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금융회사에서 배운 Soft Retaliation
뉴욕 회사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다.
직장에서의 보복은 생각보다 조용하게 온다는 것이다.
영화처럼 공개적인 충돌이나 큰 싸움이 벌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 대신 아주 미묘한 변화들이 시작된다. 회의에서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말투가 조금 차가워진다. 이전에는 자연스럽게 공유되던 정보가 어느 순간부터 늦게 전달된다.
겉으로 보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당사자는 안다.
공기가 달라졌다는 것을.
매니저가 나에게 부탁을 해왔다. 같은 팀 주니어에 대해 HR 케이스를 열어달라는 것이었다. 매니저와 그 동료 사이에 업무를 둘러싼 마찰이 계속 되는 것을 눈치로 알고 있었다. 처음엔 "업무 피드백을 주려는 것"이라고 했지만, 그 주니어는 내 직속 부하가 아니었다. 우리 둘 다 같은 매니저에게 보고하는 구조였다.
나는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 이후가 달라졌다.
내 입장에서는 올바른 결정이었다.
동료에 대해 직속 상사를 대신해서 HR에 고발하는 것은, 어느 방향에서 봐도 이치에 맞지 않는다. 그 주니어는 내 직속 부하가 아니었고, 성과 평가의 권한도 내게 없었다. 그런 내가 HR 케이스를 열었다면, 오히려 내가 이상한 사람이 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매니저 입장에서는 달랐다.
자신의 입장을 강화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앞세우는 것. 직접 나서지 않고, 누군가를 통해 명분을 만드는 것. 그것이 이번 부탁의 본질이었다. 나는 그 구조를 알았고, 그래서 거절했다.
결과적으로 그 선택은 옳았다. 다만 옳은 선택이 항상 편한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것, 그것도 함께 배워야 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이런 상황을 공식적으로 "retaliation"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문서로 남길 수 있는 행동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장에서의 보복은 보통 감정이 아니라 구조로 나타난다. 미팅에서 시선이 달라지고, 말투가 건조해지고, 그 주니어의 업무가 자연스럽게 내 쪽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직접적으로 "당신이 문제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조용히 거리 두기가 시작된다.
증명할 수 없다.
하지만 느껴진다.
이것을 Soft Retaliation이라고 부른다.
이럴 때 많은 사람들이 두 가지 실수를 한다.
첫 번째는 설명하려고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싸우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직장은 감정의 공간이 아니라 역할의 공간이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는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내 포지션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조용히 일을 하고,
필요한 말만 하고,
기록을 남기고,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는 것.
대부분의 경우 일정 기간이 지나면 관계가 중립 (neutral) 모드로 돌아오거나, 예전만큼은 아니더라고 비즈니스 관계 (cold professionalism)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 기록이 오늘도 조용히 버티고 있는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