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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urban essay Apr 23. 2023

해외 첫 출장(2)

출장 가기 전 8월 12일 마지막 금요일.


애증의 관계인 모형 박스 5개, 총 106킬로의 박스들을 꼼꼼히 포장 후, 예비 본드, 칼, 자, 여분의 재료들을 박스 안에 넣었다.(간혹 배송 중 관리 소홀로 모형들이 손상되었을 때가 있어 항상 여분의 재료를 넣어두어 응급상황을 대비한다 그리고 정말 15일 현지 도착 후, 망가진 모형들을 보게 되었다… ㅠㅠ))


106kg 모형 박스들 (왼쪽), 여행 준비 문서들(오른쪽)


여행 서류들도 받고, 현지 통화가 필요할 경우도 있어 어느 정도의 현금도 같이 Travelling Pack을 PA로부터 받았다. 최종적으로 가지고 갈 서류와 물품들을 사진 찍어 파트너 D에서 보내고, 승인을 받았다.

마지막 점검을 하는 데, 오후 4시 함께 같이 갈 스튜디오 부대표의 개인 비서가 메시지가 왔다.


 T가 연락을 주고받아야 하니, 너 개인 연락처를 알려 줄래?


현실감이 들면서 스스로에게 '잘할 수 있겠지?'라며  괜스레 이탈리아에서 잘 쉬고 있는 파트너 D 가 보고 싶어졌다.  마지막으로 명함 몇 장을 챙겨, 일주일간 텅 빌 책상을 치우고 퇴근을 하였다.




출장 전 토요일 밤


짐을 싸려고 여행 가방을 옷장에서 꺼내었다. 코로나로 여행한번 제대로 못한티 팍팍 나는 자욱이 쌓인 먼지들을 털어내는 나를 보며 아내가 한마디 했다. 

"야 비즈니스 비행기를 타면 뭐 하니? 가지고 갈 수 있는 가방은 기내용 작은 가방 하나일 뿐인데..."



지난 주, 평일 사무실 출장을 준비하던 중 

라인 매니저 M으로부터 들은 출장 팁 등이 있었다. 

개인적인 짐들은 빼고, 회사서 출장 갈 땐 대부분 기내용 작은 가방 하나만 가져간다.

난 고장난 리엑션 처럼 "응??" 할수밖에 없었다. 내 비행기 티켓에는 비지니스자리로 70kg이 무료라고 적혀있는데?  당황한 표정을 봤는지 부연 설명이 이어졌다.

출장을 가면 첫날도 일 혹은 회의가 바로 이어질 경우가 있으니 짐을 기다리거나 예상 밖의 상황을 최소화 하려고 기내용 짐만 들고 가야한다고 했다.

정말 간소화 그리고 또 간소화된 기내용 가방 하나 끝!


여전히 8월 12일 금요일 밤.


노란 기내용 러기지 하나만 달랑 꺼내놓고, 셔츠들, 속옷, 양말 그리고 노트북을 넣고 나니 가방이 생각보다 많이 비었다. (여기서 뒤돌아보니, 큰 실수 하나. 왜 정장 재킷을 챙겨가지 않았던 거지?... 발표날 20명이 모인 자리에 나만 셔츠 차림이었다는 슬픈 해프닝) 발표 자료 출력한 것, 혹시 몰라 설계 보고서, 도면들도 바리바리 싸서 넣었더니, 작은 가방이 꽉 찼다.


생각해 보면 학생 때 5박 6일 일정의 트립을 제외하면 결혼하고 10년 동안 일주일을 아내와 떨어져 있었던 적이 없었다. 한국에서와 달리, 여기 런던은 정말 외박(?)할 일도, 새벽에 집에 들어올 일도 없다. 그러니  일주일간의 출장은 아내와 아이에게도 묘한 걱정과 불안을 가져왔나 보다.
(결국 내가 방콕을 간 첫날은 잠이 잘 안 오고 불안했다는 아내의 이야기에 살짝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꼈다. 내가 집에서 이런 식으로라도 쓸모가 있는 존재였다는 거에 감사했다.)  


일요일 당일 아침 6시 아내와 아들이 자고 있는 시간,  택시가 7시 반에 예약이 되어 집 앞으로 오기 때문에, 가족들이 자는 동안 얼른 씻고 마무리 준비들을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가기 직전 아이가 깨어나 짧게나마 아쉬운 인사도 하고 굿바이 뽀뽀도 했다. 글썽글썽한 눈물을 보이지만 속지 않는다 문 닫고 나가면 다시 신나게 놀고 티브이 보겠다고 할 거... 안다 정말 안다. (넌 그냥 장난감만 사 오면 되는 거지? ㅠㅠ) 




자! 정말 이제 가보자. 첫 출장!!


아파트 앞 입구로 내려가니, 대기하고 있는 세단이 있었다. 당연히 회사까지 가는 차라 생각하고 택시 옆으로 갔고, 드라이버는 자연스럽게 문을 열어주고 러기지를 트렁크에 실어 주었다. 생각보다 차가 좋은데?  살짝 이런 고급세단을 예약하진 않을텐데라는 의문을 가지긴 했다.

어쩐지 너무 좋더라니... 좋다고 사진까지 찍었었네요.


차는 출발 5분 후, 전화가 왔다. "종민 널 태우러 왔는데 어디 있어?"는 또 다른 드라이버의 목소리.


현재 타고 있는 택시 드라이버와 나는 눈이 마주치고, 그는 나에게 이름을 물어보았다.


아이고… 잘못 탔네,  그럼 이 아저씨는 내가 누군 줄 알고 태운 거지??


다시 집으로 돌아가 원래 택시를 탄 후 사무실에 잠시 들렸다. 금요일 저녁 미리 직원들이 쌓아둔 박스 5개. 106킬로 모형 박스들을 싣고 히드로 공항으로 출발했다.




다음 편 계속 됩니다.



아이고, 또 실수담 하나...
공항으로 가는 길, 개인 신용카드를 가져가지 않았다.  반 이상 왔기에 돌아가기는 힘들 거 같아, 방콕에 있는 직원에게 애플 & 삼성 페이가 되냐고 물었지만, 결국 드라이버에게 집으로 돌아가지고 했다. (다행히 비행시간이 넉넉히 있어 시간에 쫓기진 않았지만...)
어찌어찌 아내에게 혼나고 눈치는 봤지만 티나지 않게 도착 한 공항은 내가 부대표보다 다행히 먼저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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