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하루가 21시간이었던 시절

420일짜리 1년의 비밀

by 우라노스


4억 3,000만 년 전, 지구의 하루는 지금보다 훨씬 짧았습니다.

시계로 재면 21시간도 채 안 됐죠.

그 시절, 1년 동안 해는 365번이 아니라 420번이나 떠올랐습니다.



새로운 시간의 탄생을 상징하는 초현실적 태양





420일짜리 1년, 달과 바다가 만든 시간의 박자



왜 하루가 짧았을까요?

답은 바다에 있습니다.

달은 바다에 밀물과 썰물을 만들고, 바닷물은 지구의 회전을 조금씩 느리게 만드는 ‘조석 마찰’을 일으킵니다.



4억 년 전, 지금보다 훨씬 가까웠던 달


하지만 4억 년 전에는 달이 지금보다 훨씬 가까웠습니다.

그만큼 조석 마찰이 강했고, 지구의 회전 속도는 지금보다 빨랐습니다.

하루가 21시간 미만이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죠.

공전 주기, 즉 ‘1년의 길이’는 거의 변하지 않았으니,

짧은 하루가 1년 안에 더 많이 들어가면서 420일짜리 해가 반복되었습니다.


지금의 365일 달력과 비교하면, 무려 55일이나 더 긴 한 해였습니다.

달력으로 치면 두 달 가까이 늘어난 셈이죠.





데본기, 바다의 시대



이 시기는 고생대 데본기(Devonian) 중기였습니다.

공룡은 아직 그림자도 없었고, 지구를 지배한 건 바다의 생명들이었죠.



데본기의 바다를 지배했던 갑옷 물고기, 판피어류


갑옷 같은 피부를 두른 어류, 처음으로 육지에 발을 디딘 양서류의 조상,

그리고 하늘엔 아직 날개를 퍼덕이는 곤충조차 없었습니다.

육지에는 최초의 숲이 자라기 시작했고, 해안선마다 푸른 이끼와 양치식물이 번져갔습니다.





시간은 살아 움직인다



지구의 하루는 절대 고정된 값이 아닙니다.

지진, 대륙 이동, 대기와 해양의 흐름, 빙하의 해빙, 달의 거리 변화까지

모든 것이 지구의 회전에 영향을 주어 하루 길이를 조금씩 바꿉니다.



우리가 ‘영원히 같을 것’이라 믿는 하루조차,
지질학적 시간 속에서는 늘 변화하고 있는 셈입니다.





420일의 해 아래서



상상해 봅니다.

21시간마다 해가 뜨고 지는 세계,

조금 더 짧은 낮과 밤 속에서 바다는 거칠게 숨을 쉬고,

숲은 빠른 리듬에 맞춰 잎을 틔웁니다.

그 위를 느릿하게 감싸는 달은 지금보다 훨씬 크게 보였겠죠.

하늘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우리가 보는 달보다 두세 배는 커다란 원반이, 매일 밤 바다와 숲 위에 은빛 그림자를 드리웠을 것입니다.



하늘 절반을 차지했을지도 모를 거대한 달의 모습


그곳에서 사는 생명들은 지금의 우리보다 더 빠른 하루를 살았지만,

아마도 시간의 의미는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왜냐하면, 시간은 그 길이가 아니라 그 안에서 무엇이 흐르는지가 진짜를 결정하니까요.


그리고 이 변화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천 년 뒤의 하루는 지금보다 몇 초 더 길어져 있을 것이고,

수십억 년 뒤에는 하루가 25시간, 26시간으로 늘어날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24시간’조차 지구의 긴 호흡 속에서는 잠시 머무는 숫자일 뿐,

시간은 늘 우리와 함께 움직이며 변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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