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rah May 14. 2024

엄마의 날을 맞이하여 엄마됨에 대한 단상


에히리 프롬은 <사랑의 기술>이란 그의 책에서 사랑이라는 것은 궁극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렇기에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은 타인을 사랑하기 어렵고,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를 진심으로 사랑하면서 일이나 다른 사회적 영역에서 만난 사람에게 무례히 대하기는 힘들다고 했다.


공감이 되었다.


사랑은 마치 커다란 강과도 같아서 나에 대한 사랑, 부모에 대한 사랑, 연인에 대한 사랑이 그 큰 강에서부터 지류처럼 뻗어나간다.


그래서 하나의 지류가 오염되면 - 이를테면 부모로부터 온전하게 사랑을 받지 못하면 - 다른 강줄기도 그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의 책처럼 아이에 대한 깊은 사랑은 내가 다른 사랑에도 눈뜨게 해주었다.


아이를 돌보며 무조건적인 사랑을 쏟고 사랑의 수고를 해나가면서 부모에 대한 사랑을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인간구실을 하고 살게 되기까지 무수히 나를 업고 먹이고 눕히고 입히고 씻긴 손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아이에 대한 사랑과 애정을 통해 다른 아이들 또한 사랑하게 되었다.


아이를 낳고 비로소 생명이란 귀중하고 소중한 것, 대체 불가능하고 유일무이한 것이라는 사실을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뜨겁게 깨닫게 되었다.


아이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에게 닥친 각종 사건 사고를 접하면, 아이 부모의 마음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에 대한 사랑은 신에 대한 사랑 또한 두텁게 만들어주었다.


잠든 아이의 머리칼과 보드라운 입술에 입을 맞출 때면 나도 모르게 생명의 신비에 대한 찬양과 조물주에 대한 감사와 사랑이 마음 속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아이를 통해 남편과의 유대는 더 단단해진다.


하는 일도 관심사도 다른 남편과 나지만, 아이라는 공동의 주제, 공동의 관심사, 아이의 행복이라는 공동의 목표로 묶여 함께 뛰는 끈끈한 동료이자 동지가 되었다.


나는 어릴 때부터 엄마가 되고 싶었다. 먼저 엄마가 된 언니들의 영향이 컸다.


이모인 나와 신나게 놀다가도 눈물이 나면 제 엄마에게 쪼르르 달려가 폭 안기는 조카들을 보면, 나도 내게 달려와 폭하고 안기고 내게 위안을 찾는 작고 따뜻한 존재가 있었으면 하고 바라곤 했다.


이제 그런 존재가 둘이나 된다. 눈물이 나거나 서러울 때, 억울하거나 무서울 때 엄마인 내 품은 세상에서 가장 아늑하고 편안한 곳이 된다.


누군가 나를 이렇게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고 사랑해주는 존재가 또 있을까.


엄마에 대한 아이들의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사랑, 그리고 그 사랑으로 인해 깨닫게 되고 더 깊어지는 다른 갈래의 사랑.


이토록 아름다운 사랑의 선순환을 엄마가 되기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사랑에 눈뜨게 해준 아이들에게 늘 고맙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