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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쿼이아 May 19. 2023

빌런의 도시학9-도시개발의 욕망

도시개발의 욕망


도시의 기원을 만들고 도시를 개발하고자 하는 빌런의 권력욕망은 새로운 도시를 만들기도 하고, 기존 도시를 탈바꿈 시키기도 한다. 역사상 가장 오래된 신도시로 알려진 그리스의 ’밀레투스‘는 그리스의 전성기에 만들어진 상업도시로 그리스의 식민도시이다. 새로운 식민도시는 기하학적 격자형태 가로계획을 통해 효율적인 도시인프라(상하수도 시설, 교통망 등)를 적용시키며 체계적인 도시 통제구조를 열망하였다.


밀레투스 신도시의 예상도


영화 ’쿠오바디스‘ 의 최고 악역인 네로 황제는 실제 로마의 손꼽히는 빌런이지만, 영화에서도 자신의 예술적 감수성을 위해 로마시가지에 불을 지르는 악당을 묘사된다. 영화에서 네로는 로마에 화재를 일으켜 폐허가 된 로마에 새로운 로마를 만들기 위해 대형 모형 앞에서 마치 신이라도 된 듯 상기된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 네로가 화재를 일으켰는지는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도시를 새롭게 개발하고자 하는 권력의 속성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영화 '쿠오바디스 '의 한 장면-네로 황제가 새로운 로마의 건설에 기대에 차있다..


로마는 유럽 전역에 강력한 군사력으로 영토를 넓혀가며 황제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아갔다. 실제로 로마의 군대가 점령지에 장기적으로 주둔하며 지역을 식민지화 시키기 위해서는 요새화된 군사도시 즉 병영도시를 건설해야 했다. 병영도시는 군대와 가족, 최소한의 인프라를 갖춘 정사각형의 소규모 신도시였다. 알제리에 위치한 ’팀가드‘는 현재 바트나 동쪽 평지에 비교적 잘 보존된 상태로 남겨져 있다.


기존 도시의 파격적 대개조 사례는 나폴레옹 3세의 시기에 오스만 시장에 의해 추진된 ’파리 대개조‘ 사업이다. 18세기 프랑스 파리는 격동의 시기였다. 도시계획적으로는 변화, 변혁 등의 말이 부족할 정도로 급진적인 개조 작업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마치 신이 인간을 만들기 위해 흙을 주무르듯이 도시의 모습은 빠르게 바뀌었다.

현재 낭만과 문화의 도시 파리의 모습을 갖게한 ‘파리 대개조’ 사업은 황제 나폴레옹 3세의 절대권력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개선문을 중심으로 한 방사형 가로망과 파리 중심의 궁전과 오페라하우스 등을 대로로 연결하는 중심가로의 구현, 전 세계인이 머릿속에 각인시키고 있는 파리의 고풍스럽지만 일관된 건축물의 아름다운 디자인들은 대부분 이 시기에 조성된 것이다. 또한 파리가 자랑하는 하수도 시스템도 이 시기 콜레라 창궐을 막기 위한 대책으로 출발한 기념비적 도시 인프라의 승리였다.


파리의 대개조는 권련의 이해와 맞물려 무차별 적인 구도심 파괴로 강행되었다


오스만 시장 당시 파리는 도시내 치안을 안정시킬 군대의 대규모 이동과 물자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방사형 가로체계를 조성하기 위해 기존 도시의 맥락은 완전히 무시한채 도시를 파괴하기 시작했다. 광폭의 도로가 뻗어가는 길목의 그 어떠한 도시구조물도 장애가 될 수는 없었다. 주택과 상가 할 것 없이 도로를 위해 길을 내주었고, 사라진 건축물의 거주지 물량은 기존 거주지에 얹어져 층수를 높여 주거밀도를 올리게 된다. 파리의 건축물들은 당시 다른 도시에 비해 고층화 되고 고밀화 될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인구밀도 증가에 따르는 사회문제 위생문제가 증폭되고 파리는 다른 경쟁도시에 비해 도시 고밀화에 대한 사회적 어려움을 먼저 겪게 된다.


당시 7층 규모의 획일화된 입면의 파리는 현재 아름다운 도시로 각광받고 있어 아이러니 하다


사회적으로는 아직 고층화에 준비가 되지 않은 18세기 도시는 건축물의 층별로 계급화가 형성되고, 고층 고밀화에 따르는 지가와 임대료 상승으로 저소득층의 빈곤화가 더욱 가속되었다.

급격한 고밀화는 건축물의 부족 뿐만 아니라 사회기반시설의 부족으로 이어져 상하수도 시설의 오염으로 인해 콜레라의 창궐하게 되었다. 콜레라의 창궐은 하수도시스템의 개선으로 이어져 선진적 하수도 시스템을 구축하게 되는 요인이 되기도 하였다.


이같은 도시구조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은 ‘레 미제라블’이라는 영화이다. 뮤지컬로 더욱 유명한 이 작품은 영화로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당시 18세기 파리의 도시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다. 도시 가로에서 군대와 시위대의 대치상황이라든가, 장발장이 하수도를 통해 탈출하는 장면은 비단 ‘레 미제라블’에서만 묘사되는 장면은 아니다. 파리 지하 하수도를 통한 탈출과 추적은 매우 흔한 연출이 되고 있다.


영화 ‘레미제라블’의 한 장면-시민들이 가구 등 다양한 물건으로 길목에 바리케이드를 만들고 농성하고 있다


영화 ‘인셉션’의 인상적인 장면은 파리의 구도심을 입체적으로 잘 보여주는 디카프리오와 엘렌 페이지가 처음 꿈속으로 들어간 장소는 파리의 구도심의 한 노천 카페이다. 엘렌 페이지가 꿈속에서 인위적 조작으로 도시를 마음대로 움직이는 장면은 파리의 구도심을 가로에서, 하늘에서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파리 구도심의 획일적 디자인과 동일 층수의 건축물은 18세기 프랑스의 절대권력이 구현한 대표적인 폭력적 도시개발의 단면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파리는 전세계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아름다운 도시 중에 하나이다.


파리 대개조 당시의 주민들의 고통과 별개로 현재의 파리는 아름답다


영화 '인셉션'에서 외곡된 파리의 모습을 통해 도시를 한눈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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