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모금
날카로운 부리가 생겨난다
커피 한 모금
부드러운 목선이 생겨난다
커피 한 모금
다부진 다리가 생겨난다
커피 한 모금
깃털이 온 몸통을 뒤덮는다
커피 한 모금
날개가 파르르 떨려온다
너 불안이구나, 하고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신다
날개를 꽉 잡아 비틀어 꺾을 수 있겠지만
그래서 땅바닥에 파묻어버릴 수 있겠지만
그냥 내버려둔다
그럼 화난 네 친구들이 떼를 지어 몰려올지도 몰라
안 그래도 추운 겨울이 된 이 땅은 얼마나 황폐해질까
아껴두었던 희망 몇 조각을 먹도록 던져주고
숨겨두었던 우울 몇 방울을 마시도록 건네준다
중력을 거스를 만큼 힘이 생긴다면 자유롭게 날개짓하길 기원하며
커피가 저 새를 만들어낸 걸까
아니다
커피는 조명이 좀 더 밝게 빛나도록 도왔을 뿐이다
어둠 속에 그림자로써 감춰져있던 새가
영문도 모르고 그 곁을 스윽 지나치자 가까스로
부리부터 날개까지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언제나 어딘가에서 서성거리고 있던 그것이
먹이를 조아리고 물을 마셔 어디론가 멀리 떠나버려도
그곳 역시 어둠속 그림자의 한 부분
새장 없는 새는 커다란 자유로 이 세상에 묶여있다
굶어죽지 않도록 조금씩 달래주고
외롭지 않도록 얼마간 함께 하면
우리가 더 이상 서로를 두려워하지 않을 날이
언젠가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