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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한 Oct 10. 2018

나의 운명을 본다는 것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다는 말이 있다. 특정 분야의 전문가가 타인을 향해서는 자기 역량껏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반면 막상 스스로에게 해당 전문성을 적용할 때는 객관화하기 어려워 자기를 과대 혹은 과소평가함으로써 제 역량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얘기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다른 사람 운명 봐주는 일을 하는 나로서도 어느정도 동의되긴 한다. 항상 내 사주를 제1의 사례,원칙,근본으로 적용하면서 공부를 해나가는데, 그 과정에서 부풀려지는 환상과 깎아내려지는 험담이 사주에 골고루 버무려지기 때문이다. 


다만 명리 공부를 계속해서 지속해나가면 결국 남게 되는 인식은 나의 하나뿐인 자아가 아니라 우주의 원리를 담고 있는 사주의 기운과 운동성이 되고, 나도, 너도, 그 어떤 불행하거나 대단한 사람이라도 결국 그 기운과 운동성의 산물이라는 실존적 인식이 강해진다. 그래서 인류라는 보편성을 담고 있는 모든 평범함과 동시에 개별 인간의 개성을 담고 있는 저마다의 독특함을 동시에 알아나간다. 


결국에 나만의 특별할 것이라고는 남지 않는 과정이라 공부가 올바르게 깊어진다면야 별다른 환상이나 쓸데없는 걱정을 품지 않고 스스로의 사주와 운세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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己甲己壬    乾命

巳寅酉申    21~30 壬子 대운


나의 운세를 보면 11살부터 40살까지 인생의 겨울이다. 겨울은 추우면 집안에 들어가듯 육체,현실세속적 활동보다 정신,내면 활동이 활발한 구간이다. 겨울은 동물은 겨울잠에 빠지고, 식물은 꽃과 잎을 떨어뜨리니 생명이 사라지고 죽음이 드러난 시기다. 그래서 고독할 수 있고, 학문,종교,철학,영성 등에 관심을 가지고 깊어지게 되는 시기이다. 거기다 육친으로도 인성(印星)이 들어오니 생각이 복잡하게 많아지고 독서 편력, 다양한 분야의 공부로 이어진다.


예외로 보이는 시기를 돌이켜보면 2013년, 癸巳년에 군대를 전역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다 2014년, 甲午년에 여름에 길거리 장사를 했고, 그해 겨울에는 서울로 올라와 와플 장사를 하기 시작해 2016년, 丙申년에 장사를 접은 과거가 있다. 이때 들어온 세운을 보면 巳午未 火 식신,상관이다. 크게 주어진 환경(대운)은 水 인성으로 공부하는 시기가 되는데, 매년 들어온 사건(세운)은 그 반대인 火 식상이 들어와서 생산,제조,판매하는 길거리 장사를 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큰 흐름을 따르지 않고 작은 사건에 흔들려 몸을 내던지면 별 재미보지 못하고, 세운이 빠져나가면 (한 오행의 기운은 길어야 3년이 지속된다) 중단하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 대운이 겨울,인성임에도 양의 기운을 기본적으로 타고난 남자고, 일주도 甲寅 으로 꿈틀거리는 에너지가 강하고, 생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추진력이 강해서, 운에서 조그마한 신호만 주어져도 그새를 못참고 튀어나가게 된 것이다.


甲午년은 내 일간과 같은 甲이 들어와 스스로에 대한 질문을 많이 던지게 되고, 그만큼 인생의 앞으로 10년간 작용할 새로운 목표가 주어지는 시기가 된다. 그게 午火 상관의 기운이니 기존의 틀을 상하게 하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과정이 된다. 午酉파로 상관이 정관을 보니 대학교를 휴학하고, 寅午 삼합으로 寅中丙火 마음속에 품고있던 식신(장사로 돈벌이)의 꿈을 향해 달려나간다. 申午 격각으로 역마의 기운이 생기니 부산을 떠나 서울로 올라간다.


겨울,인성 대운의 영향으로 장사를 하면서도 시간이 남으면 가게에서 문학,경영,마케팅 등을 독서하며 시간을 보냈다. 뭔가를 확장시키려는 스케일의 욕심보다는 노하우, 제품의 품질, 경영 철학 이런 깊이를 추구하는 면이 강했다. 손님을 돈으로 생각하지 않고 도움과 배움을 주는 사람들로 인식했다. 뼛속까지 장사꾼 마인드를 갖지 못했고, 당연히 장사로 성공할 수 없었다.


