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더 도와드릴 일 있을까요?"

매니저가 레이오프에서 지키는 사람들

by Jaden

새 팀에 들어간 지 일주일쯤 됐을 때,

10명의 팀원 중 유독 눈에 띄는 한 명이 있었다.

누가 봐도 매니저의

'favorite'라는 게 느껴졌다.


회의가 끝나고
매니저가 Zoom 미팅을 끝내려는데,
그 팀원이 조용히 물었다.


"제가 더 도와드릴 일 있을까요?"

매니저는 잠깐 멈칫하더니

"아, 괜찮아. 고마워.

필요하면 내가 따로 연락할게"라고 답했다.


근데 이 팀원은
매주 같은 질문을 했다.



1. 그녀를 유심히 보게 된 이유


팀원들의 그룹 채팅에서

누군가 질문을 던지면
그 팀원이 제일 먼저 반응한다.


"제가 도와드릴게요."
"이거 제가 정리해 둘게요."
"확인하고 이메일로 업데이트 드릴게요."


그리고 실제로 한다.


어느 날, 팀원 한 명이 갑자기 병가를 냈다.

매니저가 그 팀원의 업무를 누구에게 맡길지

고민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때 그녀가 먼저 매니저에게 메시지를 보내


"Tom, 오늘 병가죠?
제가 Tom 업무 파악해 뒀습니다.
마감일이 오늘인 업무 먼저
정리해서 이메일로 업데이트 할게요."


그리고 실제로 오후 2시에 이메일이 왔다고 한다.



매니저는 그 얘기를 팀 미팅에서 꺼냈고,
나는 그때 확신했다.


'아, 이 사람은 보호받겠구나.'



2. 팀원들도 알고 있었다


커피 브레이크 때
한 동료가 슬쩍 물었다.


"매니저가 그 친구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아?"


나는 대답 대신 웃었다.
그들도 이미 알고 있었다.


미국 조직사회에서
Favorite Child 이라는 말이 있다.


회사 비공식 용어로

조직 내에서 상사나 리더에게

특별히 신뢰, 보호, 기회를

받는 사람을 뜻한다.



뉴욕회사에 10년 넘게 있다 보면

누가 그 자리에 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3. Favorite Child 를 대하는 회사의 태도


같은 실수를 해도

누구는 조용히 넘어가고,

누구는 회의에서 언급된다.


좋은 프로젝트가 생기면

누구는 자연스럽게 배정받고,

누구는 지원해도 안 된다.


회의에서 말이 끊겼을 때

누구는 매니저가 다시 기회를 주고,

누구는 그냥 묻힌다.


평가 시즌, 레이오프 시즌에도

이 사람들은 비교적 안전하다.



일을 맡겼을 때
'이 사람은 괜찮겠지'

라는 안심이 되는 사람.


레이오프 명단을 작성할 때
'이 사람은 빼자'

라고 생각되는 사람.


이게 Favorite Child 가 받는 대우이다.



4. 그녀를 3개월 동안 관찰한 결과


직급은 상대적으로 주니어지만

팀에서 오래 일한 멤버 중 한 명인

이 팀원은 인도계 미국인이다.


한동안 의도적으로 그녀를 지켜봤고

몇 가지를 행동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다.



1. 일의 마무리가 또렷하다


이메일을 보내도,
리포트를 올려도,
"이거 끝났구나"라는 게 명확하다.


중간에 질문이 생기지 않는다.
매니저가 다시 물어볼 필요가 없다.



2. 커뮤니케이션이 짧고 정확하다


평소 팀 채팅 메시지를 보면 문장이 길지 않다.


"확인했습니다. 오늘 오후 3시까지 업데이트 드릴게요."
"문제없습니다. 진행하겠습니다."


답을 기다리게 하지 않는다.



3. 항상 '배우는 사람' 모드다


회의에서 누가 뭔가를 설명하면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다.


"아, 그렇군요. 그럼 이 부분은 이렇게 하면 될까요?"


질문이 방어적이지 않다.
배우려는 태도가 보인다.



4. 그리고 이 질문


"제가 더 도와드릴 일 있을까요?"

이게 핵심이었다.


아부가 아니다.

눈에 띄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나는 준비돼 있습니다'
'당신이 필요하면 언제든 쓸 수 있습니다'
라는 신호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매니저라도
이런 사람한테

좋은 기회를 주고 싶을 것 같다.




5.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


Favorite child는
회사에서 정치력의 결과도 아니고
친분의 결과도 아니다.


반복되는 태도의 결과다.


일정 수준이 지나면

회사 내 누구나 일은 잘한다.


하지만 누구를 믿고 맡길 수 있는가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주기적인 해고와 레이오프가 반복되는
뉴욕 회사에서


커리어를 오래 가져가려면,

실력 위에
‘안전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조용히 쌓여야 한다.


그 팀원은 지금도
매주 같은 질문을 한다.


"제가 더 도와드릴 일 있을까요?"


이 질문의 무게를

뉴욕에서 오래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뉴욕에서 출근길 따뜻한 라떼 한잔

화, 목,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