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사장의 사막 위에서
정동진 바다를 경건히 바라다본다
아무런 인간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천연한 모습
양끝으로 한없이 펼쳐진 넓이와
하늘과 합쳐져버릴 것 같은 높이와
폭포의 공포같은 투명한 깊이를 상상하며
절정에 이른 감동의 끈을
부자연스러울 만치 길게 끌어다간다
모래사장에 서있는 발끝에서 바다가
수평으로 한없이 나아가면
수평의 길이는 수직의 높이로 돌연 전환된다
수평에서 수직으로의 전환에서
바다가 지구를 덥치지 않을까 하는 공포가 일순 일고
동시에 팽팽한 균형과 긴장을 절감하는 아찔한 착시
바다는 저끝으로 가서 기어이 꺾이고 꺾인다
바다는 저 끄트머리에서 서럽게 쌓이고 쌓인다
그래서 바다는 그 끝에서 파랗고 파래진다
바다의 억울한 파랑색에는
무수히 많은 각도의 굴절과
끝없이 뻗은 무참한 길이가
이를 악물고 어금니가 갈리면서 담겨있다
수평의 끝에서 수직이 시작되고
수직이 끝나면 문득 하늘
바다는 하늘을 저주하며
파랑으로 운다
그래서 파도는 수평으로 내게 달려온다
그래서 파도는 땅을 향해 서럽게 달려간다
하지만 무용한 질투와 설움임을 알아서
다시 되돌아간다
그리고는 또다시 서러워서 달려온다
어린아이의 난폭한 감정과
노인의 무한한 체념이
바다의 한몸에 공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