여기서는 '간단'이라는 단어가 중요하다. 왜냐면 청소를 하는 등의 살림에 1시간 이상을 쓰지 않는 게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게을러서 그런 걸까?

별게 다 미니멀이라고, 청소마저 미니멀하게 하고 있는 나는 매일 바닥과 선반의 먼지를 닦아내는 빤짝빤짝한 청소는 하지 못한다. 


그저 매일 조금씩 할 뿐이다.


예를 들면 매일 청소기를 돌리만, 오늘 거실에 집중했다면 내일은 주방에 집중하는 식으로 힘을 빼고 청소를 한다거나 빨래 같은 경우도 한 번에 모아서 하는 편이라 아이 거 어른 거 구분 없이 막 넣고 세탁기에 돌리는 식의 매일 조금씩 하는 집안일.


그래도 이제는 전업주부가 됐으니 예전과는 달라져야 하지 않겠나 싶어 조금 더 신경을 쓰긴하지 아무래도 30분 이상의 청소시간은 너무 힘들다.



건조기 먼지필터 늘 씻는 정도,

주방 후드를 자주 씻는 정도,

욕실 정리를 매일 하는 정도.


나름대로 살림을 하고는 있구먼라고

스스로 만족하는 정도로만.


딱 이 정도가 나에게는 알맞다-

짧은 청소를 끝내고 나면

요가를 하거나 책을 읽는 시간을 가진다.


요가는 최근 들어 시작했는데 요가 선생님이 된 친구 덕분에 지인찬스로 집에서 요가를 배울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일주일에 2번. 가를 배우며 엉망인 나의 자세와 엄청나게 굳은 어깨상태를 처참하게 깨닫기 시작했다. 근력도 많이 없는 상태에 그간 너무 웅크린 자세로 살아온 내 몸뚱이.


바른 자세를 배우고, 호흡에 집중하고, 내 몸에 집중하는 시간.



1시간 정도의 요가 수업은

최근 들어 내가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다.


요가가 너무 재밌기도 하고

멋진 선생님이 된 친구를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시간지. 너무 좋다.



나름 분주해 보이는 오전의 일상이 끝나면,

간단히 점심을 먹고 커피 한 잔을 하며 숨 고르는 시간을 가진다.


혼자 간단하게 점심을 려먹는 편이지만, 가끔은 체험단을 활용해 엄마와의 외식을 하는 경우 종종 있긴 하다. 엄마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 만든 시간. 주에 1번 또는 두 번 정도 하는 엄마와의 외식시간도 식사를 끝내고 나면 최대한 일찍 집에 돌아오려 한다. 


그리고 온전 쉬는 시간을 만들어 낸다.

가만히 쉬는 시간.


오후 3시가 지나면 아이가 돌아올 거다.

아이의 하원 전에 게으름을 만끽하며 나른함을 만끽하며 최대한으로 쉬자.



- 아이가 있을 때 같이 바쁘고, 아이가 없을 때는 좀 쉬어. 그래야 아이랑 더 잘 놀아.


일을 그만둔다 말을 했을  엄마가 해줬던 조언 아닌 조언 중 하나다. 엄마 말 잘 듣는 딸이 아니라 듣고 싶은 말만 듣는 편인데, 쉬라는 이야기만 잘 듣고 있다.


아마 듣고 싶었던 말이었나 보다.



집에서 가만히 넷플릭스를 보기도 하고,

집 밖에 나와 산책을 하기도 하는 나만의 쉬는 시간.


오늘은 날씨가 좋길래 벚꽃 보러 잠시 집을 나섰다.


뭐 안 해도 좋다.

그냥 편안하게 걷는 것. 그거면 충분하다.


그리고 대망의 하원시간.


비가 오지 않는 이상 무조건 밖에 나가서 아이와 뛰어논다. 요새 씽씽이를 타기 시작한 아이와 오늘은 2시간이나 밖에서 씽씽이를 타고 들어왔다. 나보다 훨씬 체력이 좋은 아이의 텐션.


예전엔 따라다니는 것만으로도 벅찼는데

요즘엔 내 체력도 점점 올라 나름 아이의 호흡에 맞춰 놀아줄 수 있게 되었다.


별거 안 했지만 귀한 하루가 저물어 간다.



그간 일상에 힘을 빼려 노력을 해왔다. 특히 직장을 그만두며 더욱 가벼운 삶을 사려고 노력해 왔고, 힘 빼는 방법은 지금도 연습 중긴 하다.



늘 같은 아침,

간단히 먹는 점심식사,

헤이즐넛 시럽 한 방울 넣은 커피 한잔.

그리고, 요가와 독서. 걷기.



내 하루를 채워준 건

대단한 취미활동들과 엄청난 음식들이 아니라

그냥 날 위한 소박한 밥상과 커피 한 잔,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일들이라는 걸

비우며 깨닫게 되었다.


복잡한 세상 속에서 나에게 집중하며 단순하게 살아가는 것.


미니멀 라이프는

많은 것을 비우게 도와주

내게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몸소 느끼게 해 줬다.

몸소 느낀 순간 내 일상은 단순해지기 시작했다.



 충분히 채워 주는 건 

결국  위한 오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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