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일기 4
내 경우 첫 임용 후 받은 임용장 속 직급명은 지방사회복지서기보시보였다.
내 절친한 친구의 경우엔 무슨 그런 직급이 있는지 모르겠다며 한참을 웃었다.
서기보시보가 웃긴가? 듣기에 따라 그럴 수도 있겠다.
보통 신규임용자교육 3주를 거치면 시보임용기간 총 6개월 중 3주를 차감한다.
대략적으로 임용 이후 5개월 1주 차가 되면 <서기보시보>에서 진짜 <서기보>가 되는 거다.
시보 란, 내가 이해하기로는 사회에서 부르는 <인턴> 정도에 가까운 듯하다.
대부분의 공무원 시험 경쟁률이 몇십대 일을 넘어가는 것을 보면 그 경쟁률을 뚫고 들어온 신규 공무원들의 대거 면직(=사회에서 퇴사)을 막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개인적인 해결책으로 생각해 본 것은,
1:1 멘토제
그리고 직급별 신규임용자 실무교육 등이 있다.
먼저 1:1 멘토제란 시보임용기간 동안(평균 6개월, 대략 5개월 1주일) 사수로 지정된 선임의 업무분장에 신규임용자 멘토링을 넣는 것이다. 현재 구조에서는 신규공무원 1명이 팀에 배정될 경우 사수로 여겨지는 분의 업무는 그대로 업무분장에 들어가고 비 공식적인 업무가 하나 추가된다. 바로 부사수이자 신규공무원의 업무를 가르치는 것이다. 이것이 대부분의 공직사회에 만연한 법칙 같은 일이더라도, 나는 멘토로서 한 명의 신규공무원이 제대로 된 시보생활을 할 수 있도록 책임질 수 있는 공식적인 업무정리가 꼭 필요하다고 본다.
이것이 이뤄지지 않으니 선임의 입장에서는 자꾸만 신규공무원에게 시간과 노력을 들여 업무를 가르쳐주기보단 "일단 이건 내가 처리할 테니 잘 봐 둬요." 같은 말만 하게 되고 하루하루 그냥 그냥 시간만 허비하는 꼴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 선임은 제대로 된 업무를 가르쳐 줄 기회와 시간을 잃고 신규공무원은 무능력한 채로 본인의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시간만 보내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멘토로 지정된 선임의 업무분장에서 어떤 업무를 좀 나누거나 줄이더라도, 본인이 멘토로서 책임지고 신규공무원의 적응이나 초반부 업무전반에 필요한 지식을 교육할 시간을 확보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필자인 내가 이러한 글을 쓰고 있는 어쩌면 궁극적인 이유.
<직급별 실무교육>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아무리 1:1 멘토제를 시행하고 누군가의 적응을 돕는 사수와 부사수관계가 공직사회에 뿌리내리게 되더라도 업무능력에 대한 평가 없이 필기시험 점수와 대부분 학원에서 지정해 준 답변을 줄줄 외워서 판에 박힌 대답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그저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면접에서는 업무능력에 대한 평가가 불가능하여 소위 <폐급>, <빌런>이 조직 내에 만연히 남이 있는 구조 안에서는 누군가 멘토의 역할 수행에 부적합한 이를 멘토로 만나는 불운한 신규공무원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정직은 행정직대로, 복지직은 복지직대로, 기술직은 기술직대로.
직렬별로 뽑고 직렬별로 시험을 보는 이유가 있는 만큼 신규 임용자 교육에도 분류나 분석이 필연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각자 임용 이후 배치될 부서는 다르겠지만 결국 대부분의 9급 신규 공무원이 맡는 업무에는 크게 차이가 없을 것이므로 대다수의 9급 신규 공무원이 수행하는 업무를 분석하여 체계적인 교재를 개발하고 교육프로그램을 대폭 수정하면 아마도 이러한 부적응으로 인한 면직 정도는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이러한 교육프로그램의 개발로 모든 문제들이 해결되리라 보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우리 공직사회에 뿌리내린 각종 비효율과 비합리적인 문제는 사라지지 않아 언제고 우리를 괴롭히겠지만.
그럼에도 내가 공직사회에 와서 느낀 하나의 발전가능성은 그래도 이 조직엔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생각해 보면 사상 초유의 전염병이 창궐하여 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졌을 때도.
세상에 없던 제도가 도입돼 모두가 물음표를 가지고 있던 순간들마저.
이 나라 공무원들의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능력>으로 버텨온 것이다. 개개인의 노력과 말 안 되는 업무지시를 그래도 묵묵히 수행해 낸 공무원들의 힘으로 우리가 이 모든 시간을 지나왔음을 적어도 나는 안다.
그러니 언젠가는 이러한 문제점이 해결책을 찾아 뿌리내려 신규공무원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의심, 기대와 전혀 다른 공직생활 실체에 상처받은 서기보시보들이 힘냈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이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