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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사지 않고, 있는 거 잘 쓰기.

by 영주




혼자 몸을 일으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조심스레 발을 떼던 아이. 그런 아이가 너무 신기해 양말을 사고 신발을 신겨 외출했던 게 그리 오래전 이야기가 아닌 것 같은데, 언제 이렇게 자랐는지 훌쩍 커 이제는 나보다 훨씬 잘 뛰어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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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만 해도 형아들이 타고 다니는 씽씽이나 자전거에는 관심이 없더니 이제는 좀 걸을 줄 안다고 놀이터에서 마주치는 또래들의 씽씽이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나 보다. 한참을 눈을 떼지 못한 아이를 보다가 씽씽이를 사야겠다 싶어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다. 그리 비싼 것 같진 않은데 종류가 너무 다양해서 뭘 사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아 차마 구매버튼을 못 누르다가 이럴 땐 당근이 답이라며 '당근'을 켰다.


'유아용 킥보드'를 검색해 보자 나눔 하고 있는 수십 개의 씽씽이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좋아, 일단 나눔 받아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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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그날 저녁 바로 나눔 받아와 이제는 아이의 최애템이 된 씽씽이.


처음엔 잘 타지 못해서 그저 끌고만 다니더니, 곁눈질로 다른 친구들 타는 걸 바라보고 조용히 따라 하고 매일같이 연습하던 아이는 금방 씽씽이에 적응했다. 당근을 통해 사거나 나눔 받는 물건들은 새 제품들에 비해 사용감이 있지만, '어차피 아이가 몇 번 타고나면 금방 나눔 받아 온 물건처럼 될 건데'라는 생각이 나에겐 더 커서 별로 신경 쓰이지 않았다.



새로 사는 것도 좋지만,

굳이 새로 사지 않고

다른 사람이 쓰던 걸 다시 잘 쓴다면

또 그것대로 좋은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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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은 육아에 굉장한 도움이 된다. 특히 아이의 옷이나 장난감, 책이 필요할 때 무조건 새로 사기보다는 '당근'을 통해 구매하는 편이다. 얼마 전 5만 원에 일괄 구매한 옷 20벌은 아마 올 한 해 내내, 아이의 바깥생활을 책임져 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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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주방에 있는 4인용 이케아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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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식탁은 다 좋은데, 사용하다 보니 색상이 맘에 들지 않는다.


조금 더 어두운 색의 식탁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해 유튜브에 '가구 리폼'을 검색하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가구리폼을 셀프로 하고 있었다.



- 나라고 못할 게 뭐야?


열심히 유튜브 영상으로 배워, 쿠팡에서 코코아색의 목재 수성 스테인과 도장 찍기용 스펀지, 사포를 주문했다. 그렇게 도전한 셀프 가구 리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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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면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색상도 마음에 들고 식탁 사용에도 불편한 점이 없어 굉장히 만족스럽다. 20,000원으로 가구 리폼을 한 셈인데 저렴한 가격에 해낸 것도 마음에 들지만, 금액을 떠나 원하던 식탁의 색을 무조건적인 소비로 얻어낸 것이 아니라, 스스로 리폼을 해서 만들어 냈다는 것이 나 자신에게 엄청난 만족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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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이런 뿌듯함을 준 건 식탁 리폼뿐만이 아니다. 최근 그릭요거트가 너무 맛있어, 그릭요거트 메이커를 사야 하나 싶어 알아보던 중 네이버에서 메이커 없이도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그건 바로 '커피필터'를 이용하는 것.



당장 집에 있던 커피필터를 이용해 그릭요거트를 만들어 보았고, 정말 쉽게 성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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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기 전 필터 위에 올려 둔 요거트는

자고 일어나자 꾸덕한 그릭요거트가 되었다.


아침으로 꾸덕한 요거트에

집에 있던 과일과 견과류들을 넣어 먹었다.



- 와 이게 되잖아?



필요한 것들은 일단 사서 해결하던 때와는 다르게

이미 있는 것들을 활용하는 것.


나의 '가지고 있는 걸 활용하기'는 물건에서 그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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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째 꾸준히 작성하던 블로그.


최근 이 블로그는 나에게 여러 경험을 선사해주고 있는데 특히 체험단 활동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그냥 글 쓰는 게 좋아서 꾸준히 쓰던 블로그 덕분에, 예쁜 카페에 들러 커피를 먹을 수 있게 되었고 돈 쓰지 않고도 부모님과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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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생긴 가게에 들러

부모님과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것.

저렴하게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


무조건적으로 돈을 쓰는 게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이용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나는 그간 미니멀 라이프를 통해 많은 짐들을 덜어냈다.


그리고 많은 것을 비워내자

새로운 물건들을 들여야 할 때

있는 걸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를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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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에 무조건적인 자급자족은 힘든 일이다. 하지만, 시대에 맞는 자급자족의 방법들을 생각해 보면 또 아예 못할 건 아니다.


오랜 시간 '소비'는 날 편하게 만들어줬다. 하지만, 내가 조금 불편하니 '돈'으로부터의 불안감이 줄어들었고, 내가 조금만 더 움직이니 오히려 '물건'으로부터의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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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소비하는 생활에서 창조하는 생활로 전환하면 물건을 아끼게 되고 풍요로워져요."_'3평 집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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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하는 생활에서 창조하는 생활로 전환하는 것.


아직 완전한 전환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조금씩 이뤄나가고 있는 나의 지금이 너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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