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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wan May 11. 2020

아주머니의 비밀

여느 날처럼 혼자 영화를 감상하고 집으로 향하는 전철에 몸을 실었다.

주말 저녁이라 그런지 다들 한껏 멋을 뽐내고 있으면서도 표정에는 지친 기색들이 묻어 있었다.

구석에 기대어 가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모퉁이를 찾고 있었는데 누가 봐도 부자연스러운 자세의 아주머니가 나의 시야에 들어왔다. 어림잡아도 160이 안 되는 작은 키의 이 아주머니는 굉장히 낭랑한 핏의 코트를 입고 두 팔을 번쩍 들고 서서 온몸으로 무언가를 끌어안듯 감추고 있었다. 뭘 그렇게 감추고 싶은 걸까? 호기심에 곁눈질로 아주머니를 관찰했다.

철컹철컹

철컹철컹

거대한 코트를 입었다지만 흔들리는 전철 안에서 무언가를 감춘다는 게 쉽지는 않았으랴, 전철이 야속하게 요동칠 때마다 아주머니의 코트 너머로 은밀한 비밀이 드러났다. 품 안에는 딸로 짐작할 수 있는 한 여성의 얼굴이 보였다. 장난기 가득하고 세상 물정 모를 것 같은, 남들과는 사뭇 다른 표정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그 아이는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아주머니의 필사적인 행동에 대략적인 맥락이 이어졌다. 순간 아차 싶었다. 혹여나의 시선에 상처 받을까 황급히 등을 돌리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딱히 뭘 잘못한 건 아니지만 그냥 마음이 무거워졌다. 눈은 핸드폰을 응시하고 있지만 머리는 계속 두 모녀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 찼다.

아주머니는 세상의 차가운 시선 속에서 딸을 지켜주고 싶었던 걸까. 지하철을 타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과 걱정이 있었을까. 저 아이는 그런 어머니의 속마음을 알고 있는 걸까? 도무지 모를 일이다.

지하철이 요철을 지날 때마다 휘청휘청 애써 자세를 다 잡는 아주머니의 뒷모습이 더욱 내 마음을 조여왔다.

그보다 더 넓고 사연 깊은 등을 다시 볼일이 있을까.

무거운 발걸음으로 지하철에서 내렸다.

오늘 밤은 술이라도 한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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