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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한 Apr 11. 2023

명리학 공부 소회와 다짐

명리학 공부를 2016년 여름쯤 시작했으니 올해 여름이면 명리학에 입문한지 만 7년이 된다. 그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명리학을 공부한 건 아니고, 요즘을 포함해 직접적인 명리 공부의 공백기는 꽤 길기도 했지만, 뭐랄까 이제는 명리학의 체계가 내 무의식에 깊이 스며들어 사고방식의 기본값이 된 기분이다. 그리고 오늘 카페인의 힘을 빌려 약간은 각성된 상태로 10km가 넘는 거리를 산책하면서 앞으로는 명리학 공부와 상담을 더 직접적으로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명리학의 핵심을 내용적으로 말하면 '사주가 다 재능이다'이고, 형식적으로 말하면 '명리학은 구조학이다'라는 한 문장으로 정리되었다. 성격이 팔자고, 사주가 재능이니 재능 없이 태어난 사람은 있을 수 없다. 재능을 발견하느냐 못하느냐, 발견했다면 재능을 좋게 쓰느냐 안 좋게 쓰느냐, 좋게 쓴다면 얼마나 좋게 쓰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사람을 통해 사주팔자 로고스의 화현을 보니 얼마나 흥미롭고, 사주팔자를 통해 개성의 이데아를 보니 얼마나 신비로운지 모른다.


지난 6년의 공부에서 사주 명리학의 이론 내용을 습득하여 실전 상담에 적용한 것도 물론 많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영성 공부와 명리학을 충돌시키면서 이뤄진 연구와 집필을 통해 명리학의 기본이자 궁극이 되는 구조를 대략적이나마 세웠다는 점에 있다고 자평한다. 명리 공부는 끝이 없어서 평생해야 하고, 함정도 많아서 여기저기에 걸려서 헤매기 쉽다. 명리 공부의 기초가 되는 구조를 세우지 않으면 자칫 정말 평생 공부해도 별 진전이 없을 수 있고, 곳곳의 함정에 보기 좋게 걸려들 수 있다.


그와 달리 구조를 제대로 세워놓으면 뚜렷한 카테고리 안에서 정보가 쉽게 정립되고, 명리학의 유기적 시스템 내에서 부분을 통해 전체를 통찰하며 이해의 깊이와 학습의 속도가 크게 진전되리라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구조를 세우면 자연스레 절대계와 현상계를 구분하게 되면서 절대계와 현상계 각각에 대한 이해, 절대계와 현상계의 관계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리라 믿는다. 명리 공부에 있어 구조를 세우는 공부는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가장 빨리 도달하는 길을 개척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더 이상 명리 공부와 영성 공부가 따로 구분되지 않을 것이다.


지난 6년 동안은 내용보다 구조에 더 집중한 시기였다면, 앞으로 6년은 구조보다 내용에 더 집중해야겠다는 다짐이 섰다. 구조에 집중하는 공부가 수직으로 상승해서 멀리서 내려다보는 것(근본원리의 차원)이라면, 내용에 집중하는 공부는 다시 수평으로 하강해서 가까이서 들여다보는 것(개별사물의 차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수직으로 올라가다 보면 그 부작용으로 어쩔 수 없이 자만하게 되고, 다른 사람들의 잘못된 점과 틀린 점을 냉정히 보면서 비판하고 경직되기 쉬운 것 같다. 반면 수평으로 내려가게 되면 다시 모두가 평등한 자리에서 겸손해지고, 다른 사람들의 좋은 점과 옳은 점을 여유롭게 들으면서 수용하고 유연해질 것 같다.


다르게 표현하면 갑목(甲木) 일간인 내게 병신(丙申)년에 시작한 지난 6년은 '눈이 열리는 시기'였고, 임인(壬寅)년에 시작된 앞으로의 6년은 '귀가 열리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해본다. 마침 대운도 꽁꽁 얼어붙어서 차갑고 건조한 임자(壬子)에서, 슬슬 얼음이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며 보이지 않는 중에 생명력이 약동하기 시작하는 계축(癸丑)으로 바뀌는 중이니 말이다. 다른 것도 아닌 명리 공부인데 12지지(12년)은 모두 굴러봐야 이제야 제대로 맛봤다고 말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양의 6년과 음의 6년을 상정해보았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마음으로 가볍게 내려놓을 수 있어야 귀가 열리고 정보가 알차고 맛있게 제자리에 적합하게 들어온다. 아무것도 몰라야 비로소 모든 걸 알 수 있는 잠재력을 획득할 수 있다. 아무것도 모르면 자연도 경전이 될 수 있고, 모든 사람이 스승이 될 수 있다. 반대로 내가 뭐를 좀 안다고 생각하면서 뭔가를 쥐고 있으면 바로 그때부터 정보가 막히고 사람이 떠나고 운이 꼬이기 시작한다. 그걸 너무나 뼈저리게 체감한 지난 6년이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자 하는 두려운 마음, 이제 새로운 차원으로 진입하고자 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이 글을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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