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2
역시 나는 교토가 좋다.
주말의 교토는 사람들로 넘쳐나지만,
그래도 틈새를 잘 찾으면
멋진 공간을 혼자 독차지하는
행운이 깃들기도.
비 그친 오후에,
수영을 해도 될 만큼
커다란 그릇에 담긴
카페오레를 마시며
천천히 쉬어간다는.
강가를 산책하는 사람은 눈에 띄게 줄었지만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하얗고,
교토에 왔으니 추워도
카모가와는 빼놓을 수 없지.
주말의 교토는
추운 날씨에도 사람들로 넘쳐났고
나는 관광지를 과감히 포기했다.
그리고
한적한 동네를 타박타박.
겨울의 한가운데 보다
은행나뭇잎이 나뒹구는 지금의 교토가
어쩜 체감 온도는 더 낮을지도.
찜 해놓은 카페를 우연히 만나 반가웠지만,
그래 일요일은 정기 휴일이었다.
일상이 묻어나는 어느 동네에서
우연히 발견한 예쁜 창을 가진
보물 같은 카페.
커피가 맛있는 카페 이야기는
다음번에.
아주 이른 아침 시간은 놓쳤지만
그래도 견딜만한 인파였다.
그리고 역시 키요미즈데라.
가을과 겨울이 묘하게 겹쳐진 모습은
그 가을의 절정이 얼마나 아름다웠을지를
짐작하고도 충분히 남을만했다.
며칠 전 티브에서 본
오늘의 한자 [金].
(매년 이맘때면 키요미즈데라에서
오늘의 한자를 발표한다)
아침 산책에 빠질 수 없는 모닝커피,
오늘의 카페는 하리오.
아주 조금 운이 좋아서
카페를 독차지했고,
덕분에 창 너머 정원을 즐기며 보낸
평온한 아침이었다.