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선이 생기면 집값이 오를까?

유럽 도시들이 이미 보여준 ‘트램과 부동산’의 관계

by wk

위례선 개통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노면전차로부터 트램으로 반백년만에 돌아온 교통수단이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데요. 사람들이 궁금한 건 그래서 이 트램이 지하철처럼 부동산 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질문: 트램은 과연 부동산 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까?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48/0000591028?sid=101

위례신도시는 그동안 ‘교통섬’이라는 오명에 시달려 왔습니다.


위례신도시를 서울 중심과 이어주는 지하철 노선들이 위례신도시 외곽에 위치하다보니 역까지 나가는데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아침마다 만원 버스에 시달리거나 정류장에서 탑승하지 못하는 경험을 몇번 하고 나면 막히는 길이라도 자차를 운전하여 통근하려는 마음이 생기게 되는것이 현실입니다. 이렇게 통근과 통학에 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면, 도로에 그대로 영향을 주고 도로를 같이 이용하는 버스가 더 느려지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위례 트램은 위례신도시의 교통 문제를 해결하면서, 공간의 재편을 통해 살고 싶은 동네로 바꿔갈 것입니다.


첫번째는 고용량 트램을 통해 혼잡한 버스를 대체하는 것입니다. 트램은 한 번 운행에 버스 5대 이상의 승객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고용량 트램이 중요한 이유는 노선의 모든 정류장에서 조금이라도 사람들을 더 태울 수 있어 정류장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버스에 사람이 많아 더이상 탑승하지 못하는 경험을 해보셨을 것입니다.) 버스 수요를 트램이 흡수하면서 버스의 혼잡도가 낮아지고 운행도 빨라질 수 있습니다.


IMG_3921.HEIC 2024년 교통관련 최대 박람회 이노트랜스에 전시된 알스톰의 고용량 트램, 베를린의 트램 수송력을 늘리는데 도움을 줄것으로 기대된다.

두번째는 트램 노선 주변의 차량 통행이 줄어들어 보행중심의 공간으로 재편되는 것입니다. 트램이 들어서게 되면 트램의 자체가 생소할 뿐 만아니라, 일대의 신호체계가 변경되면서 운전의 난이도가 올라가고 사고에 대한 두려움이 생겨 트램 노선 주변으로 차를 가지고 오지 않게 됩니다.

또한 트램이 대중교통 퀄리티를 상승시켜 자동차 운행이 지역내에 전반적으로 줄게 됩니다. 보행 중심의 공간으로 재편되면서 상점가의 활력이 늘어나게 되고, 보행자의 안전이 증대되면서 비로소 살기좋은 동네로 소문나게 됩니다.

image.png 베를린 Weinbergspark 인근의 도로, 트램 자전거 보행자 자동차가 함께 도로를 공유하는 모습. 이곳에는 가로변에 많은 카페와 상점이 위치해있다.

여기에서 살기좋은 동네에 대한 정의 또한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면 좋을것 같습니다. 8차선 도로가 넓게 뚫려 있고 도로를 육교로 건너야하는 동네와, 적당한 도로와 넓은 보행로, 횡단보도로 이어진 동네 중 어떤 동네가 선호될까요? 더 많은 사람들이 일본과 유럽의 도시들을 방문하며 마음 한켠에 만들어진 좋은 동네에 대한 이미지가 살고싶은 곳의 정의를 점차 바꿔가고 있는것 같습니다. 예를들면, 예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넓은도로의 미세먼지와 소음, 그리고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 같은 것들 말입니다


물론 이런 변화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고, 위례 트램 관련 소재가 이미 “선반영”되어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트램 노선이 재편하게 될 보행중심의 공간이 주는 가치, 그리고 살기 좋은 곳에 대한 이미지 (이 이미지는 유럽의 도시를 떠올리게 하는 그런 이미지도 포함합니다)는 이 지역에 대한 수요를 꾸준하게 유지시켜주기에 충분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유럽의 도시에서는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변화입니다.


파리는 2000년대 들어 가장 많은 트램노선을 확충한 도시로 뽑힙니다. 파리 외곽지역(Banlieu를 포함한 파리 외곽구)과 파리 중심지를 잇는 파리의 트램노선들은 하루 50만명이 이용할 정도로 핵심 교통수단으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파리가 트램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이유는 첫번째로 도심내로 진입하는 차량을 억제하기 위해서이고, 두 번째는 버스 중앙차로 (BRT)를 달리는 혼잡한 버스를 대체하여 외곽 거주 주민들의 삶의질을 올리기 위해서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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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램 건설 전후를 비교한 파리 19구 알제리 대로 인근의 모습, 보행로와 녹지는 늘어나고 주차장을 포함 차량운행이 줄어든것을 확인 가능하다. 파리 19구의 도시재생사례로 꼽힌다.

특히 T3a T3b노선은 파리 외곽을 한바퀴 순환하는 혼잡한 도로였는데 이 도로의 차선을 2개씩 줄여서 만들게 되면서 사실상 자동차 이용을 포기하게 만들 정도 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지역의 주거여건을 개선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고, T3a 특히 T3b 노선 주위가 살만한 동네로 바뀌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베를린의 경우 파리 처럼 대규모의 트램 신규노선 건설은 없었지만, 트램이 남아있는 동네가 뜨고 있습니다. 베를린이 동과 서로 분리된 동안 서베를린은 트램을 없애고 자동차와 버스위주의 네트워크를, 동베를린은 트램 노선을 그대로 운행했습니다. 확실한 것은 트램이 촘촘하게 깔린 동베를린 지역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적게 걸린다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서베를린의 경우 정시성이 떨어지고 혼잡한 버스에 의존해야합니다.

IMG_4190.HEIC Mitte에 위치한 Hackescher Markt 광역철도역 인근의 트램 교차로. 거의 모든 트램 네트워크에 접근할 수 있는 곳으로 상업과 업무중심지이다.

이러한 상황이 베를린의 부동산 가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베를린의 여러 구중 최근 가장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른 지역은 트램 네트워크가 촘촘하게 구성된 곳입니다. Mitte, Prenzlauer Berg, Friedrichshain인데 광역철도와 트램이 촘촘하게 지역내 주거지역과 상업지역, 학교와 공공기관을 이어주는 곳입니다. 공원과 트램, 그리고 가로변의 카페와 식당들이 트램 정류장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살기좋은 동네 그 자체로, 현재 이 세 지역은 베를린 내에서 가장 선호되는 지역으로 뽑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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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는 중앙역 인근 재개발을 통해 위례신도시처럼 많은 공동주택을 건설했는데, 이 공동주택 단지의 중심을 트램노선이 지나가도록 해 교통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계획했다.

트램 노선은 지하철보다 적은 건설비용으로 지역 전체의 모습을 변화시키는 가장 가성비가 높은 교통수단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물론 트램 하나만으로 집값이 오르거나 도시의 모습이 단숨에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유럽의 여러 도시들이 보여주었듯이, 트램이 만들어내는 보행 환경과 생활 편의성의 변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지역의 선호도와 수요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그래서 다시 질문으로 돌아와, 위레선이 집값에 영향을 줄까요? 장기적으로는 많은 영향을 줄 것입니다. 유모차를 끌어야 하는 가족, 거동이 점차 불편해지는 고령자 등 모든 세대에게 이동의 편리함을 보장하는 신도시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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