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박일지> 마지막 이야기.
오늘의 여행 콘셉트는
<1박 2일을 만든 외부자들>입니다.
2007년에 시작한 <1박 2일>이
2026년 현재까지 방송되고 있습니다.
제작진만큼 애정을 갖고 도와주시는 분들,
특히 방송을 봐주시는 시청자 분들 덕분입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1박 2일>을 만들어 가는 제작진만큼 이 프로그램에 진심인 사람들이 있다.
방송에 '망치회장님'으로 여러 번 출연하셨던 이상용 회장님.
인제에서 래프팅 촬영할 때 만난 인연인데. 인제 곳곳에 알려지지 않은 여행지를 소개해주시고
강원도는 물론, 전국의 숨겨진 여행지를 찾아 섭외까지 해주시니 고급 인력이다.
특히 제작진이 회의실에 앉아서 상상하는 그림을 실현하게 해 주시는 최고의 능력자인데.
예를 들면 바다가 보이는 예쁜 시골집, 공포특집 촬영용 폐교, 운치 있는 산속에 인적이 드문 혹한기용 베이스캠프 등. 의뢰를 하면 적절한 곳으로 척척! 찾아주시니 회장님에게 불가능이란 없다.
<1박 2일> 시즌2가 끝나고 2013년 겨울, 새로 기획한 프로그램은 <노는 오빠>라는 예능프로그램이다.
배우 김지훈, 이기우 오빠가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이루며 (진짜) 놀러 다니는 콘셉트였다.
하루는 두 배우의 로망인 백패킹을 하려고 인천에 있는 섬에 갔는데...
갑자기 풍랑주의보로 다음 날 배가 안 뜬다는 것이다.
다음 날 스케줄이 있던 배우들에게는 날벼락같은 소식이었다.
비상회의 끝에 무조건 섬 탈출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육지로 나가면 어디서 촬영할 것인가?
당시 이기우 오빠가 캠핑숍도 운영하시고 캠핑도 자주 다녔지만 당장 갈 만한 곳은 없었다.
막내작가들은 근처 캠핑장을 찾아 섭외했지만 번번이 까였다. 사실 당일 섭외는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 순간 떠오른 사람은... 바로 망치회장님이었다.
"회장님! 인제에 도착하면 밤 9시는 될 거 같은데. 혹시 회장님 댁에서 촬영해도 될까요?"
"콜!!"
회장님의 한마디 덕분에 우리는 섬 촬영을 철수하고 인제로 향했다.
가까운 거리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흔쾌히 두 배우와 스태프들이 따라나섰다. 망치회장님을 믿고!
인제에 도착했더니 <1박 2일> 촬영을 도와주셨던 경험으로 장작과 통나무난로 등 야외 촬영에 필요한 것들을 다 준비해 놓으셨다.
정말 완벽한 나의 (망치) 아저씨!^^
두 배우는 회장님집 마당에 텐트를 치고 늦은 저녁식사를 준비했다.
"오히려 좋아!"라는 말이 유행하지 않을 때였지만
지금 생각하면 완전 "오히려 좋아!"의 순간이었다.
배우와 스태프들은 섬 촬영보다 프라이빗한 곳에서 우리끼리 마음 편히 촬영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회장님이 래프팅 사업하실 때 손님들이 옷 갈아입고 씻던 방이 그대로 남아있어서 스태프들도 편하게 묵을 수 있었다.
인제의 겨울은 눈이 많이 내려서 배경은 더 아름다워졌고 닭장에서 신선한 달걀도 꺼내먹었다.
두 배우는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비료포대 눈썰매를 타며 좋아했다. 비료포대 눈썰매는 스피드가 어마어마하다! 스태프들도 잠시 촬영을 잊고 너도나도 엉덩방아를 즐겼다. 방송 분량도 풍성해졌다. 모두 망치회장님 덕분이다.
나는 지금도 조용한 곳에서 쉬고 싶을 때면 인제로 향한다. 망치회장님 마당에 텐트를 치고 라면을 끓여 먹고 커피를 마시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망치회장님 만큼 <1박 2일>에 애정을 갖고 도와주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
시즌1부터 울릉도 촬영을 전적으로 진두지휘해 주시는 유영민 이장님, 공식 울릉도 홍보대사다. 내가 다른 프로그램을 할 때도 울릉도를 가려는 이유다. 이장님 덕분에 울릉도에 할 거리가 넘친다.
역시 시즌 1 때부터 고창의 관광지와 먹거리 정보를 수시로 알려주시는 고창군청의 양희진 주무관님. 주무관님도 전북의 홍보대사를 자처하신다. 덕분에 고창은 여러 번 촬영해도 아이템이 겹치지 않는다.
시즌1 때, 국내여행지로 잘 알려지지 않았던 '관매도'를 소개해주시고 촬영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던 진도군청 오귀석 주무관님. 따뜻한 섬 소식이 궁금할 때 봄날의 햇살처럼 따숩게 뭐든 알려주시는 분이다.
서울에서 가깝지 않은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촬영이 엎어지면 언제든지 믿고 갈 수 있는 곳이 바로 인제, 고창, 진도, 울릉도다. 지역이 가진 매력도 충분하지만 진심으로 내 일처럼 힘을 보태주시는 '사람' 덕분이다.
<1박 2일>은 전국을 여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촬영 협조가 없으면 시작도 못 한다.
그러니 촬영 허가를 해주시고 하룻밤 편하게 묵어갈 수 있는 베이스캠프(마을)를 연결해 주시는 '사람들'.
각 지역의 공무원들, 이장님들, 부녀회장님 등... 덕분에 '전국에 히어로는 있다'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여행하며 스쳤던 모든 인연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1박 2일>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나의 일박 일지>를 마칩니다.
한때는 너무 힘들어서 잊고만 싶었던 이야기를
넘치게 꺼내보니
이 기억들이 멀어져도 괜찮을 만큼
평온해졌습니다.
추억은 세피아톤이라는 말을 이제야 실감합니다.
바쁘게 일만 하느라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고
인생에 남은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토록 재미있고 의미있는 일이 없습니다.
<1박 2일>은 가장 뜨거웠던 청춘이자
화양연화였습니다.
그동안 고작 추억 여행해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제 슬레이트 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