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박변:그가 카타르에 가자고 했다.

포기할 이유 100만 가지를 다 물리친 집념의 끝

그가 월드컵에 같이 가겠냐고 물었다. 티켓을 사 두었다고.

하지만, 카타르에서 돌아오기 전날, 엄마가 한국에서 오시기로 했고, 아직 Hayya (카타르에 입국하기 위해 필요한 비자)를 신청조차 하지 않았고, 비행기표도 있을지 몰랐고, 무엇보다 호텔을 잡을 수 있을지 몰랐다. 동생에게 한국에 들어가기 전, 짐을 부치기 위한 컨테이너도 떠나기 전날 들어오게 되어 있었다. 카타르에서 돌아와 바로 동생에게 가서 그 짐을 함께 옮겨주고 와야 하는데 변수가 생길 경우 일이 복잡하게 될 것이다. 몇 번을 고사하다가 , 결국은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월드컵도 월드컵이지만, 얼마 후면 한 동안 못 보게 될 그와 조금이라도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결국, 엄마께 양해를 구하고, 리무진을 보내서 공항 근처 호텔에서 하루 계시기로 했다. 월드컵 개막식 며칠 전, 비행기 티켓은 비쌌고, 그와 함께 오는 비행기를 타고 싶어 원웨이로 찾다 보니 운이 좋게 적당한 가격의 티켓을 찾을 수 있었다. 호텔도 싸지는 않았지만, 그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15분 거리 찾을 수 있었다.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인 카타르에서는 성이 다른 커플의 경우, 한 호텔에 묶다가 걸리면 징역 7년이 구형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우리는 호텔을 따로 잡기로 했다. 문제는 Hayya에는 컨테이너 숙소 (이것도 하룻밤에 200불 넘었고), 호텔은 하룻밤에 $1,500불이 넘어서 booking.com을 통해 숙소 예약을 했는데, 나중에 알았지만 이런 경우 핸드폰이 아니고, 컴퓨터로 숙소 예약 영수증을 따로 첨부해야 하는데, 안 그러면 계속 Hayya가 pending으로 나오고, 이것을 떠나는 날 새벽 2시에 알았다.

복장 또한 신경을 써야 했다. 매우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를 여행했던 그가 친절하게 보내 준 샘플 (아래 시진 1, 2, 3; 4는 안 된다는 샘플; 5는 이렇게 입고 가겠나도 되겠냐며 웃으라고 내가 찍어 보낸 사진)에 나온 옷들을 찾으려 한국으로 보낼 짐들 중 옷을 찾아 짐을 다시 쌌다. 안 그래도 피부색이 달라 눈에 띄는 우리는 불필요한 관심을 피하고 싶었다.

문제는 동생에게 보낼 짐을 담을 컨테이너였다. 카타르 출발 전날 오후 12-3시 사이에 오기로 했는데, 연락이 없어 전화를 해 보니, 운전자 부상으로 저녁 7시에 온다고 했다. 퀸 사이즈 매트리스를 비롯해 혼자 옮기기 힘든 짐이 있어서 무버를 불렀는데 저녁 7시가 되자다시 트럭 바퀴에 바람이 빠져 다음 날 새벽에 가져다준다고 했다. 결국 무버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음날 컨테이너가 오면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거의 잠을 못 잔 채로 날이 밝았고, 새벽 5시부터 혼자 짐이 오면 실을 수 있도록 하나씩 나르기 시작했다. 오전 7시가 되었는데 연락이 없고, 토요일이라 고객 센터는 열지 않았고, 나는 늦어도 오전 10시에 공항으로 가야 했다. 그리고 Hayya도 아직 pending인 상태라서, 공항에 간다고 해도 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오전 8시에 운전사에게 연락이 왔고, 한 시간 안에 미친 듯이 짐을 날라 실고 나니, 9시쯤 Hayya가 승인되어 있었다. 여권을 확인하고 우버를 불렀다. 이젠 카타르로 진짜 갈 수 있게 되었다.

#뉴욕박변 #월드컵 #카타르월드컵 #사막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