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소시오패스와 결혼했다.

21화 - 상간소를 준비합니다. - 두 번째

by 미틈달

가끔 소송을 혼자 준비하시는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은 정말 존경스럽다. 법과 서류 작업이 내게는 쉬운 일이 아닌지라 난 변호사님을 전적으로 의지했다. 사건과 소송을 겪다 보면서 변호사의 존재가 피해자 즉 원고에게 힘이 돼주는 존재이기도 힘이 빠지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내 경우는 전적으로 전자였다.


변호사를 선임하는 과정부터 피해자는 쉽지 않다. 배우자의 불륜을 알게 된 그 순간부터 감정과 머리와 몸과 눈물은 통제 선상의 밖에 있다. 피해자는 절대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없고 그래서 그 상황들을 제삼자인 변호사들은 최대한 증거의 측면에서 접근을 하나 그 상황마저도 피해자들은 좌절을 한다.

"이런 내용들은 증거가 될 수 없고요. 정황상의 의심만 있을 뿐 소송에서 지게 됩니다. "

처음에 이야기를 나눈 변호사는 내 얼굴을 마주할 때는 좋은 표정이었으나 나의 이야기와 카톡 한 면을 증거라 보여줬을 때 얼굴의 표정이 바뀌며 경직되기 시작했다. 물론 그들에게는 승소가 중요하고 나와 같은 클라이언트들을 너무 많이 접해봤을 거라는 것은 안다. 그래서 그들은 클라이언트에 대한 감정의 동요나 이입 없이 상황을 아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지금은 이해가 된다. 또한 소소한 증거들로 백 프로 승소를 다짐하는 변호사들도 전부 믿을 수만은 없다. 당장 계약과 수임료 부분이 해결이 되면 나 몰라라 하는 변호사들로 속상해하는 피해자들도 상간카페를 통해 너무나 익히 들어왔기 때문이다.


힘든 상황이 닥치게 되면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지 아는 사람,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을 먼저 찾게 된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남에게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이기에 그런 걸까...? 그래서 오히려 모르는 사람이 나은가..? 그렇지만 아는 사람 내지는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은 날 절대 속이지 않을 거 같다는 아는 사람의 모순(가장 가깝다고 느낀 배우자에게 속아온 내게 정말 심각한 모순이 아닐 수 없다)에서 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친한 후배의 사촌에게 첫 컨설팅을 받게 되었다. 그는 광역시의 로펌에 있었고 나의 긴 스토리를 듣더니 친절하게 전화 상담의 수수료를 받지 않았으며 내게 이런 조언을 했다.

증거는 다소 약할 수 있지만 보강할 수 있는 부분이고 심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멀리 있는 변호사보다는 지역이 가까운 변호사를 추천드리겠다고...

그의 고마운 조언을 받고 난 같은 지역 내의 변호사를 찾았다.

사시출신, 대형로펌 이런 것을 배제한 채 현재 나의 상황에 최대한 인간적으로 접근해 줄 수 있는 변호사를 찾겠다는 생각은 그 당시 사치였다. 이성적인 상황이 될 수 없었기에... 실제로 상간소 카페의 다양한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사시 출신, 대형로펌들을 선호하시는 분들이 꽤 있다.


내가 그 당시 나의 변호사님을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나의 하찮은 증거에도 그래도 해보자고 말했고 나 또한 증거를 보충할 수 있으면 하겠다고 했으며 무엇보다 구구절절한 나의 이야기를 안타깝게 들어주셨기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 같은 클라이언트는 진상 of 진상이었을 거 같은데 그럼에도 나의 변호사님은 아직도 내게 친절하시다 (내가 또 다른 소송들을 요청할 거란 걸 눈치채시고는 ㅎㅎ 절대 아니다).

그렇게 변호사님을 만나 상간소를 시작하게 되었다.

소시오를 쫓는 과정에 보강된 송대리와의 동영상에도 정말 자신의 일(아,, 변호사님 일이 맞긴 하지만)처럼 기뻐해 주셨고, 불법적인 부분이 없도록 체크해 주셨으며, 무엇보다 연락을 잘 받아주셨다.

처음 송대리의 카톡만 들고 와서 울 때도 들어주셨지만 나중에 2~4호까지 업데이트된 내용을 흥미진진한 눈으로 정말 잘 들어주셨다.



상간소송은 확정이 되었고 모든 디테일한 내용을 내가 적어 보내면 법률적인 용어와 문맥의 구성을 변호사님이 깔끔히 잡아주셨다. 몇 번의 수정작업을 거치다가 드디어 소장을 날릴 시기가 되었다.

상간소카페에서 접하는 공통적인 의견 또 하나... 법원의 시계는 참으로 느리다.

내가 소장을 날릴 즈음 법원이 2주간의 휴가기간에 돌입했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된 상황에서는 이제 어떻게든 칼을 빼들고 싶어 온 마음이 조바심이 나는데.. 그때 마침 법원의 휴가기간이 되었다.


그때까지도 소시오는 내가 이런 준비를 하는지 몰랐고 (그만큼 오랜 시간 나를 속여왔음에 대한 방증이거나 내가 아마도 첩보원에 소질이 있거나...??) 소시오는 여전히 일주일에 두 번은 송대리네 두세 번은 영숙이네 에서 지냈으며 회사 출장 겸 영숙이와의 열흘간의 여행을 준비 중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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