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 포커페이스 - 첫 번째
* 포커페이스 -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
표정이 드러나는 순간 내가 어떤 패를 쥐고 있는지 알게 되므로 포커경기에서 쓰이는 용어이며, 상간소송과 이혼소송을 진행하는 카페에서는 포페라는 줄임말을 쓰고 있다.
낌새가 이상하다고 상대 배우자를 쥐 잡듯이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소시오씨는 내가 물어볼 때마다 그 대답들이 완벽했다. 송대리의 전남편 지인이 전화로 고 했을 때에도 이미 그전부터 내게 해놓은 말들이 있었기에 아무런 의심 없이 그 둘의 이혼싸움에 끼지 말라고 오히려 안타까워 한 나였으니까...
그런 소시오씨에게 이 카톡 뭐야?로 물어보는 순간 그는 또다시 숨어버릴 것이다.
상간소송, 이혼소송 카페에 올라오는 여러 하소연들 중 반복되는 이야기는 상대 배우자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의심... 몇몇의 의심스러운 정황들을 뚫고 난.. 의심이 확신이 되어야 했다. 내가 너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을 믿을게 아니라.. 내 눈으로 보고 내 귀로 듣는 것들이 내 판단의 전부가 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것.. 그게 로또 당첨이나 임신처럼 기분 좋은 것을 숨기는 것도 쉽지 않겠지만 힘든 순간들, 어려운 시간들을 아무렇지 않아 하는 것조차 속을 썩어 들어가게 한다. (아마 그래서 화병이란 말이 있나 보다)
카톡의 진실을 확인한 첫날 새벽
그날밤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너무 생생하다..
5성급 호텔로비에서 엉엉 울다가.. 사람들이 움직이는 아침 전에 올라갔다.
그가 깨서 내가 없는 것을 눈치채면 안 되니까..
내 아이를 보고 있어도.. 그를 보고 있어도.. 눈을 감아도.. 떠도...
한동안 눈물은 그치질 못한다.
아침에 그가 일어난다.
잘 잤냐며.. 어제 마신 맥주에 눈이 좀 부은 거 같다며...
그날의 일정을 움직이는데 내 기분이 좋을 리 없다. 그렇지만 그날은 핑계가 있었다.
조카들이 유학길에 오르는 날, 언니와 조카들과 통화를 하며 눈물이 툭... 또다시 떨어진다.
-좋은데 와서 여행하는데 처형이랑 애들이 걱정되냐? 그만 처 울어라..
그래... 소시오씨는 이런 사람이다.
나의 울음을 달래준 적이 없다. 그의 태어난 가정환경이 너그럽지 않아서 그럴 수 있었지.. 라며 생각했기에 결혼초엔 서운함이 있을때 눈물을 보였으나 후엔 그 앞에사 절대 울지 않라묘다.
타인의 감정에 동조하거나 공감해 주지 못하는 사람, 그래서 우는 나를 왜 우는지 이해 못 하며 달래주지 않았던 사람.. 자기 자신의 아이에게 조차 그랬던 사람..
그렇지만 그런 환경에서 자라서일까.. 눈치는 엄청 빠른 사람..
그런 사람에게 지금의 내 감정을 들켜서는 안 된다.
그가 무언가를 눈치챈 순간 일은 그르칠 수 있으니...
나의 감정이 상황을 그르쳐서는 안 된다. 절대 안 된다.
수없이 다짐했다. 소시오씨가 눈치채지 못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