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마흔이 이랬다. 방향이 모호했고, 어떠한 성취도 그때뿐이었다. 나름 잘 살아온 것 같은데, 기쁨과 보람 대신 허무와 피로의 반복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잠이 들면 겨우 일어나 출근하고, 다시 퇴근하면 아이들과 함께 잠드는 쳇바퀴 같은 생활이 계속됐다. 10년 정도 이 생활이다 보니 어느덧 엄마인 나의 시공간은 사라졌다. 돌파구를 찾아야지 생각만 하다가, 지난 가을 새벽 조깅을 시작한 남편이 명상과 독서를 통해 활력을 찾는 걸 보았다. 그래서 나도 해볼까 했지만 절박하지 않아선지 여러 번 하다 말다 했다.
시도조차 안 하는 것도 문제지만 시도했다 자꾸 주저앉는 내 모습을 보는 것도 괴로운 일이다. 거듭된 시도 속에서 계속 이렇게 '프로도전러'로만 살 것인가 생각했을 때 나인 해빗을 알게 됐다. 내게 부족한 게 의지가 아닌, 습관을 구축하는 노하우가 부족했던 게 아닐까, 그렇다면 이들에게 기대 나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작은 기대였다.
나인해빗을 시작하다
나인해빗은 새벽 기상, 독서, 운동, 다이어트/식단, 재테크, SNS, 가정, 업무역량, 감사/명상 등 9가지 습관을 길러주는 데 도움을 주는 자기 계발 커뮤니티다. 위 9가지 습관을 한꺼번에 할 순 없고 매달 이달의 습관을 하나 각자 선정해 그에 대한 인증샷을 공유한다.
유료로 진행되기 때문에 단순히 습관 인증하고 소통하는 것만이 아닌, 다양한 재테크 강의, 글쓰기 강의 등이 무료로 제공된다. 키트도 보내준다. 북마크, 필통, 볼펜, 노트에 운동을 위한 손목 아데까지 담겨있다.
이 커뮤니티의 가장 좋은 점은 함께 한다는 것이다. 7월부터 시작한 시즌2에는 1000명의 회원들이 도전을 하고 있다. 이전까지 새벽 기상이 나 혼자만의 싸움이었다면, 나인해빗은 이 새벽에도 1000명의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다는, 묘한 연대의식을 느끼게 해 줬다. 인증샷을 올릴 때마다 다른 회원들이 보내주는 응원의 댓글들은 날 힘나게 하고, 멈출 수 없게 만든다. 나의 의지가 3할 정도라면, 함께 하고 있다는 마음이 7할 정도. 물론 그 '함께'에는 나의 훌륭한 러닝메이트인 남편이 있다.
50일간 정착된 나의 루틴들
1) 새벽 기상
7월과 8월 모두 내가 선정한 이달의 주력 습관은 새벽 기상 그 자체다. 매일 5시 기상, 말이 쉽지 꾸준히 해서 습관이 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일단 새벽 기상을 하려면 일찍 자야 한다. 원래 나는 아이들과 함께 10시 반이면 꿈나라로 가기 때문에 일찍 자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매일 해도 뜨지 않는 시간에 일어나는 건 태어날 때부터 박약했던 내 의지로는 많이 부족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난 50일간 새벽 기상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소셜 네트워크의 힘이 컸다. 더 자고 싶다가도, 눈이 번쩍 떠진 이유는 솔직히 말하면, 인증샷 찍어야지라는 단순한 생각 때문이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익명의 사람들에게 약속한 걸 꾸준히 이뤄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게 자기 과시이건, 인정욕구건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어쨌든 나는 그 힘으로 50일간 새벽 기상을 이뤄냈으니까.
처음엔 인증샷 욕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지만, 중반부터는 나를 일어나게 만드는 새로운 이유들이 생겼다. 기상 후 명상, 발음 연습, 플랭크, 물 마시고 약 먹기, 청소, 30분 책 읽기, 글쓰기, 운동하기, 샤워하기, 뉴스 모니터링 등으로 이뤄지는 루틴의 패턴이 정착되면서 5시부터 8시까지 정말로 시간이 모자랐다. 그래서 기상 시간을 5시에서 4시 반에서 5시 사이로 당기는 기적을 이뤄내고 있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야!라고 스스로에게 얘기하면서.
주위에서 새벽에 일어난다고 하면 피곤하지 않냐고 물어본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처음 10일은 정말 피곤하다. 그런데 새벽에 이뤄내는 성취들이 많아질수록 피로보다는 몸 안에 활력이 채워지는 기분이다. 대신 오후 시간에 잠깐이라도 짬을 내서 단 5분이라도 눈을 붙이려 한다. 그리고 주말에 집에서 쉴 때는 낮잠을 통해 체력을 보충한다. 그러나 놀라운 사실은 새벽 기상을 하기 전에도 이런 식의 낮잠은 잤다는 거다. 어쩌면 더 많이 잤을 수도 있다.
2) 30분 독서
어쩌면 새벽 기상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이라 할 수 있다. 하루 30분씩 타이머를 맞추고 온 정신을 집중해 하는 독서는 그 어떤 때보다 독서의 질을 높여줬다. 내가 고른 책들이 아닌 나인해빗 추천서 위주로 읽는 것도 생각의 틀을 깨고 지평을 넓히는 데 도움을 줬다. 예전엔 시간을 내서 독서를 해야 했지만 이제 독서는 새벽에 일어나면 반드시 하는 습관이자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그 외에
3) 글쓰기
4) 운동
5) 청소
에 대한 얘기는 차차 하도록 할게요^^
새로운 방이 생겼다
가상의 집에는 방이 여러 개 있다. 구석진 방 한 곳은 오랫동안 문이 닫혀있다. 온갖 안 쓰는 짐들, 먼지들로 가득 차 있다 보니 그 방에는 이제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다. 죽어있는 공간, 그런데 언제부턴가 먼지도 탈탈 털어내고 짐도 정리해 그 방을 쓰기 시작했다.
지난 10년 새벽시간은 내게 이렇게 닫혀있는 방이었다. 늘 잠으로 채워졌기에 죽어있는 시간과 같았다. 그런데도 나는 나만의 시간을 다른 곳에서 찾고 있었다. 늘 시간이 부족하니 시간에 쫓겨서 살았다. 책을 읽고 싶은데 시간이 없고 영화를 보고 싶어도 시간이 없다. 애들과 놀아줄 시간에 내 시간을 빼앗긴 느낌. 그래서 애들과 노는 그 잠깐에도 집중이 안된다.
아직 50일이지만 이제는 이 시간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비로소 시간을 경영한다는 느낌이 든다. 평소 하고 싶은 일을 새벽에 집중적으로 이뤄내니 출근해선 일만 하면 되고 퇴근 후에도 아이들과 놀기만 하면 된다. 비록 10시 반만 되면 너무 졸려 비몽사몽 하는 바람에 책을 읽다가 곯아떨어진 적도 있지만... 대신 "엄마 졸려?"라면서 불을 꺼주는 딸이 있으니까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