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순간이시험이다.
토요일에 채취하고 일요일에 시어머니도 가셨고, 남편도 출근한 조용한 월요일이 되었다. 이번엔 3개의 난자가 채취되었는데... 얼마나 이식할 수 있을까? 여전히 덴마크 식단이 좋다고 해서 열심히 아침부터 풀을 뜯고, 그릭요거트를 한술 뜨며 유투브로 난임 이야기를 훑고 있노라니 또 쎄~한 걱정거리들이 몰려온다. 그래... 1차 테스트는 3개 채취로 잘 끝났고, 2차 테스트 결과는 어찌 되려나? 그러면... 3차 착상은 어떻게 준비를 해야 통과할 수 있으려나? 계속 풀을 뜯으며 요거트 먹고 걸으면 되려나? 이식 후에도 걸어도 되려나? 아... 벌써 5차시인데도 매번 걱정이고, 궁금하고... 실시간으로 자궁을 드려다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각종 걱정과 의문에 푹 절여지고 있을쯤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3일 배양으로 내일 이식이 가능할 예정이라는 연락이었다. 그리고 수정은 다 이루어졌으나 한 개의 배아는 분열이 멈춰 폐기가 될 것 같고 남은 두 개 중 하나는 확실히 잘 배양되고 있으나 또 다른 하나는 내일 병원에 오면 가능 여부를 알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였다. 아... 한 개? 여러 개를 이식해도 하나도 착상되지 않는 결과를 겪어 봤던 터라 하나라는 말이 이미 실패했다는 말같이 들렸다. 음... 한 개를 동결할 순 없나? 모았다가 같이 한다고 해 볼까? 하나가 의미가 있나? 또 의문과 걱정에 휩싸였다.
방바닥에 씹다 뱉은 껌마냥 들러붙어 있으니 남편이 퇴근해 왔다. "왜 또 그러고 있어? 이식이 안되는 거야?" 애초에 다른 일 일거라고 생각도 안 한다. 여차저차 설명을 하니 "하나라도 어디야. 일단 해 봐야지. 나는 이미 될 거라고 기대하고 기도도 하고 있어. 잘 될 거야." 역시, 교과서 같은... 정석 같은... 자기 개발서 같은... 이 멋진 남편. 또 이 말에 혹해서는 "그래! 할 수 있어!" 한번 외치고 병원 갈 준비를 시작했다.
이식을 할 땐 방광을 채워가야 한다. 초음파를 잘 보기 위해서 라고 한다. 도착하고 대기시간이 한 시간 반 가량 있는데 도착하자마자 물을 벌컥벌컥 마셔 댔다. 그리고 또 환복을 하고, 링거 바늘을 꽂은 후에 대기실로 들어갔다. 오늘 나와 함께할 이식 동기들은 총 8명이었다. 모두 링거를 하나씩 달고 앉아 간호사님이 챙겨주는 핫팩 안고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 그리고 이온음료도 한 병씩 주셔서 또 마셨다. 앗! 큰일이다. 아직 대기 중인데 벌써 화장실이 가고 싶다. 아... 잘 참아야 하는데...
겨우겨우 잘 참고 이식 준비. 또 침대에 누워 있으니 이번엔 배양을 담당하시는 선생님이 오셔서 설명을 해 주신다. "난자가 총 3개 채취되어 수정되었으나 1개는 첫 분열 과정에서 도태되었고요, 2개 배양 중에 나머지 하나도 어제부터 분열이 일어나지 않고 멈추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오늘 이식할 수 있는 수정란은 1개이고요, 다만 오늘 이식할 수정란은 최상등급으로 수정과 분열이 잘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수정란의 사진을 보여 주셨다. 오... 카페에서 보던 꽃 배아 모양이었다. 그래... 1개면 어때... 최상급 배야는 또 처음 아니던가? 잘될 거야.
담당 의사 선생님이 오셔서 초음파를 보면서 이식을 해 주셨다. 초음파 사진을 주시면서 "이식 잘 되었습니다." 하셨다. 아무리 들여다봐도 어디 이식이 되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잘 되었다니 믿고 잘 지켜낼 수밖에...
나의 경우 NK라고 불리는 면역세포 수치가 높아 수정란을 이물질로 이식하고 공격해 착상을 방해하는 경우에 해당되었기 때문에 면역글로불린 주사도 맞아야 했다. 악명 높은 비싼 가격에다가 맞는데 시간도 오래 걸린다. 결국 알 수 없는 초음파 사진을 손에 꼭 쥐고 몇 시간 주사를 맞고 집에 돌아왔다. 이제 또 2차 시험은 낮은 점수지만 턱걸이라도 해서 통과되었다. 3차는 어찌 되려나... 피 말리는 10일이 또다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