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
많이 걸을 생각이 아니라
구두를 신었는데,
역시 일본에서 많이 걷지 않는 것은 불가능.
빠듯한 일정이 아니었음에도
다리가 아프니 몸과 마음이 완전히 느슨해졌다.
급하게 운동화를 하나 사고
그다음은 스타바에서 느릿하게.
사실 특별한 여행보다
이런 일상이 더 그리웠다.
호텔로 돌아와 반신욕을 하고 나니
다리가 조금 괜찮아진 것 같다.
티브를 틀어놓고 침대에 기대어 있으니
나른 나른 졸음이 쏟아진다.
내일은 늦잠을 자도 좋고
일찍 눈을 뜨면 모닝 카페도 좋고.
이번 여행은
느긋한 일정으로
느린 걸음으로 즐기기.
어제는
가을이 아직 남아있었나 할 만큼
따뜻했는데
오늘의 나고야는 아침부터
손이 살짝 시려울 만큼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그래도 하늘은 파랗고 높았고
밤의 거리는
온전한 크리스마스였다.
내일은
작은 여행으로 이세진구를 예정했는데
몸이 무거워 고민된다.
지금은 침대에 누워
아무 생각 없이 티브를 보는 게
왜 이리 편한지 모르겠다.
연말연시 긴 연휴 속
집에서 뒹굴뒹굴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모르겠다.
일단 내일 알람은 맞추지 않는 걸로.
감사하게도
그 골목길도 카페도 여전했다.
테이블이 네 개였나,
자그마하고 아늑한 곳이다.
고민가를 개조한 카페,
시간과 손때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이 따뜻한 느낌이 좋다.
모닝구,
고마 토스토와 홋또 코히.
낮은 음악 소리에
평온한 분위기에
마음은 녹아들고,
그래 이런 시간이 필요했지.
카페를 나와서는
천천히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한가로운 산책이
살짝 차가운 바람이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