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토의 의미적 변화
빌런(Villain)의 어원적 의미를 보면 빌런은 사회적으로 착취당하고 혐오의 대상인 소외된 집단이다. 개인화된 악당을 의미하는 영화적 의미의 빌런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도시적 관점에서 이런 빌런의 집단 거주자의 원형이 바로 노예도시나 게토(Ghetto)라 할 수 있다. 또한, 문화적으로 전세계적인 디아스포라 문화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게토(Ghetto)의 유래는 13세기 유대인에 대한 거주제한규정으로 용어 자체는 1516년경 베네치아에서 처음 등장했다. 원래 취지는 십자군의 무차별 유대인 학살을 막고자 유대인 주거지에 성벽을 두르고 자치권을 주어 보호하려 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강제수용지역, 소외된 지역, 슬럼화된 지역, 유민들이 모여사는 지역 등의 근현대적 의미의 취지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의 의미는 ‘외국 출신 이민자들, 또는 특정 인종이 모여사는 곳’으로 인식이 바뀌었다. 불과 20-30년 전만해도 게토는 저소득층, 저학력, 소외계층을 의미하는 도시공간이었고, 전 세계적으로 많은 저소득 이민자 거주지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대표적으로 뉴욕의 할렘은 저소득층의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집단거주지로 영화에서도 범죄소굴로 묘사되었다. 또한, 영화 ‘대부’로 유명한 마피아의 본거지, 중국 이주자 거주지인 차이나타운, 한국계 미국인이 모여살던 코리아타운 등은 기존 백인문화에서 이질적이지만 다소 혐오스러운 이미지로 각인되었다.
이민자들의 삶은 주류사회와는 다른 커뮤니티성을 가지고 있다. 다른 언어가 통용되고, 이질적인 문화와 먹거리가 존재하며, 경제적인 시스템도 사뭇 다르게 작동한다. 이민자들이 새로운 땅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언어, 학력, 재정 등 극복해야할 장벽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문화적 동질성을 근거로 강한 결속력을 유지해야만 한다. 이러한 결속력은 범죄를 묵인하거나 참여하기가 쉬운데 어둠의 시스템 안에서 사는 것이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빌런의 영향력이 커지는 이유이다.
현대 도시에서 기존 범죄소굴이라는 게토 이미지는 거의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히려 게토의 독특한 문화는 기존 도시의 다양성을 부여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대표적인 이민자 거주지가 전세계에 퍼져있는 차이나타운이다. 중국의 오래된 이민역사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고, 글로벌화 되고 표준화된 도시에서 중국의 이국적 문화를 쉽게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도시의 차이나타운은 대표적인 관광지가 된지가 오래이며, 한국에서도 인천 차이나 타운은 특유의 도시이미지를 표출하고 있어 인천의 개항장과 더불어 대표적인 관광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