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제 일인가요?'라는 질문이 무례하지 않은 이유

Invisible Work를 멈춰야 하는 시점

by Jaden

"이건 제 일인가요?"

이 질문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다면, 이미 회사의 '숨은 일'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회사 일에는 늘 틈이 생긴다.


매뉴얼로 남기기엔 애매하고, 역할로 만들기엔 번거로운 일들이다. 질문을 대신 받아주고, 문서를 정리하고, 사람 사이를 중재하는 일처럼 누군가 하지 않으면 일이 멈추기에, 책임감 있는 사람이 가장 먼저 움직이게 된다. 문제는 조직이 이 성실함을 업무성과가 아니라 “원래 그런 사람”, “팀워크가 좋은 사람” 등의 개인 성향으로 치부해 버린다는 점이다.


그 순간부터 당신의 노력은 '성과'가 아니라 당연한 '호의'가 된다.

바로 그 지점이, 멈춰야 할 신호다.




1. 뉴욕 회사에서도 이 구조는 통한다


미국 회사라고 다를까? 아니, 오히려 더 냉혹하고 빨리 굳어진다.


미국 기업 문화는 공식적으로 정의된 역할(Job Description)과 숫자로 설명 가능한 성과를 바탕으로 움직인다. 이름이 붙지 않은 일은 존재하지 않는 일과 같다.


예를 들어 "신입 온보딩"은 누구의 일인가?

HR?

팀 리드?

아니면 친절한 시니어?


명확하지 않으니 결국 가장 먼저 움직이는 사람의 몫이 된다.

그런데 평가표에는 "Team Player"라는 애매한 말만 남는다.


그래서 Invisible Work를 많이 할수록 바빠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 업무 평가가 점점 애매해지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2. 호의가 의무로 바뀌는 3가지 위험 신호


신기하게도 이렇게 중요한 Invisible Work는

어느 시점이 지나면 도움이 아니라 의무 또는 기대가 된다.


아래 신호 중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위험 신호이다.


신호 1: "부탁"이 → "당연"으로 바뀔 때

처음엔 "시간 되면 좀 봐줄래요?"였다가, 어느새 "이거 언제까지 돼요?"로 바뀌었다면


신호 2: "고마워" 대신 → "그런데"가 나올 때
감사보다 추가 요청이 먼저 나온다면, 이미 호의가 아니라 역할이 되었다는 뜻


신호 3: 당신이 없으면 시스템이 멈출 때
팀이 당신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구조가 되었다면, 그건 협업이 아니라 건강하지 못한 의존이다.


이 시점이 오면 공식적으로 합의된 적은 없지만

이미 일은 나의 역할이 되어 있다. 업무량은 늘어나는데 평가 기준은 그대로인, 가장 위험한 상태다.



3. 언제 그만해야 할까?


Invisible Work를 그만해야 하는 시점은
지치거나 화가 날 때가 아니다.


평가와 보상이 따라오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 때다.


스스로에게 아래 세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1. 이 일을 안 하면 → 내가 손해 vs 팀이 불편?

(답이 "팀이 불편"이라면 → 조직에 결함이 있다)


#2. 이 일이 없어지면 → 내 성과가 더 명확해지는가?

(답이 "예"라면 → 즉시 중단 필요하다)


#3. 이 일을 계속하면 → 다음 평가에서 나를 설명하기 더 어려워지는가?

(답이 "예"라면 → 이미 적신호이다)


Invisible Work는

조직을 살리지만 개인의 성장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슬프게도 '아니요'라고 말하지 않는 한, 회사는 계속해서 선의를 이용할 것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경계를 그어야 한다.



4.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


시간이 한참 지나

내가 숨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했을 때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나는 항상 맡은 일보다 조금 더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조직이라는 구조 안에서는 내 역할을 먼저 분명히 하고, 그 역할을 오랫동안 건강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나 자신을 포지셔닝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곧 깨달았다.


이제 나는 "이건 제 일인가요?"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던진다. 이 질문은 무례함이 아니라, 내 전문성을 보호하겠다는 선언이다.


지금 팀의 빈틈을 메우느라 정작 본인의 업무가 조금이라도 흔들리고 있다면, 이 글이 멈춤 신호가 되길 바란다.


숨은 일을 거절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도 나쁜 사람이 되는 것도 아니다.

회사 내에서 나의 존재 가치를 다시 정의하는 프로페셔널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은 오늘 회사에서 몇 번의 '숨은 일 (Invisible work)'을 했나요?



다음 편에서,

뉴욕 회사에서 나를 높은 곳으로 끌어올려 줄

아군, 즉 스폰서 (sponsor) 에 대한 주제를 들고 올게요.


맨해튼 전경 [사진출처: 엠파이어스테이트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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