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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나쌤 Jun 11. 2020

(엄마표영어) 읽기만으로 말하기가 가능해질까??

엄마표 영어뿐만 아니라 일반 영어에서도 낭독이 중요한 이유



주차를 하고 있는데 집 앞에 8개월 된 골든 레트리버가 있었다. 전에도 만났던 녀석이지만 너무너무 사랑스러워서 딸램과 나는 차에서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다. 사람을 좋아하는 녀석이어서 우리가 반가워하는 기색을 알아채고 앞에 와서 누우며 애교를 부렸다. 30여분을 함께 있다가 겨우 헤어졌다. 집에 와서도 우리는 내내 골든 레트리버 생각을 했다. 잠자리에 딸램과 누워서 별생각 없이 영어로 말을 했다.


“I met a dog, his name is 뭉치, he has big ears and eyes, has a handsome nose and mouth. I don't know whether the dog is he or she....”


그러자 딸램이 덧붙였다.

“'뭉치' is Golden Retriever. Is (it a) girl?”

내가 “Well, we don't know it is a girl or a boy, yet. So, I called the dog it, not she or he. Anyway, it’s cute.”라고 하자 딸램은 “Yeah, cute!”라고 응수하더니 “want (to) see it!”이라고 했다.


얼마 전엔 남편이 계속 딸램에게 잘 시간이니까 양치하고 씻자, 화장실 가라, 물 마실래? 등의 말을 영어로 계속 이야기하는 거다. 왜 그랬나 했더니 딸램에게 뭘 좀 가져다 달라하니까 딸이 주면서 “Here you are.”라고 했다나. 그래서 자기도 영어로 말해야 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에 계속 영어로 이야기했단다. 몇 개월 전만 해도 우리 집에선 볼 수 없었던, 상상하지 않은 풍경이다.


요즘 딸램은 낭독을 시작했다. 낭독을 하다 보니 익숙한 표현들이 입에 붙기 시작하고 그런 문장들은 가끔씩 말로 한다. 시작은 “낭독이 중요하대, 그래서 낭독을 해야 한대, 해보자~”해서가 아니다.  나는 내가 아이에게 읽어준 책 중에 재미있는 게 있으면 “아빠한테도 이 책 읽어주면 어떨까?” 하고 아이에게 물어본다. 그러면 아이는 아빠에게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 자기가 책을 읽어주는 것이다. 아빠는 다음 날 같은 책을 들고 “이 책 진짜 재밌더라. 한 번만 또 읽어줘”라며 아이에게 낭독을 부탁하고 그러면 아이는 신나서 읽어주다 보니 자연스럽게 낭독이 시작되었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 보면 아이가 잘 따라오는 건가 싶어 확인하고 싶을 때가 많다. 무언가 결과물을 확인하고 싶어서 아이에게 “이거 읽어봐 봐.” 하면 아이는 신통방통(!)하게도 부모의 의중을 느끼고는 읽기를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에게 “네가 읽어주니까 진짜 재밌어~”라며 읽어주기를 부탁하면 아이는 신나서 읽는다. 책을 읽어준 아이에게 다시 “너 정말 재미있게 읽어준다!”라고 칭찬하면 다음엔 먼저 읽어 달라고 하지 않아도 “엄마, 내가 읽어줄까?” 하며 책을 들고 온다.  


모든 것은 재미가 있어야 한다. 학습으로서, 해야만 하는 일이어서라고 생각하면 동기는 확 떨어지고 오래 지속할 수 없다. 영어는 한두 달 해서 되는 게 아니라 평생 친구처럼 함께 할 사이여야 한다. 그래서 재미가 중요하고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낭독도, 아이가 소리 내어 누군가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라고 느껴야 스스로 하게 된다.     


낭독은 말하기를 위한 전 단계다. 낭독은 우리나라와 같은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환경에서 가장 효과적이며 효율적인 Speaking 학습법인데, 정확하고 유창한 발음과 자연스러운 영어 리듬 감각을 낭독을 통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어민과의 회화를 꿈꾸기 전에 낭독으로 스피킹 기본기를 쌓으면 영어로 말해야 하는 실전에서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고도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데 사람들은 무조건 영어회화 학원에 등록해서 원어민과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전에도 썼듯이, 기본기를 갖추지 않고 회화학원에 등록하는 것은 가성비 떨어지는,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학원 전기세를 대주는 것 밖에 안된다. 원어민과 몇 마디 나눌 기회도 없을 뿐 아니라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과 이야기해봐야 늘 수 있는 정도는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같은 콘텐츠를 반복하여 낭독하면 점점 읽기가 유창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렇게 입에 붙은 말은 밖으로 내뱉는 것도 쉬워진다. 밖으로 내뱉을 수 있는 문장이 아니면 그건 사실 온전히 내 것이 아니다. 낭독을 반복하면 자연스럽게 뱉을 수 있는 내 문장이 많아진다. 자신감은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다. 이 때가 회화 수업에 들어갈 적기다.


요즘 아이와 소리 내서 읽기에 재미를 붙인 책은 <Elephant and Piggie>(Mo Willems 작품)다. AR 0.5~1.3 수준의 시리즈인데 대화 위주로 이루어진 책이어서 회화를 준비하는 단계에서 낭독하기에 굉장히 좋은 교재다. 아이와 나는 역할을 나누어서 함께 소리 내어 역할극처럼 읽는데 여간 아이가 좋아하는 게 아니다. (나는 회화 연습을 시키는 건데 그것도 모르고ㅎㅎㅎ) 스무 권이 넘는 이 시리즈를 반복하여 익숙해지면 웬만한 기초회화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책 읽기만으로 회화가 가능하냐고? 그렇다고 믿는다. 물론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영어를 공부할 때 혼자서 Grammar In Use의 문장들을 소리 내서 읽고 입에 붙도록 연습했다. 그리고 그렇게 입에 붙은 문장은 외국인 친구들을 만났을 때 써먹었다.


원어민을 못 만나서, 이야기할 기회가 없어서 회화실력이 안는다는 생각은 하지 말고 쉬운 책, 재미있는 책을 골라 입에 붙을 때까지 낭독해보자.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Speaking이 부담스럽지 않고 해보고 싶은 날이 올 것이다. 아이들 그림책이 유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나의 최애 문법책 Grammar In Use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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