丙申년 지지의 火의 기운이 사그라들고, 申中壬水 편인이 장생하는 시기로 접어든다. 편인이 살아나니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는데 양으로는 디자인 학원에 등록해 디자인 공부를 했고, 음으로는 이때 명리학 공부를 시작하게 된다. 음으로 시작한 명리학에 꽂혀서 디자인보다 명리학을 중점적으로 파고들었고, 하나 둘 상담을 하기 시작하다 결국 17년에 상담소를 차리게 되었다. 


丁酉년, 지지에 관성운이 들어와 일반 직장 취직운이 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내 사주 원국이 연월의 관성과 원진,충으로 연결되지 않으니 사회적 접점이 잘 형성되지 않고, 스스로도 내키지 않아한다. 또 酉에서 丁 상관이 장생하는데 천간에서도 그 상관이 드러나서 또 다시 새로움을 추구하는 기운이 되고, 상관 그 자체로 말,표현,재주를 잘 활용하는 기운이 되어서 직접 나의 직장(酉), 상담소(丁酉)를 차렸다. 酉에서 년지 기준 도화살이니 사람들의 주목을 이끄는 말을 쓰는 직장, 월지 기준 장성살이니 내가 직접 주도성을 가지고 이끌어가야하는 상황이 된다.


戊戌년, 편재운이 들어와 목표의식이 확고해지고 큰 그림을 그리는 시기가 된다. 실제로 운의 흐름을 고려해 목표를 세우고, 원하는 삶의 흐름을 설계해보았다. 편재는 보통 치우친 재물로써 금전 흐름이 원활한 운으로 보기도 하는데, 올해 같은 경우 십이운성까지 함께 보면 戊편재,丙식신이 戌묘지-무덤속으로 들어가는 시기로 결코 그렇게 볼 수 없다. 


올해 하반기부터 2021년까지 재성,식상의 기운이 바닥을 치는 시기가 된다. 실물 거래, 현금 흐름이 원활하기 어려운 시기로 볼 수 있다. 이런 시기에 재화를 교환하는 장사를 한다면 망하기 딱 좋을 것이다. 이때는 눈에 보이는 유형의 재화가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를 만들어 팔아야 그나마 무리없이 지나갈 수 있는 것이다. 


명리 지식을 통한 사주 해석이 그것이 될 수 있다. 또 직접 눈으로 보이는 상담소에 방문하는 사람이 넘쳐나기 어려운 시기라 무대 뒤의 온라인 공간에서 나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세일즈해야하는 시기가 된다. 또 문서,저작권이 생기기에는 유리한 시기라 학위를 취득하기에는 유리할 수 있겠고, 2020년 안으로 집필,출판을 통해 저작권을 가질 계획이다.

그리하여 2021년 辛丑년 정관,천을귀인,삼합운이 들어오면 인연이 오래도록 지속될 인맥,조직,노하우,진로,문서 등을 가지게 되면서 다음 대운 癸丑대운까지 좋은 흐름으로 접어들 것으로 본다. 2020년까지는 그 좋은 흐름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준비와 시험의 과정으로 삼고 있다. 깊이를 만들고, 묵직함을 쌓아 내공을 만들어가야 하는 시기. 아무리 답답하더라도 참고 버티고 인내하며 고독을 감수해야하는 시기.


똑같이 좋은 운이 들어온다고 해도 준비된 사람과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좋은 운을 받아들이는 태도,방식,좋은 운의 길이와 질, 기회에 있어 결정적인 차이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좋은 운을 장기적으로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흐름으로 이끌어가는 사람도 있겠지만, 단기적인 행운의 영역에서 그친다거나 맛만 보고 끝나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본다. 좋은 운을 제대로 써먹기 위해 토지에 적합한 씨앗을 적당한 시기와 적당한 위치에 뿌리고 (이 부분을 코치해주는 게 사주상담가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잘 관리하는 노력,정성,태도 (운의 흐름이 좋다고해서 알아서 다 잘되는 게 결코 아니다) 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운을 제대로 써먹음으로써 운명을 보는 사람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자랑스럽게 증명해보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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