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수선 메이커 스페이스를 꿈꾸다

by 둠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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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만드는 사람이다. 만드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인간 행위다.” - 데일 도허티


그랬으면 좋겠다. 도시 곳곳에 수선 공방이 있어서 언제든 사람들이 방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합리적인 사용료만 내면 간단한 단추 달기, 다림질서부터 재봉틀 사용까지 옷과 관계된 모든 작업을 할 수 있는 그런 공방 말이다. 원하면 상주하는 수선 예술가가 수선 방법을 알려주거나 보이는 수선을 제안할 수도 있다. 이곳은 또 제3의 공간이라 수선하고 싶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번개로 만날 수 있는 만남이 공간이 되기도 한다. 새롭게 배운 수선 방법을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같이 실험해 보기도 한다. 집에서 안 입는 옷을 다른 이에게 나눠주기도 하고, 직접 수선해서 선물하기도 한다. 나는 그런 공방을 수선 메이커 스페이스(mending maker space)라고 부르고 싶다.


2000년대 중반 MIT의 FabLab을 기반으로 시작된 메이커 운동은 ‘제작의 민주화’를 외치며 모두가 원하는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메이커 스페이스를 활성화하고자 했다. 메이커 스페이스는 기술과 예술, 개인과 공동체가 만나는 열린 실험실이다.

250517_Eyeronxc_쇼케이스 (5).HEIC 정릉에 위치한 <포틀리에>에서 열린 수선 워크숍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전문가가 아니기에 옷을 다룰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반문하고 싶다. ‘내 옷인데 뭐가 어때?’


단추를 잃어버리면 귀여운 딸기 단추를 대신 달아줘도 된다. 옷소매가 닳았으면 색색의 천으로 덮고 자수를 놓아주면 된다. 무릎에 구멍이 생기면 김밥 모양 자수를 제안하고 싶다.


우리가 입는 옷이 다양해질수록 사람들의 생각도 다채로워질 것 같다. 그러면 좀 더 포용적인 사회가 되지 않을까? 지나치게 빨리 변하는 유행을 따르지 않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추구하게 되지 않을까? 소중한 사람을 생각하며 한땀 한땀 기운 옷이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지 않을까?


워크숍에서 참가자들에게 잘하는 말이 있다.

“원래 의도대로 되진 않았지만... 이게 더 멋진데요?”

의도와 달리 불쑥 나온 디자인이 더 사랑스럽다. 삐뚤빼뚤해서 더 인간적이다. 올이 많이 풀려서 더 자연스럽다.


돈은 없지만, 오늘도 즐거운 꿈을 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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