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여지없이 아이가 눈을 잠에서 깼다.
조금만 더 자자.
엄마 너무 피곤해. 라며
10분씩 10분씩 기상시간을 늘리려 부단히 애썼지만
'엄마 배고파.'
라는 무적의 한마디에 금방 이불속에서 나온
별 수 없는 엄마.
그나마 마트에서 사 온 5만 원짜리 암막커튼 덕에
운 좋으면 오전 7시까지 꾸역꾸역 버텨내는 요즘,
오늘은 7시에 일어난 아들이다.
간단한 아침을 먹이고,
본인의 루틴을 시작하는 아들 옆에
요가 매트를 펼쳤다.
요즘 그림 그리는 재미가 한창인 아들에
미술에 미짜도 모르는 공대생 엄마는
나름의 영감을 불여 넣어주려
고민을 하다가 지브리 ost를 틀어주었다.
어때 도도야 더 잘 그려지는 것 같지 않니?
유튜브에 보니 아이에게 곰 그림을 그려주며
함께 색칠하는 방법이 있다길래
아이의 옆에 앉아 곰돌이 열 개를 그려보았다.
와 엄마 그림 잘 그린다
고 칭찬해 주는 아이 덕에
내가 더 신난 건 비밀.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자
시끌벅적하던 집이 금세 조용해졌다.
날이 좋아 집에 달린 창문이란 창문들은
모두 열고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살랑이는 바람을 느끼며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었다.
날씨가 좋아서 그런가 금방 책 한 권을 다 읽고
도서관에 다시 방문해
책 한 권을 더 읽고 왔다.
고양이를 버리다. (무라카미 하루키 )
책을 읽다 보면
언젠가 나도 멋진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접힌다.
이렇게 멋진 글을 쓸 자신이 난 도저히 없는걸..
그래도 브런치 덕에 글 쓰고 싶은 내 욕망을 조금씩 풀며 살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알럽 브런치
금방 다가온 아이의 하원시간.
도서관에서 나와 오래간만에 산 커피 한 잔.
달달한 바닐라라떼를 좋아하지만
건강을 챙기고 싶어 더 이상 달달한 시럽이 들어간 커피는 시키지 않는다. 대신 라떼의 고소한 우유향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입안을 가득 채우는 우유의 고소함과
목구멍을 삼킬 때 커피의 씁쓸한 맛이 좋다. 프랜차이즈 커피든 드립커피든 믹스커피든 별 상관없다. 커피면 다 좋다. 책도 그렇다. 에세이든 소설이든 시든 상관없다. 뭐든 그날 꽂히면 술술 넘어간다.
내 아침도 마찬가지다.
새벽 6시든 6시 30분이든
아니면 7시든. 뭔들 상관없다.
아이와 함께하는 아침은
아무리 피곤해도 결국 웃음이 나오기 때문에.
뭔들 상관없다.
그래도 7시에 시작하면
조금 더 기분이 좋긴 해...
어쩌다 아침잠 없는 아이를 낳았는지 모르겠지만
내일은 좀만 더 늦게 일어나 줘라 아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